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 지수대, '김학의 성폭행' 사건 재수사… 검찰 2번, 현 정부 과거사위도 무혐의 결론
  •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정상윤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정상윤 기자
    경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별장 성접대'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했다. 최근 김 전 차관 등으로부터 성폭력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이들을 재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전 차관과 윤씨는 '성접대' 의혹에 대해 검찰에서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경찰의 재수사에 대해 국민적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특수강간 등 혐의로 재고소된 김 전 차관과 윤씨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 중이다. 지수대는 또 한국여성의화 등 여성시민단체가 지난 2013년과 2014년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한 수사검사들에 대해 "봐주기 수사"라며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함께 수사한다.

    검찰 2번·과거사위 1번 '무혐의' 판단… 경찰, '직권남용' 검사도 수사

    김 전 차관은 2006~07년께 윤씨의 별장에서 13차례에 걸쳐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 전 차관은 이 사건과 관련해 총 세 번의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2013년과 다음해인 2014년 김 전 차관을 조사했으나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어 지난 3월 법무부 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를 권고하면서 '김학의 수사단'이 다시 수사를 벌였다. 

    김학의 수사단은 지난 6월 김 전 차관을 △2007~08년 윤씨로부터 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점(뇌물) △2008년 건설업자 윤씨가 여성 A씨에게 준 가게 보증금 1억원을 돌려달라고 하자, 김 전 차관이 이에 개입해 윤씨로 하여금 1억원을 포기하게 만든 점(제3자뇌물) △2008~11년 사업가 최모 씨로부터 3000여 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점(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다만 김 전 차관의 성범죄 혐의는 제외됐다. 수사단은 과거사위의 권고에 따라 김 전 차관의 강간 및 특수강간 혐의 공범 여부를 수사했지만 폭행이나 협박 등 유형력을 동반한 성폭행 혐의와 그 고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 "피해여성 PTSD 발병 기준 공소시효 지나지 않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지난 11월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성접대 의혹에 대해서도 공소시효(10년)가 만료됐다며 면소(免訴)를 선고했다. 면소는 소송 조건이 결여돼 기소를 면제한다는 의미다.

    이에 피해자는 지난 18일 경찰청에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 전 차관의 범행 발생 시점이 아닌 자신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정신적 상해 발병 시점 기준으로는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아 특수강간·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같은 날 여성단체들도 2013년과 2014년 김 전 차관에게 무혐의 처분한 검사를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의 이 같은 재수사 방침에 법조계는 물론 경찰 내부에서도 '저의가 뭐냐'는 반응이다. 한 법조인은 "김학의 전 차관의 성범죄에 대해선 검찰에서 두 차례, 문재인 정부의 과거사위에서도 무혐의로 결론 내린 사안"이라며 "공수처법안에 대한 국민 여론이 첨예한 상황에서 이런 사건을 재수사하겠다는 경찰의 저의가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경찰 간부는 "고발사건에 대해 수사하는 게 맞다"면서도 "하지만 시기적으로 (공수처법안과 관련) 민감한 때 이런 내용을 언론에 흘리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검찰과 법원에서 이미 결론내린 사안인데, 이를 뒤집을 만한 '스모킹 건'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