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3원칙' 요구→ 수용하고 혁통위 구성했더니→ 당대당 협상 요구→ 박형준 위원장 사퇴요구
  • ▲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16일 제3차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새로운보수당이 자유한국당에 양당 협의기구를 제안한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뉴시스
    ▲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16일 제3차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새로운보수당이 자유한국당에 양당 협의기구를 제안한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뉴시스
    새로운보수당이 보수통합 논의에 제동을 거는 듯한 행보를 계속하면서,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에 참여한 다른 세력들의 비판을 자초했다. 

    당초 '보수 재건 3원칙'이 받아들여질 경우 조건없이 통합에 임하겠다던 새보수당은 혁통위와 별개로 자유한국당에 당 대 당 협의체 구성을 제안함과 동시에 박형준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 같은 새보수당의 잇따른 돌발행보에 혁통위와 한국당 내부에서는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지난 15일 한국당에 '보수 재건과 혁신 통합' 협의체를 제안하며 "양당 간 대화 채널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하 대표는 "보수 재건과 혁신 통합의 실질적 대화를 위해 양당 간 협의체를 구성하자"며 "혁신통합추진위원회는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임의기구이기 때문에, 보수 재건과 혁신 통합을 향한 효율적이고 진정성 있는 논의를 위해 양당 간 대화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우선 양당 간 논의를 중심으로 그 원칙에 동의하는 세력들과 논의를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새보수 요구로... 안형환·김은혜·신용한 자진사퇴

    새보수당의 당 대 당 통합기구 설치 주장에 16일 제3차 혁통위 회의에 참가한 위원들은 새보수당에 해명을 요구했다. 앞서 15일 오전 혁통위 회의에서는 새보수당 측의 주장으로 기존에 선임됐던 위원 3명이 자진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새보수당 측은 안형환 국민통합연대 사무총장과 혁통위 대변인으로 선임된 김은혜 전 MBN 특임이사,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이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며 이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3명의 위원은 대승적 차원에서 자진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통위에 위원으로 참여하는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는 "어제 세 분의 위원이 정치하기 위해 그만둔 것처럼 전달되고 있는데, 이는 새보수당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며 “새보수당에 분명하게 해명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며 새보수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김 교수는 "(새보수당이) 멀쩡한 세 분에게 사퇴까지 요구했는데,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대표라는 분이 당 대 당 통합을 요구하고, 혁통위에 요구할 건 다 한다"며 "한국당에서 통합신당 관련 말은 자제하는데, 당 대 당 통합을 논의하자는 주장은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갑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상임대표도 "혁통위를 각 정당에서 파견해놓고 밖에서 통합문제를 다르게 얘기하면 나무에 올려놓고 흔드는 격"이라며 "통합은 여기에서 해야지 밖에서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새보수, 이번엔 박형준 위원장 사퇴 요구… 신용한 "답답할 따름"

    새보수당의 돌발행동은 끝이 아니었다. 16일 오후 새보수당은 박형준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지상욱 새보수당 대변인은 16일 논평을 통해 박 위원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지 대변인은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간 통합 논의는 정당 차원에서 정치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박형준 위원장은 자유한국당 대변인이다. 중립성을 위반한 박형준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다"며 위원장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 

    새보수당의 요구로 위원직을 사퇴한 후 전략단장으로 혁통위 활동을 이어나가는 신용한 전 위원은 황당해 했다. 신 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새보수당에서 혁통위가 요구해 대승적 통합 논의를 위해 사퇴를 받아들였다"며 "그런데 바로 직후에 한국당에 당 대 당 협의기구를 제안하고, 오늘 혁통위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았던 지상욱 의원이 느닷없이 박형준 위원장의 사퇴를 주장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결과를 맺기 위한 산고의 과정으로 이해한다"며 통합 논의를 지속할 것임을 비쳤다.

    유승민, 새보수당 공식 입장과 다른 반응... "트집 잡기" 비난 쇄도

    문제는 새보수당의 공식 견해와 당의 창당을 사실상 주도한 유승민 의원의 태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우리공화당과 통합 논의를 한다는 것을 문제 삼으며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했는데 그 반대세력과 통합한다는 것은 통합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한국당 중심으로 통합하고 거기에 우리 숫자 몇 개 붙인 걸 새집 지었다고 생각하겠느냐"며 통합에 부정적인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새보수당의 당 대 당 통합 논의 주장과 혁통위 논의 과정에서 보인 새보수당의 행태를 '트집 잡기'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 ▲ 자유한국당에서는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에서는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종현 기자
    혁통위에 한국당 대표로 참여하는 이양수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기존에 새보수당 측과 만나던 저와 홍철호 의원이 있는데, 굳이 새로운 기구를 만들자고 하니 참 난감한 노릇"이라며 "이 사람하고 얘기해 놓으면 저 사람이 뭐라고 하니, 도대체 어떻게 협상해야 할지 모르겠다. 유승민 의원은 또 대화를 안 한다며 완고하게 나오니 정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 의원은 "우리공화당과 협상은 지금 없는 상태"라며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결혼하는데, 우리공화당이랑 결혼하려는 것 아니냐고 따지는 이해 못할 경우"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보수 재건 3원칙'을 수용하라고 해서 시민단체가 나와 혁통위 판을 깔아줬고, 우리가 수용했다. 이제 혁통위에서 논의하려니, 당 대 당 협상을 하자고 한다"며 "새보수당 의원 8명을 다 따로 만나 협상해야 할 것 같다"고 난감해 했다.

    정태옥 한국당 의원은 "유승민 의원이 트집 잡기와 몽니로 통합 논의에 재를 뿌리고 있다"며 "대의명분으로 통합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유승민 의원은 자기에게 큰 떡을 안겨주지 않으면 안 하겠다는 식이다. 당내에서는 친박과 비박을 막론하고, 유승민 의원이 욕심을 내고 몽니를 부린다고 불쾌해 한다"며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정 의원은 "이런 식으로 논의에 협조하지 않고 총선에 패배한다면 (유승민 의원은) 총선 패배의 최고책임자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병국 "양당 기구 추진은 세부 대화 하자는 이야기"

    새보수당의 견해는 달랐다. 정병국 새보수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새로운 양당 협의기구를 만들자는 것은 실무적이고 세부적인 논의를 하자는 것"이라며 "혁통위는 우리가 통합하는 데 있어서 통합정신과 중도보수를 흡수하는 일을 하고, 당 사이의 통합은 당의 간판을 내려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논의의 깊이가 달라야 하지 않겠느냐 해서 (양당 합의기구를) 제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어 "만나서 서로 대화하면 오해가 없을 텐데, 자꾸 언론에 자기의 입장만 말하다 보니 논의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