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솅겐조약 회원국 이외 입국금지”…독일·스페인 국경 봉쇄, 캐나다·러시아 입국금지
  • ▲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럽연합(EU)이 곧 국경을 막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스페인은 상품 운송을 빼고는 국경 간 이동을 모두 막는다고 밝혔다. 캐나다도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의 입국을 금지했다. 러시아도 오는 5월1일까지 외국발 입국을 전면금지했다.

    EU 수뇌부 “한 달 동안 해외여행 다니지도, 받지도 말자”

    EU는 조만간 외국인의 입국을 30일 동안 금지할 예정이다. 솅겐조약(EU 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27개국이 맺은 비자면제조약) 회원국이 아닌 나라에서의 입국을 막겠다는 내용이다.

    솅겐비자인포닷컴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16일(이하 현지시간)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해 외국인의 입국 및 여행을 금지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은 “우리가 여행 횟수를 줄인다면 바이러스가 퍼지지 못하게 가두는 셈”이라며 “각국이 30일 동안 불필요한 여행을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제안은 오는 17일 EU 정상 간 화상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회의에서 EU 회원국 정상들이 동의하면 30일 간격으로 EU로의 입국금지가 시작된다.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입국제한은 필요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면서도 “EU 회원국 국적자의 가족, 의료진과 외교관, 연구개발자 같은 필수 인력, 식품·의약품·생필품 등을 운반하는 물류업자 등에게는 입국제한을 면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스페인 여행금지, 국경봉쇄
  • ▲ 독일 쪽에서 다가오는 차량을 향해 멈추라고 신호하는 폴란드 국경수비대. ⓒ연합 DP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독일 쪽에서 다가오는 차량을 향해 멈추라고 신호하는 폴란드 국경수비대. ⓒ연합 DP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일은 지난 15일 프랑스·오스트리아·스위스·덴마크와의 국경을 봉쇄한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은 이날 오전 이들 나라와 전화 통화를 갖고 국경봉쇄를 논의한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다만 물자 운송과 통근자는 통과할 수 있도록 특례를 만들었다. 독일은 지난 13일 덴마크로부터 입국을 금지당했다. 폴란드·체코 등 동유럽 국가는 그 전에 독일발 입국을 금지했다.

    독일은 또한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클럽·술집·동물원·놀이터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잠정폐쇄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국민들에게 “여행을 취소하고 종교집회도 금하라”고 권고했다.

    스페인은 지난 14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민의 이동제한을 명령했음에도 확진자가 9000명을 넘기고 사망자도 300명을 넘기는 등 증가세가 줄지 않자 국경봉쇄령을 내렸다. 16일 자정을 기해 국경을 봉쇄한다고 밝힌 스페인 정부는 “이번 조치는 포르투갈·프랑스와 협력 아래 이뤄진 결정”이라며 “스페인 국민과 영주권자, 외교관 등은 예외이며 무역을 통한 물품 운송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긴급명령도 내렸다. 모든 민간병원을 일시적으로 국유화하고, 민간 의료진과 시설까지 공공기관처럼 통제한다고 밝혔다. 또한 의대 4학년 학생까지 코로나-19 대응현장에 동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 “미국인 빼고 입국금지” 러시아 “5월1일까지 입국금지”

    캐나다는 16일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캐나다 국민과 영주권자, 미국인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막는다고 밝혔다고 ABC뉴스 등이 전했다.
  • ▲ 저스틴 트뤼도 캐내다 총리. 그의 부인이 우한폐렴 확진판정을 받아 부부가 자가격리 중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저스틴 트뤼도 캐내다 총리. 그의 부인이 우한폐렴 확진판정을 받아 부부가 자가격리 중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뤼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에는 항공기 승무원이나 외교관, 캐나다 시민권자의 직계가족, 미국인 등은 대상에서 제외되며, 무역에 필요한 운송은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인의 입국을 허용한 것은 양국 간 경제적 통합 수준을 고려한 조치”라고 덧붙였다고 방송은 전했다.

    러시아도 오는 18일부터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KBS월드는 “러시아 정부가 웹사이트에 게재한 보도문에 따르면, 18일 0시부터 5월1일 0시까지 일시적으로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국가 안전보장과 국민 건강보호를 위해 러시아 법률과 국제조약에 따라 긴급조치를 내리게 됐다”며 “외국 대사관과 영사관 직원, 항공기 및 선박 승무원, 러시아 영주권자, 항공편 경유자는 이번 조치에 적용되지 않다고 밝혔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러시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우 적은 편에 속했지만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현재 의심증상을 보여 의학적 관찰을 받는 사람은 1만5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한국 등은 여전히 “입국금지해봤자 소용없다”는 주장을 펼치지만, 국경을 봉쇄하거나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는 갈수록 늘어난다. 앞서 언급한 나라 외에도 이탈리아·폴란드·네덜란드·오스트리아·노르웨이·덴마크·스위스·루마니아·체코·우크라이나 등이 국경을 봉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