최근 일주일간 서울 확진자 23.8% 해외에서 유입… 관리 떠안은 대학들 "정부 차원 대책" 호소
  • ▲ 최근 유럽 내 우한코로나(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자 해외로 나갔던 한국인 유학생들의 귀국 행렬이 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최근 유럽 내 우한코로나(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자 해외로 나갔던 한국인 유학생들의 귀국 행렬이 늘고 있다. ⓒ권창회 기자
    최근 유럽에서 우한코로나(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해외 유학생들의 귀국 행렬이 늘었다. 해외 대학들의 유학생 관리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수업도 온라인으로 대체해 현지에 머무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귀국 학생들이 우한코로나 확진판정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바이러스 역유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해외 유입 확진자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대학뿐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고등교육기관에 소속된 우리 유학생은 모두 21만3000명이다. 이들 중 유럽에는 3만6539명, 미국·캐나다 등 북미에는 7만1108명이 머무른다.

    해외 대학, 교환학생 프로그램 취소… 유학생들 ‘발동동’

    그런데 최근 해외 대학들이 우한코로나 여파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취소하면서 유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거나 미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프랑스 정부는 모든 국제대학촌 유학생들에게 귀국을 권고했다. 의료 시스템상 유학생들이 적절한 의료지원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해서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일부 대학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일괄 취소했다"며 "해외로 나간 학생 중 일부는 이미 귀국한 상태이고, 상황에 따라 추가로 귀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관계자도 "학교 측에서는 해외 대학에 계속 연락을 취하지만, 해외 대학들의 행정절차가 느려 소통이 거의 안 되는 상황"이라며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멈춘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학생들의 귀국 행렬이 늘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유학 중인 최모(26) 씨는 "우리나라 교환학생들이 학기 도중에 돌아가는 경우가 늘었다"며 "지금 한국행 티켓을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라고 전했다. 최씨는 "휴교령이 내려져 온라인으로 수업하기 때문에 굳이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최근 유럽 등에서 귀국한 유학생들이 잇따라 우한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바이러스 역유입'으로 인한 감염 우려가 커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프랑스에서 귀국한 중앙대 교환학생 A씨는 17일 우한코로나 확진판정받았다. 해외에 머무르던 교환학생이 국내에서 확진판정받은 첫 사례다.

    성균관대의 경우 유럽 교환학생으로 출국했다 중도귀국한 학생 B씨가 19일 오전 우한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았다. 유럽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17일 귀국한 같은 학교 학생 C씨도 다음날 확진판정을 받았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유학 중 귀국한 20대 여성(성남시 거주)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유학 중 귀국한 30대(용인시 거주)도 17일과 18일 각각 확진판정받았다.

    이처럼 최근 일주일(12~18일) 새 우한코로나 서울 확진자의 23.8%가 유럽 등 해외에서 귀국해 확진판정받은 경우다. 12일 이전 확진자는 18명 중 13명이 중국 등 아시아에서 감염된 반면, 유럽 내 확산세가 증가한 12일 이후에는 15명 중 11명이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감염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9일 "해외 유입으로 인한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한국인) 입국금지나 여러 가지 격리 조치를 하면서 2주 정도는 교민과 유학생·여행자들의 입국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귀국 유학생 21만 명, 코로나 역유입 우려… “범정부 차원 대책 필요”

    대학들은 외국인유학생과 함께 해외로 나간 우리 학생들까지 관리하며 대책을 마련할 여건이 마땅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 자체 노력뿐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권 4년제 대학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 있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 측 매뉴얼이 있지만 역부족이다. 건강상태 정도만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4년제 대학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에서 입국한 학생들에게는 2주간 등교 중지와 자가격리를 안내했다"며 "곧 많은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올 텐데 정부가 나서서 지금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해외로부터 위험요인이 재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외 코로나-19 확산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더욱 적극적인 감시체계 적용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는 22일 0시부터 유럽발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우한코로나 진단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