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송병기 압수 문건'서 드러나… '송철호 선거전략' 계획대로 고스란히 실행돼
  • ▲ 지난 2014년 재보궐 선거에서 송철호 후보를 돕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 지난 2014년 재보궐 선거에서 송철호 후보를 돕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30년지기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선거공작을 했다는 의혹이 점점 커져간다. 청와대가 송 시장 측이 만든 주요 선거전략을 지난해 지방선거 전 전폭적으로 수용해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13일 송 시장 측이 만든 '2017년 하반기 선거전략 문건'에 '단독 공천' '현직 장관들의 울산 방문' '청와대와 공약 협의' 등의 계획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은 검찰이 지난 6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집무실과 자택, 차량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다량의 문건 가운데 들어있었으며, 이후 이들 계획은 그대로 실현됐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문건은 송 시장의 선거 캠프가 꾸려진 지난해 2월 이전에 만들어졌다. 문건에는 '송 시장의 당내 경선 승리전략'과 이후 당시 울산시장인 김기현 한국당 후보에게 이기기 위한 '본선 승리전략'이 자세히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다. 문건에는 당내 경선 승리전략으로 'A후보 배제' '(송 시장의) 단독 공천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민주당 지도부는 실제로 지난해 4월 울산을 전략공천지역으로 정해 당내 경선 없이 송 시장을 단독 후보로 공천했다.

    문건에는 송 시장의 선거공약과 관련해 청와대와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의 내용대로 송 시장과 송병기 부시장은 실제로 지난해 1월 청와대 장모 선임행정관을 만나 울산지역 공공병원 건립 공약 등을 논의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시장선거 전에 청와대 인사들과 추가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이를 '사전 입 맞추기'라고 본다.

    현직 장관이 선거 전 여당 예비후보와 '시찰'

    문건에 담긴 '현직 장관의 울산 방문' 역시 현실화했다. 지방선거 8개월 전인 2017년 10월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울산의 반구대를 방문해 암각화 보전 방안과 관련한 보고를 받을 당시, 김 전 장관 옆에서 함께 보고받은 인물은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이 아닌 울산지역 변호사였던 송철호 현 시장이었다. 

    검찰은 특히 이 부분에 주목한다. 환경부는 장관 방문 일정을 울산시청에는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송 시장이 청와대에 환경부장관의 방문을 요청했고, 이후 김 전 장관의 방문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에서 그가 김 전 장관 측과 울산 방문 일정을 사전에 협의한 기록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장관 방문 13일 전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장관도 울산을 찾았다. 김 전 장관은 이때 울산 남구의 테크노산업단지 등을 방문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과 지역 건설업자 류모 씨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류씨는 송 시장이 2014년 울산의 국회의원보궐선거에 나섰을 때 '송철호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심재철 "文, 선거공작 명백하게 설명해야"

    이에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내 소망은 송철호 당선’이라고 했는데, 대통령의 그 꿈이 이런 식으로 실천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의 엉터리 집중 수사가 이뤄졌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 같은 선거공작에 대해 국민들에게 명백하게 설명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효상 한국당 원내부대표는 울산에 대한 정부의 예산 집중지원을 비판했다. 강 의원은 "전국 광역자치단체별 국비예산의 전년 대비 증가폭을 전수조사한 결과, 6개 광역시 중 부정선거 논란이 불거진 울산이 28.2% 증가로 최고를 기록했다"고 꼬집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호형호제하는 송철호 당선을 위한 선거 각본이 얼마나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준비되어 왔는지를 알 수 있다"며 "속속 드러나는 조작선거의 추악한 증거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100년이 흐른 지금, 또 다른 특권의 정치가 이어지고, 번영 속의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이 신분과 차별을 만들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겸허히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특권의 정치'가 바로 청와대의 권력형 울산시장선거 개입 비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전 대변인은 "국민주권 강탈한 ‘송철호 선거 각본’, 예언서처럼 이행한 철의 3각 당·정·청은 법의 심판을 받으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