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국회의장도 아닌 총리후보자가 왜 개헌?… 비판 높아지자 "원론적 얘기" 발 빼
  • ▲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박성원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박성원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후보자가 연일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 후보자는 19일 "정치를 바꾸기 위해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민일보가 주최한 '국민미션포럼' 기조강연에서 "현재 우리 사회가 유례 없는 초갈등사회라는 데 동의한다. 이런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가 밥그릇싸움, 개헌 시급해"

    정 후보자는 여야가 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대치 중인 상황을 두고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정치 현주소가 한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주된 원인은 선거구제 개편 때문"이라며 "밥그릇싸움이라고 하는 국민의 말이 맞다. 개헌과 함께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임시정부 이후 100년의 역사를 지닌 대의민주제가 제 기능을 못하니 광장정치가 판친다"며 "광화문·서초동·여의도에서 집회하는 그룹들이 다 다른 주장을 하는 상태로는 대의민주제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는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시절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책임제가 절충된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주장했다.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내각으로 분산하자는 것이다. 정 후보자는 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된 직후인 2016년 6월 20대 국회 개원사에서도 "개헌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개헌 논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발의한 개헌안이 야당의 거센 반발로 의결정속수를 채우지 못해 '투표 불성립'되면서 동력이 꺼졌다. 당시 문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안은 5년 단임인 대통령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것이었다. 

    이미 정권 후반기, 실현 가능성 부정적

    정치권에서는 정 후보자가 총리에 취임한 뒤 개헌을 추진하는 게 적절하지도 않을뿐더러 실현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20일 통화에서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가 이미 공감하고 있는 문제"라며 "그러나 늘 유력 대권후보자들이 자기가 (대통령) 될 거 같으니까 다 준비해 놓은 밥상을 엎어 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헌이라는 건 일단 권력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 정부는 후반기로 넘어왔다"며 "지금 권력이 어떤 의지를 갖고 있는지가 점점 중요해지지 않게 된 것이다. 실현가능성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국무총리는 정치 아니라 행정 하는 자리"

    대통령이나 국회의장도 아닌 총리후보자 신분으로 개헌을 주장한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왔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국무총리는 정치가 아니라 행정을 하는 자리"라며 "'행정을 한다는 입장에서 개헌을 얘기하는게 맞느냐' 이런 의문이 많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또 "무슨 심오한 뜻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을 얘기한 것도 여러 모로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자신의 개헌 발언에 관심이 쏠리자 20일 출근길에 "평소 개헌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지 않으냐. 그 연장선상에서 현재 우리가 겪는 초갈등사회를 극복하는 데 개헌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주장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정 후보자가 "삼권분립 훼손 논란을 의식해 개헌으로 시선을 돌리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