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노무현 탄핵사건 때 "후보 확정돼야 선거운동" 판결… 공선법 선거운동 규정, '위헌' 논란
  • ▲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권창회 기자
    ▲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권창회 기자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집회현장에서 특정정당을 지지해달라는 전 회장의 발언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며 이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경찰의 주장은 이전 판례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05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건 당시 "선거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후보가 확정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밤 전 대표회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전 회장은 개신교 시민단체인 평화나무로부터 4월 총선을 앞두고 집회 등에서 특정정당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해 12월 전 회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두 사건을 병합해 수사한 서울 종로경찰서는 20일 전 회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법원 "총선 앞두고 특정정당 지지, 사전선거운동"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전 회장이 광화문집회에서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경찰에 따르면,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5일 "수도권의 100석 중 60석은 이미 우리 쪽으로 왔다. 나머지 40석만 우리가 찾아오면 끝장난다"며 "우리는 모두 보수우파 최고 대표가 되는 황교안 대표의 지략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달 25일 집회에서는 "선명한 우파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김문수(자유통일당 대표)를 대장으로 세우자"고 자유통일당 지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경찰은 전 회장의 발언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법원도 경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김 부장판사는 전 회장의 영장을 발부하면서 "선거권이 없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총선을 앞두고 대규모 청중을 상대로 계속적 사전선거운동을 한 사안으로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경찰과 법원의 판단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 회장의 발언을 사전선거운동이라고 볼 수 있느냐를 두고 법리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건 당시 헌재의 판결을 제시한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발언했다가 당시 야당으로부터 탄핵소추당했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심리한 헌재는 "정당의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아 특정정당에 대한 지지 발언을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전선거운동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단이다.

    노 전 대통령의 사례를 볼 때, 보수정당 지지를 호소한 전 회장의 사례도 사전선거운동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의견이다. 김문수 자유통일당 대표 지지발언도 공천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사전선거운동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헌재, 노무현 탄핵 때 "특정정당 지지, 선거운동 아냐"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노무현 탄핵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선거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후보가 확정되어야 함을 명시적으로 판시했다"면서 "표현의 자유가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어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주권자가 정권을 비판하고 보수정당 지지를 호소한 것이 어떻게 범죄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공직선거법이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조항을 두고도 위헌 논란이 일었다. 선거운동을 제한함으로써 헌법이 부여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기에는 정권 비판 발언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예비후보 등록 이전에는 선거운동을 하지 못해 현역 국회의원들만 이익을 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헌 한변 부회장은 "일부 변호사들이 모여 공직선거법상 사전운동 조항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논의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전 회장을 구속시킨 법원의 논리대로라면 일정 선거가 임박해서는 정부 비판 발언조차 할 수 없게 된다"면서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명시했기 때문에 의견 개진은 얼마든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