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 확산에 주요 재판 휴정… 일부 진행된 형사·회생 재판 '마스크' 필수
  • ▲ '우한폐렴(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재판에서는 피고인과 방청객 등의 마스크 착용을 허용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우한폐렴(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재판에서는 피고인과 방청객 등의 마스크 착용을 허용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방청석 자리에 앉을 때 옆 사람과 한 칸씩 떨어져 앉아주세요." 

    2월27일 오전 10시40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502호 법정. 방청석 30석 규모의 소법정에서 보기 드문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 법정에는 한 줄에 8석씩 세 줄, 그리고 마지막 줄에는 6석의 방청석이 있다. 이날 첫 줄에 앉은 방청객은 1·3·5·7번이 새겨진 자리에 띄엄띄엄 앉았다. 둘째, 셋째 줄에 앉은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옆 사람과 자리를 띄워 앉아달라'고 법원 직원이 요청한 터였다.

    지난해 모텔 투숙객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장대호의 항소심 재판이 이날 열렸다. 이날 오전 10시30분쯤부터 장대호가 법정에 나온 11시40분쯤까지 진행된 형사 항소심 재판은 모두 두 건. 수의를 입은 중년 여성 피고인, 20대 남성 피고인은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쑥색 수의의 장대호 역시 하늘색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그는 재판 내내 눈을 감고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판사·검사도, 변호인·피고인도, 방청객도 '마스크'

    일반 재판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은 또 있었다. 부장판사와 좌우 배석판사 등 재판부 3명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재판을 진행했다. 검사와 국선변호인도 같은 모습이었다. 판사·검사·변호인석에 놓인 법정 마이크에는 모두 '덮개'가 씌워져 있었다.

    우한폐렴(코로나-19) 확산세로 '사법농단' 등 주요 재판은 대거 연기됐지만, 일부 재판은 진행 중이다. 다양한 사건이 몰리는 법원인 만큼, 우한폐렴에 대비한 재판 현장이 연출된다. 법원 청사 서관 출입구에서 열화상 감지 카메라로 방문객의 체온을 측정하는 일도 이제는 일상이다.

    '마스크를 쓴 피고인'은 다른 재판에서도 보였다. 2일 오후 2시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2호 법정. 짙은 회색 정장 차림의 한 피고인이 흰색 마스크를 쓴 채 법정으로 들어섰다. 다만 지난달 27일 재판 모습과는 달리 부장판사와 두 명의 배석판사, 검사·변호인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었다. 법정내 마스크 착용 여부는 재판부의 재량이다.

    재판이 2주 이상 연기된 경우는 상당하다. 형사 사건을 주로 맡는 한 변호사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현재 재판이 평균 2주가량 연기됐다"고 전했다. 기일이 최대 한 달 연기된 사건도 있다.

    "재판 연기, 구속 피고인에게 유리할 수도"

    재미있는 점은 재판 연기가 구속 피고인에게 불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심급별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 이 기간에 형이 확정되지 않으면 구속기간 만료로 피고인은 석방된다.

    강태근 변호사는 "구속 피고인의 경우 미결구금(未決拘禁) 일수가 늘어날수록 차후 양형에서 참작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구속피고인은 반드시 재판기일 연기가 불리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다른 법조인은 "구속기간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현재 구속돼 재판받는 유명인들은 오히려 재판이 연기되면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뒤 방어권 행사가 가능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한폐렴 확산세로 인해 3일 예정된 조희대 대법관 퇴임식이 취소됐다. 이는 조 대법관의 뜻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