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막겠다”장담하더니, 선거법, 공수처법 모조리 내줘… "전략 실패”지적 분출
  •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30일 임시국회 본회의를 끝으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법(공수처법)이 모조리 통과됐다. “목숨 걸고 막겠다”던 제1야당의 ‘완패’다. 이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뚜렷한 대안 없이 강경투쟁으로 일관하다 무기력하게 '2대 악법'을 다 내줬다는 책임론을 면치 못하게 됐다. 

    8일간 단식, 국회의사당 규탄대회, 14일간 철야농성...

    8일간 단식, 국회의사당 규탄대회, 14일간 철야농성.... 황 대표가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을 막겠다”며 지난달 20일부터 보인 행보다. 지난 9월16일 조국 당시 법무부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벌인 삭발투쟁이 의외의 ‘선방(善防)’을 거두자 줄곧 강경투쟁의 길을 걸은 것이다. 그러는 동안 황 대표는 “나를 밟고 가라” “목숨 걸고 막겠다” 등의 발언으로 결연한 투쟁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황 대표는 이번 정국 내내 ‘무타협,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는 모습이었다. 우파 야당 일각에서는 "여야 '4+1 협의체'의 정략적 공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타협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황 대표는 줄곧 강경론을 유지했다. 

    실제로 지난 28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수처법 필리버스터 직후 '4+1 협의체'의 합의안에 대한 수정안을 내자, 한국당 일각에서는 "권은희안을 ‘전략상’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런데 여기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론을 내세운 게 황 대표라는 후문이다. 황 대표는 기자들에게도 줄곧 “일관된 원칙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호언장담과 달리 황 대표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을 모두 내주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황교안식 투쟁전략이 완벽히 실패한 셈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뚜렷한 대책 없이 투쟁만 지속하다 보니 피로감이 쌓인 게 사실”이라며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으면 모를까, 결국 저쪽(여권)에서 원하는 대로 다 됐다. 전략적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고 아쉬워했다. 

    ‘전략 실패’하고도…  대권행보 연상케 하는 일정 잡아

    그럼에도 황 대표는 또 다시 장외투쟁에 '올인'할 기세다. 한국당은 오는 1월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대 독재악법, 3대 국정농단 국민대회‘를 연다. 황 대표는 이날 ’국민 속으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연사로 나선다. 

    황 대표는 이에 앞서 공수처법이 통과된 지 하루 만인 31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우리시장을 방문했다. 연말연시 민생현장을 방문하겠다는 명목이지만, 후속대책은커녕 대권 행보를 연상케 하는 일정에 집중하면서 원내 사정과는 동떨어진 행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설상가상으로 한국당이 공수처법 통과 직후 의원총회에서 결의한 ‘의원직 총사퇴’ 역시 회기 중에는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되거나 회기가 아닐 때는 국회의장 결재가 필요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준표 “무능, 무기력, 쇼만 하는 야당… 지도부 총사퇴해라”

    상황이 이쯤 되자 일각에서는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통합 비대위나 구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전 대표는 “의원직 총사퇴서 내지 말고 그럴 바엔 내년 총선에 모두 불출마하라. 무능, 무기력에 쇼만 하는 야당으로는 총선 치르기가 어렵다”며 “그러니 정권 심판론이 아닌 야당 심판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홍 전 대표는 이어 “석 달 전 패스트트랙 합의 처리를 내걸고 정기국회 보이콧하고 의원직 총사퇴하라고 조언했을 때는 계속 국회의원 노릇 하겠다고 우기지 않았나”라며 “지도부가 잘못된 결정을 했으면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제 선거 앞두고 할 일도 없는 국회의원들인데, 국회의원 총사퇴 카드가 또 무엇을 보여주려는 쇼인가”라고 개탄하며 “나는 이미 내 선거만 하겠다고 했으니 걱정 말고 통합 비대위 구성해서 새롭게 출발하라. 그래야만 야당이 산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