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가혹한 보복" 다짐… 美국방 “게임 달라졌다" 대응조짐 보이면 선제공격
  • ▲ 미군의 공습 이후 솔레이마니 일행이 탄 차의 형체.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군의 공습 이후 솔레이마니 일행이 탄 차의 형체.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국방부가 이란의 쿠드스(Quds)군 사령관을 제거했다고 공식확인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 장군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쿠드스군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예하 조직으로, 단순한 부대가 아니라 해외에서 시아파 이슬람혁명을 조장하는 해외공작 전문 조직이다

    미 국방부 “솔레이마니, 미국인 해치려 꾸준히 계획 세웠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3일(이하 현지시간) 바그다드국제공항에 도착해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중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함께 차량에 탑승했던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인민동원군(PMF) 부사령관도 숨졌다. 알-무한디스는 지난해 12월31일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이 헤즈볼라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을 때도 포착된 친이란 무장조직 지휘관이다.

    미 국방부는 “솔레이마니 장군은 (이라크) 전역에서 미국 외교관과 정부 관계자들을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면서 “우리는 이란이 미래에 (미국인을 향해) 저지를 공격을 막고자 공습했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는 “솔레이마니는 최근 벌어진 바그다드 미국대사관 공격과도 관련있다”고 비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휴가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가 제거됐다는 소식이 보도된 뒤 트위터에 성조기만 올렸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솔레이마니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은 미국을 맹비난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미군 헬기가 공항 근처에서 솔레이마니 장군을 비겁하게 공격, 순교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아야톨라 “순교자를 공격한 범죄자, 가혹한 보복 받을 것”

    이란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성명을 내고 “지구상에서 가장 잔인한 자들이 세계의 악에 대항해 용감하게 싸워온 고귀한 장군을 암살했다”면서 “솔레이마니 장군을 암살한 자들은 가혹한 보복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 부대 사령관의 생전 모습.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 부대 사령관의 생전 모습.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메네이는 솔레이마니 사망에 따라 3일간의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순교자 솔레이마니와 다른 순교자를 공격한 범죄자들은 가혹한 보복을 받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란 권력서열 1위인 종교지도자 하메네이가 직접 복수를 다짐한 이유는 솔레이마니의 역할 때문이다.

    솔레이마니, 이란 영향력 넓히던 해외공작 책임자

    솔레이마니는 이란의 이슬람혁명을 주도한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제자다. 그는 1980년 9월 이란-이라크전쟁이 발발하자 직업군인의 길을 걷는다. 1990년대 초반 이슬람혁명수비대 지역사령관을 거쳐 1998년 쿠드스군 사령관이 됐다.

    쿠드스군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예하의 단순한 부대가 아니라 해외에서 시아파 이슬람혁명을 조장하는 해외공작 조직이다. 정확한 병력 수도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에서 이슬람혁명이 완성된 뒤인 1980년 창설된 쿠드스군은 이란-이라크전쟁 때 사담 후세인에 맞서 싸우는 쿠르드족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레바논 내전, 보스니아 내전, 발루치스탄 분쟁, 미국의 이라크 침공, 시리아 내전 등 이슬람 종파와 관련있는 해외 전쟁에 개입했다. 이를 통해 곳곳에 친이란 무장조직을 만들었다.

    솔레이마니는 이런 해외공작을 지휘한 인물로, 이슬람 패권을 추구하는 이란에는 누구보다 중요한 인물이었다. 솔레이마니와 그의 상관인 아야톨라는 2010년부터 미국과 이스라엘 등을 공격하는 데 카타이브 헤즈볼라 같은 친이란 무장조직을 앞세우기 시작했다.
  • ▲ 지난해 12월 31일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 지붕과 시설물에 불을 지른 뒤 환호하는 친이란계 시위대.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12월 31일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 지붕과 시설물에 불을 지른 뒤 환호하는 친이란계 시위대.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에스퍼 장관 “이란 위협하면 선제대응 할 것”

    한편 미국의 솔레이마니 제거에 따라 이란의 보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미국은 예전과 달리 이란과 정면충돌을 피하지 않는 모습이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2일 “이제 게임은 바뀌었다”며 “이란이 추가로 도발할 조짐을 보인다면 선제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지난해 12월27일 이라크에서 미국인을 살해한 친이란 무장조직은 곧 미국의 군사력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솔레이마니와 알-무한디스 등 친이란 무장조직 고위층 7명이 제거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솔레이마니를 제거한 뒤에도 “이라크 정부가 우방국인 미국의 대사관을 지킬 의지가 별로 없는 것 아니냐”며 “이라크에서 (친이란 진영에 대한) 추가적인 보복이 준비돼 있다”고 말해 언론을 놀라게 했다.

    이처럼 미국이 이란의 위협에 유례 없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외신들은 이라크에서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