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HKC… "3월 준공 몐양공장에 한국 근로자 보내라" 윽박
  • ▲ 충칭에 있는 HKC의 LCD 생산 공장ⓒHKC 홈페이지 캡쳐.
    ▲ 충칭에 있는 HKC의 LCD 생산 공장ⓒHKC 홈페이지 캡쳐.
    중국 대형 디스플레이 업체가 우한폐렴 감염 위험에도 한국기업 근로자들에게 “빨리 중국에 와서 일하라고 독촉하고 있다”고 중앙일보가 5일 보도했다.

    문제의 업체는 HKC. 2019년 TV용 LCD 시장에서 세계 4위를 차지한 거대기업이다. HKC는 후난성 창사시와 쓰촨성 몐양(绵阳)시에 새로 디스플레이 공장을 짓는다. 이 중 몐양시 공장은 오는 3월 준공이 목표다. HKC는 이 공장의 설비 공급을 맡은 한국기업들에 “사람을 보내라”고 독촉했다.

    전자·디스플레이 전문매체 ‘더 일렉’의 지난해 10월 보도에 따르면, HKC와 공급계약한 한국업체는 인베니아·케이씨텍·HB테크놀러지·탑엔지니어링·참엔지니어링·SFA·아바코·제우스·케이맥·미래컴퍼니·에스엔유프리시젼 등이다. 한화기계·LG PRI와 같은 대기업도 HKC와 공급계약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문제는 몐양이 있는 쓰촨성이 우한폐렴 확진자와 사망자가 적지않은 곳이라는 점. 존스홉킨스대의 우한폐렴 통계에 따르면, 5일 현재 쓰촨성의 우한폐렴 확진환자는 301명에 달한다. 사망자는 1명, 회복한 사람은 23명이다. 때문에 한국인 직원뿐만 아니라 중국인 직원들도 가기를 꺼리는 곳이다.

    HKC는 이에 아랑곳 않고 한국 협력업체들에 “춘절 연휴가 끝났으니 엔지니어 등을 빨리 보내라”고 독촉 중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중앙정부는 현재 우한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지역 간 이동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대규모 공장 가동도 중단하라고 권고한다. 한국업체들은 “그럼에도 HKC는 3월로 예정된 준공 시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원 안 보내면 페널티" 협박

    한국업체들은 “직원을 중국에 보내라”는 HKC의 요구와 현재 상황을 몐양시 당국과 중국 디스플레이협회에 알렸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당국은 “민간기업에 대한 통제권이 없다”며 현장 실사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신문에 따르면, 업체별로 한국인 직원 대여섯 명과 중국인 직원 20명 정도를 HKC 몐양시 공장에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업체들은 “춘절 연휴 때부터 미국과 일본 업체 직원들은 모두 떠났다”면서 “그런데 HKC가 (한국업체에만) 직원을 보내지 않을 경우 ‘패널티’를 언급하며 압박하고 있다”면서 HKC의 ‘갑질’로 인한 어려움을 신문에 호소했다.

    중국은 2018년 초부터 ‘디스플레이 굴기’를 표방하며 한국 따라잡기에 열을 올렸다. HKC도 BOE와 함께 중국 당국의 ‘디스플레이 굴기’ 전략에서 선봉을 맡았다. HKC의 몐양시 공장은 TV 등에 들어가는 8.6세대 LCD 생산라인(H4)이 주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