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뮤지컬 '빅 피쉬' 대본을 쓴 존 어거스트.ⓒCJ ENM
    ▲ 뮤지컬 '빅 피쉬' 대본을 쓴 존 어거스트.ⓒCJ ENM
    "한국말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배우들의 멋진 목소리로 '빅 피쉬'의 넘버를 부르는 것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무대는 물론 배우들의 호흡에도 놀라웠다."

    최근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가족과 함께 내한한 극작가 존 어거스트(John August·49)는 뮤지컬 '빅 피쉬' 한국 프로덕션의 매력을 치켜세우면서 이같이 말했다.

    '빅 피쉬'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뮤지컬 대본 작업을 한 존 어거스트는 지난 25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한 후 "여러 버전의 프로덕션을 봤지만 한국은 배우, 무대, 스케일 등이 놀라웠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요소들이 결합돼 있었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공연의 첫 시작인 '이야기의 주인공'을 마지막 커튼콜에서 관객들과 함께 박수를 치며 부르는 장면은 배우들이 캐릭터를 벗어나 관객들과 호흡하는 순간으로 매우 인상 깊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넘버가 머리 속을 맴돌도록 마치 관객들을 위한 선물과 같았다"고 덧붙였다.

    '빅 피쉬'는 CJ ENM이 '킹키부츠', '보디가드'에 이어 글로벌 공동프로듀서로 참여한 세 번째 뮤지컬이다.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후 6년만인 12월 4일 국내 초연을 올렸다. 작품은 다니엘 월러스의 동명 소설(1998)과 팀 버튼 감독의 영화(2003)로 잘 알려져 있다.

    어거스트는 "원작소설을 20년 전에 읽고 저와 아버지와의 관계를 떠올리며 아들 윌의 관점으로 집필했다. 당시 아버지를 굉장히 사랑했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뮤지컬 가사에 '서로를 잘 아는 낯선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저와 아버지의 그런 관계를 착안해 작품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 ▲ 뮤지컬 '빅 피쉬' 공연 장면.ⓒCJ ENM
    ▲ 뮤지컬 '빅 피쉬' 공연 장면.ⓒCJ ENM
    '빅 피쉬'는 허풍쟁이 아버지 에드워드가 전하고자 했던 진실을 찾아가는 아들 윌의 여정을 통해 우리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는 작품이다. 이번 초연은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 버전의 장점을 모아 국내 정서에 맞는 한국만의 새로운 스타일로 탄생시켰다.

    어거스트는 "소설을 탈고하면 끝이고 그 형태로 영원히 가지만, 연극과 뮤지컬은 계속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게 작가로서 보람을 느낀다"며 "영화에서는 캐릭터의 내면을 세세하게 드러내기 쉽지 않다. 뮤지컬에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노래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빅 피쉬'는 어거스트가 다니엘 월러스로부터 원작의 판권을 사들여 팀 버튼에게 먼저 제안하면서 영화로 만들어졌다. 어거스트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프랑켄위니' 등 주로 팀 버튼 감독 작품의 극본을 맡아 함께 호흡을 맞췄다. 최근에는 동명의 애니메이션 실사영화 '알라딘'의 각본에 참여했다.

    그는 소설과 다른 점으로 아들 윌의 직업과 수선화 장면 두 가지를 꼽았다. "원작에서는 윌의 직업이 특정되지 않았다. 기자는 사실을 쫓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버지 에드워드와의 대조를 보여주고 싶었다. 수선화 프러포즈도 등장하지 않는다. 노란색을 좋아하는 산드라에게 에드워드가 어떻게 프로포즈를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다."

    마지막으로 어거스트는 "뮤지컬 '빅 피쉬'는 남녀노소 모든 관객을 위한 작품이다. 아이들은 하나의 큰 인생 이야기를, 성인 관객들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나아가 한 가족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며 "젊은 관객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중장년층에게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추억할 만한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에드워드' 역에 남경주·박호산·손준호, 에드워드의 아내 '산드라' 역 구원영·김지우, 아들 '윌'은 이창용·김성철·, 윌의 약혼자 '조세핀' 역은 김환희가 출연한다. 공연은 2020년 2월 9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