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코로나 바이러스, 습도·온도 낮고 미세먼지 농도 높으면 감염률 상승"
  • ▲ 서울 구로고대병원 입구에 붙은 안내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울 구로고대병원 입구에 붙은 안내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된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 폐렴(우한폐렴)으로 전 세계가 긴장 상태다. 국내에서도 지난 22일 전북 전주와 광주광역시에서 의심 환자 2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우한폐렴에 걸릴 가능성을 낮출 수는 없을까.

    습도 높이면 바이러스 감염률 낮아져

    지금까지 알려진 코로나 바이러스는 6종류다. 이 가운데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도 있다. 우한폐렴은 새로 발견된 변종이다. 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떨어진 인체에 침투한다.

    인체 면역력은 낮은 온도보다 낮은 습도와 관련이 깊다는 것이 의료계의 연구 결과다. 특히 겨울철 실내습도가 30% 미만이 되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서 바이러스 등이 침입할 틈을 준다.

    2015년 국내 메르스 대유행 당시 원인균인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도 20도, 습도 40%에서 48시간 넘게 생존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반면 온도 20도, 습도 70%에서는 89%가 사멸했다고 한다. 실제로 대유행하던 메르스는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되면서 환자가 크게 줄었다. 우한폐렴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므로 습도와 상관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다.

    “미세먼지 심하면 바이러스 감염 잘된다”

    의학신문은 지난해 12월 인제대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겨울철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수록 독감 감염률이 증가한다는 내용이었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양윤준 교수팀이 2016년부터 2017년까지 각종 급성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는 7가지 바이러스 감염률과 미세먼지 변화율을 주간 단위로 수집해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PM 10) 주간 농도가 1㎍/㎥ 높아지면 독감 감염률이 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 ▲ 4년전 메르스 사태 당시 장마가 시작되면서 환자 발생이 크게 줄어든 바 있다. ⓒ2015년 6월 12일 연합뉴스TV 보도 캡쳐.
    ▲ 4년전 메르스 사태 당시 장마가 시작되면서 환자 발생이 크게 줄어든 바 있다. ⓒ2015년 6월 12일 연합뉴스TV 보도 캡쳐.
    양 교수팀이 연구한 독감 원인균 가운데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세먼지가 많아지고 상대습도와 기온이 낮아질수록 감염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PM 10 주간 농도가 1㎍/㎥ 증가하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률은 2% 증가했다.

    양 교수는 PM 10만을 대상으로 연구했지만 PM 2.5나 PM 1.0 등 초미세먼지 또한 인체 면역력을 낮추므로, 우한폐렴 등의 감염률을 높일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설 연휴 주의해야 할 점

    질병관리본부는 우한폐렴 감염 예방대책으로 외출 전후 흐르는 물에 손 씻기, 마스크 쓰기와 함께 해외여행 후 고열·오한·호흡곤란 등 증상이 있으면 병원이 아닌 1339로 연락해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그렇다면 이것만으로 우한폐렴 예방이 충분할까.

    설 연휴에만 중국인 관광객 13만 명이 입국하는 가운데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 만큼이나 중요한 일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는 것이다. 극장이나 백화점 등이 대표적이다. 혼잡한 식당에 가는 것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우한폐렴과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비말(飛沫, 튀는 침 또는 콧물·눈물)로 감염된다. 이를 막는 데는 평범한 마스크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비말 감염’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보면 수많은 사람이 사용했던 집기·식기·컵 등을 사용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위생적이지 않은 식당 등은 특히 위험하다.

    설 명절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였다고 해서 지병이 있는 사람이나 노인·영유아를 데리고 혼잡한 곳에 가는 것도 되도록 삼가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23일 중국 당국이 공개한 사망자 명단을 보면 80대 8명, 70대 2명, 60대 5명, 50대와 40대 각 1명이었다. 고혈압·당뇨 등 지병이 있는 사람이 많았다.

    우한폐렴은 치료약이 없다. 격리한 뒤 환자의 생체면역력을 높여 자연적으로 바이러스 저항력을 키우는 방법뿐이다. 이를 생각하면 예방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