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정해진 것 없다”… 외교부 “파병 논의” 말 달라… "또 대북지원 모색" 관측
  • ▲ 지난해 2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있었던 한미 외교장관 회담.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전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2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있었던 한미 외교장관 회담.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전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경화 외교장관이 한미 외교장관 회담 참석을 위해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외교부는 강경화 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 파병,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군 당국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해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히고 있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미국에서 14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이어서 강 장관이 사실상 미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러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 논의할 것”

    한미 외교장관 회담은 14일(현지시간) 열린다. 뉴스 1은 13일 “강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를 비롯해 교착 상태인 미북 대화, 해를 넘긴 방위비 협상 등 어려운 숙제를 안고 방미길에 오른다”며 그의 방미 소식을 전했다. 도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장관도 같은 기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통신은 관측했다.

    외교부는 “한미 외교장관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상황 평가와 향후 대응 방안, 한미 관계의 포괄적·호혜적 발전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며 “최근 중동 정세를 포함한 지역 그리고 국제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은 이어 “지난 9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 시에는 청해부대 활용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면서 “이번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미국이 요청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파병을 할 경우 이란과의 관계 악화가 불가피하고,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어 정부는 고심이 깊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파병? 아직 아무 것도 확실한 것 없다”

    하지만 국방부는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 정해진 정부의 입장은 아무 것도 없다”고 13일 밝혔다.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 해군을 단독 파병한다는 사실이 맞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아무 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고 답했다.

    최현수 대변인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서는 파병 부대나 규모는커녕 파병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현재 정부는 이 주제에 대단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 결정이 일본보다 한참 늦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최 대변인은 “일본은 그들만의 입장이 있는 것이고, 현재 북한과 군사적 대치를 하는 우리는 파병을 그들처럼 결정할 수가 없다”며 “호르무즈 파병에 관해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추측 기사를 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 ▲ 지난해 12월 4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는 정은보 대표.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12월 4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는 정은보 대표.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방부 답변 대로라면, 강 장관은 아직 가부 결정도 되지 않은 파병을 두고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이 주제에 대해 논의한다는 말이다.

    방위비 협상 대표 “한미 간 이해의 폭 확대해 나가는 중”

    강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과 협의를 할 것이라는 한미 방위비 분담협상에 대해서는 한국 측 대표가 언론에 직접 설명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정은보 한미 방위비 분담협상 대사는 이날 오전 8시 30분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미국도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의 틀 내에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한국의 주장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정은보 대사는 “지금까지 5번의 협상을 해오는 과정에서 한미 간에 여전히 입장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동안 많은 논의 과정에서 서로 이해의 폭을 확대하고, 일정 정도의 진전도 이뤄오고 있다”고 자평했다. 정 대사는 “협상이 기존의 SMA 틀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한국이 직간접적 측면에서 한미 동맹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액수 조정, 미국 무기 구매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숫자는 말할 수 없다”며 밝히지 않았다. 즉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응하는 일은 정 대사가 도맡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외교장관이 더할 일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제재 회피 대북지원 설명하려 강 장관 보냈나

    이런 이유 때문에 일각에서는 강 장관의 이번 방미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대북구상, 즉 대북제재 대상이 되지 않는 분야를 활용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방안과 관련해 미국을 설득하러 가는 게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올 들어 북한 관광 비자를 받으면 방북을 허용할 것이라거나 김정은의 답방을 바란다는 주장을 펴왔다. 미국은 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7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KBS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답방이나 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등에 대해서는 미국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하순에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것도 문재인 정부가 신년 대북정책을 미국에 설명하기위해 강 장관을 보낸 게 아니냐는 의문에 힘을 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