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중국에 '미사일 조기경보' 방어 기술만 제공... 군사동맹과 다르다" 궤변
  • ▲ 연말 기자회견을 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연말 기자회견을 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는 중국과 군사동맹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군사동맹을 만드는 것은 비생산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미국이 쿠릴 열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며 미국과 일본을 싸잡아 비판했다.

    “러시아·중국, 군사동맹 아냐…약간의 군사기술 제공할 뿐”

    러시아 투데이(R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열린 연례 기자회견에서 “최근 러시아와 중국 간의 군사·과학적 협력은 향후 군사동맹으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이냐”라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전략적 파트너인 중국이 순수 방어용인 ‘미사일 조기경보체계’를 만드는 것을 돕고자 방어용 기술을 제공하고 있을 뿐”이라며,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은 동아시아에서 일본, 한국과 군사동맹을 결성하려는 미국의 행동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 스스로 그런 체계(미사일 조기경보체계)를 만들 수 있지만, 우리가 도와서 만드는 속도를 좀 더 빨라지게 했다”며 “이에 반해 미국 정부의 동아시아 지역 접근방식(한미일 군사동맹 결성)은 ‘반생산적(counterproductive)’”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미국은 지난 몇 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군사동맹을 결성하려 노력했다”며 “2017년부터 ‘4자 안보대화’라는 명목 아래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비공식적 안보동맹을 구축하려 노력 중”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9월 열린 ‘4자 안보대화’가 기존의 실무자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 4개국 외교장관이 참석한 것도 이런 미국의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신문은 주장했다.

    “미일안보조약 때문에 일본과 평화협정 맺기 어려워”

    푸틴 대통령은 또한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동아시아 배치 계획’을 거론하며, “일본과 평화협정을 맺고 싶지만, 미일안보조약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 지난 8월 일본이 북방영토라 부르는 남쿠릴 열도를 찾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8월 일본이 북방영토라 부르는 남쿠릴 열도를 찾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니혼게이자이(이하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 섬(일본이 북방영토라 부르는 남쿠릴 열도)에 미국이 공격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러시아가) 일본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데 미일안보조약이 방해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미국이 일본 땅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기로 합의했다는 정보가 있는데 이는 러시아를 향한 위협”이라면서 “러시아와 일본 간의 평화협정체결 문제에서 여전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는 소위 ‘북방영토(남쿠릴 열도)’를 둘러싼 분쟁에서 러시아가 일본과 합의해줄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신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무승부’라는 유도용어를 사용하며 일본과 러시아 양국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자며 일본과 계속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러-중, 지난해 ‘보스토크 훈련’, 올해 군사협정 체결추진

    “러시아는 중국과 군사동맹을 만들 생각이 없다”는 푸틴 대통령의 말은 양국이 지난해부터 보여온 행태와는 거리가 멀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해 9월 시베리아 일대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한겨레 신문의 러시아 국방부 인용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9월 11일부터 17일까지 동시베리아 훈련장 5곳, 동해, 베링해, 오호츠크해 일대에서 병력 30만 명, 탱크 등 전투차량 3만 6,000대, 전투기 1,000대 이상이 참가한 ‘보스토크(Восто́к, 동방) 2018’ 훈련을 실시했다. 신문은 “냉전 때였던 1981년 ‘자파드 1981’ 훈련 이래 최대 규모”라고 덧붙였다.
  • ▲ 지난해 9월 열렸던 러시아-중국 연합훈련 '보스토크 2018'의 한 장면.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9월 열렸던 러시아-중국 연합훈련 '보스토크 2018'의 한 장면.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시 중국 신화통신은 “중국군 3200명, 차량 1000여 대, 전투기와 헬기 30대가 ‘보스토크 2018’ 훈련에 참가, 러시아군 2만 5000명과 연합훈련을 실시한다”고 전했다. 연합훈련에는 양국이 함께 하는 핵공격 연습도 포함돼 있었다.

    러시아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7월에는 중국과 군사협력협정 체결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시 타스 통신은 “러시아 국방부가 외무부와 협의를 거쳐 제안한, 중국과의 군사협력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각료회의에서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군사협력협정이 상호방위조약이나 안보조약은 아니나 연합훈련 또는 무기 도입, 관련기술 개발 등에서는 상당한 협력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라고 통신은 설명했다. 실제 유리 슈비트킨 러시아 하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도 언론에 “러시아와 중국 간의 군사협력은 연합훈련 확대와 함께 러시아제 무기의 중국수출, 이와 관련 있는 군사기술의 협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이 같은 군사협력은 연합훈련은 고사하고, 군사정보 공유마저도 제한을 받는 한일 간 안보협력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