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주저함 있었다" 알고도 강행 시인… "국민 위해 국회 저버린 정세균" 비아냥 나와
  •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신임 국무총리 인선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신임 국무총리 인선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새 국무총리 후보자에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 '강행'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는 입법부 수장 출신이 행정부 수반 아래서 일하게 되는 것이어서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직접 브리핑을 열고 "문재인 정부 제2대 국무총리로 정세균 의원님을 모시고자 한다"며 "'함께 잘사는 나라'를 이루는 데 크게 기여해 주시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제기된 부적격 논란을 의식한 듯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그러나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면서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제를 잘 아는 분… 대화와 타협 중시"

    이어 "국내외 환경이 여러 가지로 어렵지만, 새 국무총리후보자는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며 민생과 경제를 우선하도록 내각을 이끌고, 국민들께 신뢰와 안정감을 드릴 것"이라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세균 후보자는 우선 경제를 잘 아는 분이다. 성공한 실물경제인 출신이며, 참여정부 산업부장관으로 수출 3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면서 "온화한 인품으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며 항상 경청의 정치를 펼쳐왔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총리에 대해선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셨고, 현장중심 행정으로 국민과의 소통에도 부족함이 없었다"면서 "저로서는 매우 아쉽지만,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신망을 받고 있는 만큼,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직 국회의장 아니라 괜찮다" 靑 또 내로남불!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입법부 수장 출신이 국무총리후보자로 지명된 상황에 대해 "만일 (정 후보자가) 현직 국회의장이면 삼권분립 정신의 위반에 해당한다"면서도 "하지만 경제가 어려운 집권 후반기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내각을 확실히 책임지고 실질적으로 처리해줄 수 있는 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 의원의 총리 지명설이 불거졌을 때 야당에선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입법부 수장을 했던 정 전 의장을 행정부의 2인자로 삼겠다니, 3권분립의 정신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나"라며 "유신독재 시절에나 있음직한 발상이다. 이런 식이라면 인준투표 때 반대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정 총리후보자는 이날 오후 3시쯤 국회 의원회관 3층에서 언론과 약식 브리핑 및 질의응답을 통해 "입법부 수장이 국무총리가 되는 게 격이 안 맞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있어 고민을 많이 한 게 사실"이라며 "주변에서 문제제기도 많았고, 지역구인 종로에서 3선을 준비하려고도 했지만, 국민을 위해서라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의 이 말은 민주주의의 대전제인 3권분립에 위배되는 것으로 '국민을 위해 국회를 저버렸다'는 궤변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정 후보자는 또 "꼬인 정국을 풀고 소통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통한 방법, 인적 소통을 위한 방법 등 이런 저런 방법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겠다"며 "앞서 대통령께서도 지명 이유를 말씀하시면서 화합과 통합을 주문했다. 제가 또 국회의장을 하면서 여야 간의 대화와 협치를 시도해왔다"고 강조하면서 "야당과 소통, 국회와 정부 간의 소통을 강화해서 결국은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