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거부→ 추가 공모→ 지역구 바꿔 전략공천… '파주 청년' 고준호 "무소속 출마 불사"
  • ▲ 신보라 청년최고위원이 퓨처메이커 경선을 거부한 직후 청년 예비후보가 포진한 경기도 파주갑에 우선추천(전략공천)을 받았다. ⓒ박성원 기자
    ▲ 신보라 청년최고위원이 퓨처메이커 경선을 거부한 직후 청년 예비후보가 포진한 경기도 파주갑에 우선추천(전략공천)을 받았다. ⓒ박성원 기자
    "청년을 위한다"는 말을 밥 먹듯 하던 신보라(37) 미래통합당 청년최고위원이 지역을 다지며 출마를 준비하던 청년예비후보를 밀어내고 경기도 파주갑에 전략공천받았다. 고준호(37) 파주갑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는 "신 최고위원이 지방선거까지 거론하며 회유하려 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래통합당 '퓨처메이커' 지역구 8개 가운데 하나였던 파주갑이 지난 4일 갑작스레 퓨처메이커 지역구에서 빠졌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파주갑 지역구에 급하게 추가 공모를 내고, 이어 신 최고위원이 전략공천받으면서다.

    앞서 신 최고위원은 인천 미추홀갑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컷오프(공천배제)됐다. 이 지역구에는 전희경 통합당 의원이 전략공천받았다.

    퓨처메이커는 청년들의 지역구 출마를 활성화하기 위해 특정 지역구에서 청년예비후보들 간 1 대 1 경선을 통해 청년후보를 공천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통합당 공관위는 퓨처메이커 지역인 경기도의 수원정·광명을·의왕-과천·남양주을·용인을·화성을·파주갑·김포갑 등 8개 지역구에 45세 미만 청년 공천 신청자 16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이들 8개 지역은 지난 총선에서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한 지역으로, 통합당 처지에서는 험지로 꼽힌다.

    3일, 퓨처메이커 경선 거부→ 4일 파주갑 추가 공모→ 4일 16:00, '전략공천' 확정

    그러던 중 공관위는 지난 1일 퓨처메이커 지역구 8개와 16명의 명단에 신 최고위원을 포함하면서 재도전의 기회를 열어줬다. 신 최고위원은 지난 3일, "그동안 당을 지키고 헌신했던 청년들을 경선에서 배제하더니 갑자기 새로운 지역에서 자체 경선을 치르라는 건 불공정하다"며 퓨처메이커 청년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 ▲ 미래통합당이 지난 4일 공고한 경기도 파주갑 국회의원 지역후보자 추가 공고. 오전 10시부터 5시까지 진행됐다.
    ▲ 미래통합당이 지난 4일 공고한 경기도 파주갑 국회의원 지역후보자 추가 공고. 오전 10시부터 5시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4일 상황이 급변했다. 공관위가 파주갑 지역구에 '지역구 후보자 추천 신청 추가 공고'를 낸 것이다. 취재를 종합해보면 퓨처메이커 경선을 비판하던 신 최고위원은 오후 3시30분쯤 파주갑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했다. 추가 공모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다. 

    신 최고위원이 공천을 신청한 직후인 오후 4시쯤 통합당 공관위는 신 최고위원의 파주갑 '우선 공천'을 확정했다. 신 최고위원은 파주에 아무런 연고가 없다. 광주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광주 토박이다.

    신 최고위원이 파주갑에 전략공천받으면서 이 지역 출신으로 당의 대표적인 청년정치인인 고준호 예비후보는 경선도 해보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고 예비후보는 2013년 입당해 중앙미래세대위원회 부위원장을 시작으로 여러 당직을 거쳐 현재 미래통합당 경기도당 대변인직을 수행한다. 신 최고위원이 퓨처메이커 경선을 거부하며 밝혔던 '당을 지키고 헌신했던 청년'이 바로 고 예비후보인 셈이다.

    고 예비후보는 신 최고위원이 지방선거를 거론하며 말을 흐렸다고 밝혔다. 고 예비후보는 본지와 통화에서 "신보라 최고위원과 통화했고, 신 최고위원이 '잘 도와주시고 다음 지방선거..'라고 말끝을 흐려 화를 냈다"며 "신보라 최고위원이 왜 나에게 지방선거를 이야기하고, 그것을 줄 권한이 있는 것처럼 구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 ▲ 고준호 미래통합당 파주갑 예비후보가 5일 공천 결과에 대해 이의제기 및 재심요구서를 제출했다. ⓒ뉴데일리DB
    ▲ 고준호 미래통합당 파주갑 예비후보가 5일 공천 결과에 대해 이의제기 및 재심요구서를 제출했다. ⓒ뉴데일리DB
    고준호 "신보라, 통화에서 지방선거 거론… 경선 없이 가려는 모습 비겁하다"

    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신보라 최고위원이 퓨처메이커 경선이 발표되자마자 자기와 가까운 청년후보들과 경선을 거부하는 듯한 행동을 하며 룰을 어겼는데, 공관위가 룰을 지킨 사람 자리를 빼고 낙하산을 꽂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통합당의 한 의원도 "청년이라면서 경선이 무서워 도망가는 듯한 모습은 진짜 청년이 아니다. (신 최고위원의) 행동이 웬만한 노회한 정치인 뺨친다"고 꼬집었다.

    고 예비후보는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고 예비후보는 "청년을 위하고 청년을 대표한다는 청년최고위원이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경선도 없이 공천받는 것은 비겁하다"며 "청년을 짓밟고 가는 신보라 최고위원은 청년이 아니라 기성 정치인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 후보는 5일 공관위에 이의제기 및 재심 요청서를 제출하고, 파주갑에서 후보 경선을 요구했다. 고 후보는 공관위와 신 최고위원이 경선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고 예비후보는 "신보라 최고위원이 경선을 거부한다면 무소속으로 출마해 주민들에게 누가 더 나은 후보인지 선택받고 야권단일후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본지는 신 최고위원에게 견해를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