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관계자 "대규모 해고로 '조직 슬림화'와 '적폐청산' 시도…'적폐' 몰린 80여 명이 우선 목표"
  • MBC가 '조직 슬림화'와 '적폐청산'을 내세워 내년에 200여 명 규모의 인원 감축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달부터 실시하는 '3차 명예퇴직'이 사실상 대량 정리해고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MBC 사내게시판 공지에 따르면 MBC는 오는 17일까지 보직자와 59세 이상을 제외한 직급 부장 이상 또는 만 50세 이상(1961~1969년생)의 일반직·전문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희망자를 받는다. 시행 방식은 직원의 '자발적 선택'에 의한 명예퇴직과 '인사위원회 심의'를 통한 명예퇴직 대상자 선정 두 가지다.

    소식통에 따르면 MBC는 향후 발생할 여의도 사옥 매각 대금으로 명예퇴직금을 충당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올해 매각 대금으로 받은 6000억원 중 세금과 빌딩 재매각 비용을 제외한 2300억원 정도를 인원감축 비용으로 사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MBC "2020년까지 200여명 인력 감축" 공언

    한 MBC 관계자는 12일 "MBC는 올해 초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2019년 기본운영계획'을 보고하면서 '2020년까지 2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며 "고위직군 정년 퇴직자를 다 포함해도 이 정도 인원을 줄이려면 대규모 정리해고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BC는 '경영 효율화 제고'를 목표로 지난해 말부터 두 차례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으나 당초 목표로 했던 인력 감축 규모에 턱없이 모자라는 57명이 퇴직하는 데 그쳤다"며 "앞서 사측이 밝힌대로 '3차 명예퇴직자'의 경우 산정된 명예퇴직금의 80%만 받도록 돼 있어 이번에도 명예퇴직으로 인한 인력 감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MBC는 이번 '3차 명예퇴직'을 내년에 실시할 대규모 정리해고의 성립 요건을 충족시키는 방편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며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을 진행하는 과정을 대외적으로 알려, 정리해고를 회피하려 충분히 노력했음을 강조한 뒤 '잉여'로 분류한 인력을 가차없이 해고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영상 이유로 해고할 경우 4대 요건 갖춰야"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를 하려면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따라 △도산 위기나 영업실적의 악화 등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사측이 해고를 회피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여야 하며 △합리적 기준으로 해고 대상자를 선정한 뒤 △근로자 대표와 사전에 성실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 관계자는 "3년 연속 적자가 예상되는 등 MBC 경영상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 보이고, 1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본부노조)가 사측과 긴밀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근로자 대표와 사전 협의를 거치는 요건도 무리없이 충족시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요건은 사측이 해고회피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을 설정하는 것인데, MBC는 '그동안 저성과자로 분류된 직원을 상대로 직종전환을 유도하거나 명예퇴직을 권고하는 방식으로 해고를 회피하려는 노력을 해왔다'고 어필할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파업 불참' 경력기자들, 권고사직·정리해고 0순위"

    이 관계자는 "다만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을 설정하는 문제는 아무리 1노조와 사측이 합의했다 하더라도 당사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며 "최승호 사장 부임 이후 데이터 색인(index) 작업 같은, 방송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는 80여 명의 경력기자들이 사실상 정리해고 0순위가 될텐데, 파업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엉뚱한 부서로 밀려나 '저성과자'로 낙인찍힌 이들이 정리해고까지 당한다면 사측을 상대로 줄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나, '인사위원회 심의'를 통해 명예퇴직 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사측의 방침 역시 본부노조에 속하지 않은 특정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방편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권고사직이나 정리해고를 진행하는 전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사원들의 반발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