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전 대주주 이씨, 7000억원대 불법모금 12년 확정 뒤 또 '불법모금'… 1심 징역 2년6개월 선고
  • ▲ 투자자를 속여 수천억원대 투자금을 모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정상윤 기자
    ▲ 투자자를 속여 수천억원대 투자금을 모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정상윤 기자
    투자자를 속여 수천억원대 투자금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전 대표는 이전에도 같은 방식으로 '불법모금'을 해, 대법원에서 징역 12년형을 확정받았다. 특히 그는 지난해 '주가조작' 의혹에 휩싸인 바이오기업 '신라젠'의 최대주주를 지냈다. 신라젠과 관련, 정치권 등에서는 '친여권' 실세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정진원 판사는 6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철 전 VIK 대표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 전 대표는 2015년 12월~2016년 4월까지 금융당국의 허가 없이 VIK의 투자사를 통해 투자금을 모은 혐의를 받는다. 그가 불법적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챙긴 금액은 619억원가량이다. 피해자는 5400여 명에 이른다. 이 전 대표는 2015년 10월~2016년 7월 바이오기업 신라젠의 비상장 주식 약 1000억원을 금융당국 인가 없이 일반인에게 판매한 혐의도 있다.

    이철, 7039억 불법모금으로 실형… 보석 나온 뒤 또 619억 사기행각

    재판부는 "기술 수준을 과장하고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투자금이 상당한 거액이고 피해가 상당부분 회복되지 않은 점에 비춰볼 때 죄질이 불량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다만 신라젠 관련 혐의에는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납입대금도 투자자들에게 반환됐다"고 참작했다.

    이 외에도 이 전 대표는 같은 방식으로 투자자를 속인 혐의를 받았다. 그는 2011~15년 금융당국의 허가 없이 투자자 3만명으로부터 7039억원을 모은 혐의로 2015년 11월 구속기소됐다. 이후 2016년 4월 보석으로 석방됐으나, 이 사건에 대해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2년형이 확정됐다. 이 형량에 더해, 6일 남부지법에서 선고한 형량이 확정될 경우 이 전 대표는 모두 14년6월을 복역해야 한다.

    그가 대표로 있던 VIK는 2013년부터 신라젠에 약 450억원을 투자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신라젠은 이후 2016년 코스닥에 상장됐다. 이 기업이 개발하던 간암치료제 '펙사벡'의 임상1 결과 발표 후 주가가 급등했다가, 지난해 마지막 단계인 3상 시험중단을 권고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이 과정에서 신라젠 경영진과 대주주가 코스닥 상장 후 지난해까지 거액의 지분을 팔며 논란이 일었다. 이에 신라젠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정거래한 의혹에 휩싸였다. 

    문제의 '신라젠 사태'를 두고 정치권·법조계에서는 '친여'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 전 대표가 '친노' 인사로 알려진 점도 주효했다. 그는 과거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의 팬클럽 이름)와 국민참여당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 이철, 주가조작 '신라젠 사태' 주범… 유시민 등 여권 연루 의혹

    이 전 대표는 VIK를 설립한 뒤 특강을 열고 '친노' 인사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다. 유 이사장은 2015년 신라젠 기술설명회에서 축사를 하기도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검찰, 신라젠 수사 재배당… 유시민 등 여권 연루 의혹 진위 밝힐까' 제목의 기사를 공유했다. 진 전 교수는 "유시민 건도 슬슬 올라오나요?"라며 "유시민 씨에게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지는 꽤 오래 됐죠"라고 말했다.

    한편 신라젠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에 재배당됐다고 지난 5일 알려졌다. 이 사건을 맡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지난 1월28일 시행된 검찰 직제개편으로 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