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보자 확정되면, 실제 공약 갖고 선거 교육… 추진단장에 참여연대 출신 장은주 교수
  • ▲ 서울시교육청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시교육청 전경. ⓒ뉴데일리DB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총선 모의선거 교육을 실시할 초·중·고 40곳을 선정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총선에 맞춰 학생들에게 선거 교육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교육계는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교육청이 과거 ‘자유한국당 퇴출’을 주장했던 인사를 해당 프로젝트 추진 단장으로 임명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교육청 단위로는 처음으로 ‘2020 총선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 실천 학교 모집에 나섰다. 23일 시교육청의 학교 선정 결과에 따르면, 고등학교가 19곳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교 11곳, 초등학교 10곳 등 총 40곳이 선정됐다. 학교 유형별로 보면 공립학교가 30곳, 사립학교가 10곳이다.

    모의선거 교육은 내년 3월 지역구 후보자가 확정되면 바로 실시한다. 학생들이 실제 후보의 공약을 분석하고 실현 가능성을 토론하면서 모의투표까지 하는 게 핵심이다. 교육청은 이달 중 이들 학교에 선거용품을 구입하는데 사용하는 ‘수업실천지원금’을 각 50만원씩 지급할 예정이다. 내년 2월경에는 수업 교사들에게 △수업계획 공유 △선거법 준수 유의사항 안내 △사회현안 교육 원칙 등을 안내할 실천교원연수를 진행한다.

    정영철 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 과장은 이날 “공약의 내용을 분석하는 문해력, 거짓 공약이나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걸러내는 판단력 등 제대로 된 참정권을 행사하는데 필요한 능력은 하루 아침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 과장은 “이는 민주주의 제도를 이해하면서 토론하고 체험하는 과정과 시행착오를 통해 길러진다”며 “이러한 점에서 모의선거를 통한 청소년의 참정권 교육은 현재의 유권자와 미래의 유권자에게 매우 필요한 교육 영역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교육이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적 소양을 함양하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부터 초·중·고 40곳서 총선 모의선거 교육 실시

    교육청은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해당 선거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지만, 교육계는 선거 교육의 편향성을 우려하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앞서 정치편향 교육 논란을 빚은 인헌고 사태에 대해서도 눈감은 교육청인 만큼 모의선거 교육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교육청은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모의선거 교육을 실시하는 40개 학교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불필요한 논란을 확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단체의 한 관계자는 “선거교육의 필요성과 그 취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과거 교육청이 보여준 행태를 볼 때 이번 선거교육 과정에서도 별다른 논란 없이 계획을 실행할 수 있을지 걱정 된다”고 우려했다.

    교육청은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 추진단(이하 추진단)’을 설립해 편향 교육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추진단은 모의선거 교육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정치편향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들을 감시하고, 문제 소지가 있을 경우 시정을 권고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교육청이 해당 프로젝트 추진단장에 과거 편향적 발언으로 문제를 산 인사를 임명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프로젝트 추진단장에 참여연대 출신 장은주 교수… 편향 논란

    추진 단장은 참여연대 소속 참여사회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는 장은주 영산대 교수가 맡았다. 장 교수는 지난 2017년 12월 한 신문 칼럼에서 “자유한국당은 유사-파시스트 수구 정당일 뿐”이라며 “지방선거와 다음 총선을 통해 이 당을 완전히 퇴출하거나 최소한 주변화하지 않고는 이 땅의 건강한 민주주의 발전과 촛불혁명의 완수는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장 교수는 또 조국 전 법무장관 파문이 커질 당시 "검찰이 불쏘시개를 제공하고 언론이 기름을 붓고 적폐 야당이 그 불길 앞에서 칼춤을 추는 형국"이라며 공수처법 통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에 공동발의자로 지난 9월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프로젝트 실무를 맡기로 한 단체도 논란의 대상이다. 교육청은 모의선거를 진행할 단체에 ‘징검다리 교육공동체’와 ‘한국YMCA전국연맹’을 추가했다. 징검다리 교육공동체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받은 곽노현 전 교육감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곳이다.

    이를 두고 교육계는 모의선거 교육이 인헌고 사태처럼 정치편향 교육을 불러일으키고, 교실 내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며 수업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는 “선거수업 과정에서 교사의 지도방식에 대한 시비와 갈등이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고, 학생 간 찬반 갈등이 격화돼 교실이 진영대결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총 관계자는 “제2, 제3의 인헌고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특정 성향의 단체가 선거교육을 맡을 경우 교실 정치화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교육 활동에서 정치 활동의 성격이 의심되는 행위가 조금이라도 있어선 안 된다”며 “또한 그 특별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전력이나 배경이 한쪽으로 편향돼 있다면 이는 더욱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미성년 학생들에게 선거 교육을 하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큰 사안인데, 아직 선거법도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청이 나서서 학생들에게 정치활동 교육을 하는 건 위험하고 설익은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