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거리의 만찬' 호평 이끈 여성 MC 자르고 '나꼼수' 김용민 발탁… 시청자 반발에 김씨 하차
  • ▲ KBS가 오는 16일부터 방송되는 '거리의 만찬' 새 진행자에 '나꼼수' 출신 김용민씨를 발탁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청자 및 KBS 노도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KBS 홈페이지 캡쳐
    ▲ KBS가 오는 16일부터 방송되는 '거리의 만찬' 새 진행자에 '나꼼수' 출신 김용민씨를 발탁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청자 및 KBS 노도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KBS 홈페이지 캡쳐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출신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가 KBS 2TV '거리의 만찬 시즌2'에서 하차하기로 했다. 여성의 시선에서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이 프로그램에 '여성 혐오'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김씨를 진행자로 발탁하자 시청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결과다.

    6일 KBS 등에 따르면, KBS 시청자위원회는 이날 특별위원회를 소집해 제작진의 의견을 청취했다. '거리의 만찬 시즌2' 진행자로 '여혐 논란' 김씨를 발탁하자 비난 여론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 자리에서 제작진은 새 진행자로 발탁됐던 김씨의 자진사퇴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혐 발언' 김용민 자진하차… 자질부족 언급 않고 양희은 핑계

    김씨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프로그램 하차의 뜻을 밝혔다. 김씨는 "존경하는 양희은 선생께서 ‘거리의 만찬’에서 하차하신 과정을 알게 됐다"며 "그렇다면 제가 이어받을 수 없는 법"이라고 언급했다. 김씨는 이어 "‘거리의 만찬’의 가치와 명성에 누가 될 수 없기에 어제 제작진에 사의를 표했지만, 오늘 확정지어 알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씨가 자진사퇴 이유로 양희은 씨를 꼽고 정작 자신의 자질부족은 언급하지 않아 비난여론이 여전하다. 한 시민은 "과거 자신의 발언으로 인한 자질부족을 사과하지 않고 남(양희은) 이야기로 '물타기'하는 게 이 정권 행태에 최적화된 부류가 맞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시민도 "과거 자신의 잘못으로 시청자들이 반발한 건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게 내로남불 정권을 그대로 보는 듯하다"고 비꼬았다.

    '거리의 만찬'은 방송인 박미선 씨와 가수 양희은·이지혜 씨 등 여성진행자 3명이 젠더 이슈와 낙태죄 폐지 등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호평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KTX 해고 승무원들 이야기를 담아낸 파일럿으로 시작해 정규편성됐고, 여성의 시선에서 여성 출연자들의 공감대 형성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 PD연합회 '이달의 PD상'을 비롯해 한국YWCA연합회 '좋은 프로그램상', 여성가족부 '양성평등미디어상',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5일 KBS가 '거리의 만찬 시즌2' MC를 김씨와 배우 신현준 씨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청자는 물론 KBS노조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여성에 대한 왜곡된 성(性)인식을 드러낸 김씨는 진행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좌편향 인사로 분류되는 점도 지적됐다.

    김용민 "유영철 풀어 라이스 성폭행해 죽이자" 막말

    김씨는 과거 '나꼼수' 멤버인 정봉주 전 의원이 수감됐을 때 "정봉주가 성욕감퇴제를 복용한다. 수영복 사진을 보내달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2004년 인터넷 방송에서는 이라크 포로수용소 성추행 문제를 언급하며 "미국에 테러하면 된다. 유영철을 풀어 콘돌리자 라이스(당시 미국 국무장관)를 아예 성폭행해 죽이는 것"이라는 막말을 하기도 했다.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피임약을 최음제로 바꿔 팔면 된다"는 외설적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김씨는 '나꼼수'를 통해 인기를 끌자 2012년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이런 이력 때문인지 김씨의 진행자 발탁 소식이 전해진 5일 KBS 시청자권익센터 청원게시판에는 ‘거리의 만찬 MC를 바꾸지 말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6일 오후 2시 기준 1만1157명이 동의했다.

    이 글을 올린 청원인은 “프로그램 뜨고 난 후 남자 MC로 바꾸는 거 굉장히 치졸하다"면서 "양희은·박미선·이지혜가 그대로 진행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새 MC 중 한 명인 김용민 씨는 ‘미국 여성장관을 성폭행해 죽여야 한다’는 발언을 한 적 있다"며 "공인으로서 가릴 말은 가리고 논란이 될 것을 생각해서 발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KBS 제1노조도 5일 김씨를 MC로 발탁한 것과 관련해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시청자들이 김씨가 특정 프로그램을 맡을 때마다 이렇게 반발하는 것은 그가 과거 인터넷 팟캐스트나 SNS를 통해 극단적인 막말을 일삼았기 때문"이라며 "김용민 씨가 진행하는 KBS 라디오 방송은 각종 편파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용민 MC 발탁에 "여성 처지 대변할 수 있나?" 거센 반발

    또 "'김용민 라이브'는 지난해 7월4일 출연자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관련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사실인 것처럼 단정해 방송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규칙 제123호)' 제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권고' 조치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심위는 또 지난해 9월 김씨가 국내 언론사들이 나경원 원내대표 아들의 입시 의혹은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고 조국 전 장관 딸 의혹만 엄격히 보도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면서도 "하지만 나경원 원내대표 아들 입시 의혹을 보도한 곳들이 있었고, 사실이 아닌 내용을 단정해 방송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민원이 제기돼 심의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제1노조는 "시청자 목소리를 외면하고 출연을 강행하면 돌아오는 것은 ‘KBS 신뢰 하락’ ‘경쟁력 하락’뿐"이라며 "이런 실책들이 쌓이고 쌓이면 KBS의 위기는 극복할 수 없는 수준까지 심각해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진행자 중 한 명인 양희은 씨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거리의 만찬' 우리 여자 셋은 MC 자리에서 잘렸다. 그 후 좀 시끄럽다. 청원이 장난 아니다"라며 사실상 진행자 교체에 따른 불만을 나타냈다. 같이 진행을 맡았던 이지혜 씨도 '샘 역시'라는 댓글과 함께 엄지를 치켜드는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