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벗어나 미국과 제휴… 제조업 돌아오고 대미수출 늘어 "4분기 3.4% 쾌속 성장"
  • ▲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타이베이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자신의 연임 성공을 자축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뉴시스
    ▲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타이베이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자신의 연임 성공을 자축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뉴시스
    우한폐렴사태 여파로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대만이 '탈중국'의 모범사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중노선을 표방한 차이잉원 정부가 1년여간 추진한 리쇼어링(본국회귀) 정책과 대미관계 개선으로 대만경제가 반등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김정호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정호 경제TV'에서 "경제가 나빠질 것이란 우려와는 반대로 지난해 4분기 대만 경제성장률이 3.4%까지 올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세계 3대 반도체기업인 TSMC 등 주요 대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해 대만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생산시설 투자가 크게 상승해 성장률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돌아온 제조업, 민간투자 나서며 경제성장 견인

    대만 중화경제연구소(Chung-Hua Institution for Economic Research)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이 연구소의 로이 춘 리 연구원이 지난해 12월29일 싱가포르의 '채널뉴스아시아'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대만경제의 성과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일부 반사이익을 얻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대만의 주요 제조기업들이 중국에서 대만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로이 연구원은 특히 ICT분야, 이어 전자장비분야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봤다. 

    코트라(KOTRA)의 분석도 대만경제의 실적이 민간투자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지난해 12월24일 코트라의 '대만경제, 2019년 실적과 2020년 전망' 뉴스는 "2019년 대만의 경제성장은 민간투자를 위주로 한 내수부문이 크게 기여했다"며 "2019년 민간투자부문의 성장률과 경제성장 기여도 추정치가 각각 7.61%, 1.36%p로 201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코트라는 이어 "미중 무역분쟁에 따라 중국에서 대만으로 수출 주문이 옮겨간 것과 대만기업들이 국내 설비투자에 적극 나선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미국과 밀착하는 대만, 경제도 안보도 업그레이드

    한편, 김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대만경제의 성과에는 또 다른 원인이 있다. 그동안 중국의 눈치를 보며 대만을 멀리하던 미국이 대만과 동맹 수준으로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2018년 3월 '대만여행법'(Taiwan Travel Act)을 제정했는데, 이 법으로 미국-대만의 고위급 관료 상호 방문이 가능해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에 서명하자 중국은 강력반발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이미 미국에 간섭을 중단할 것을 엄중하게 요구했다"며 "대만여행법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연합공보'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미국을 비난했다. 루캉 대변인은 이어 "대만 분리독립 세력에 우려스러울 정도로 잘못된 신호를 보낸 것으로, 중국은 이를 완강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다음해인 2019년 10월 '동맹인 대만에 대한 국제적 보호증진법'(Taiwan Allies International Protection and Enhancement Initiative Act of 2019)을 상원 만장일치로 제정했다. 

    이 법은 경제·안보·외교적 관계를 증진시키는 것(economic, security, and diplomatic engagement)을 목적으로 하며, 국제기구에서 대만의 지위를 높이는 데 미국이 협력할 것과 미국·대만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 법은 사실상 대만을 동맹국으로 격상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과 관계개선은 대만의 대중수출을 대미수출로 상쇄하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왔다. 지난해 1분기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1.7%까지 떨어졌다.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이 미중 간 대립으로 타격을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2분기부터 바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체 수출은 3.4%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유는 대중수출이 전년보다 32% 감소했지만, 대미수출이 23%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대만은 군사적으로도 가까워졌다. 지난해 8월 미국은 신형 F-16 전투기 66대를(9조원 규모) 대만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대만 공군력의 80%를 증강시킨다는 평가다. 앞서 4월에는 F16 전투기 조종사 훈련을 미국이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미국이 대만에 무기 판매와 군사적 접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반발했다. 

    "대만, 중국과 결별에 따른 두려움 극복… 그 효과 누릴 것"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한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달 11일(현지시각) 총통선거에서 압도적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대만 국민이 차이잉원 총통의 반중 독립노선에 적극 지지를 보낸 것이다. 

    김 교수는 본지에 "자신감을 얻은 대만 정부가 곧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참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국제적으로 고립됐던 대만에 완전히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것"이라며 "대만은 중국과 결별하는 데 따른 경제위기의 두려움을 이겨낸 결과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