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부장 “대국이건 소국이건 평등하게 대한다”… 같은 날 문정인 "미군 철수" 거론
  • ▲ 환한 모습으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맞이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환한 모습으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맞이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4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중국)는 대국이든 소국이든 모두 평등하게 대한다”며 미국을 거듭 비난했다. 같은 날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는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주한미군이 철수한 뒤 중국 핵우산에 들어가는 건 어떻겠느냐”고 중국 측 인사에게 질문했다.

    외교부 “왕이 외교부장과 강경화 장관 회담"

    외교부는 지난 4일, 강 장관과 왕 외교부장의 회담이 끝난 뒤 보도자료를 냈다. 외교부는 “두 나라 장관은 정상·고위급 교류 및 실질협력, 미북 대화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 등 지역정세 및 국제문제에서도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자는 데 공감을 표했다”며 다양한 분야에 대해 긴밀한 논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장관의 면담 전 왕 외교부장이 했던 발언은 소개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등에 따르면, 왕 외교부장은 강 장관과 회담 전 기자들 앞에서 “우리 중국은 시종일관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평화·외교정책을 시행하며, 대국(大國)이든 소국(小國)이든 모두 평등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면서 “대국이 소국을 괴롭히는 것, 힘만 믿고 약자를 괴롭히는 것, 남에게 강요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역설했다. '대국인 미국이 힘으로 소국인 중국을 괴롭힌다'는 의미였다.

    왕 부장은 이어 “현재 세계의 안정과 평화의 가장 큰 위협은 일방주의”라며 “일방주의적 패권주의 행위로 국제질서를 파괴하고 국제관계 원칙에 도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미국을 에둘러 비난했다.

    그는 또 “중국은 다른 나라의 내정간섭에도 반대한다”며 “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나라들과 함께 다자주의를 견지하고, 공평과 정의의 원칙을 지키면서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체제를 수호하고, 국제법을 기초로 하는 국제질서와 WTO(세계무역기구)를 기반으로 하는 다자무역체제를 굳건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그가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그가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은 미국 대신 중국을 믿고, 미국의 횡포에 공동 대응해 나가자'는 의미다. 물론 중국이 한국을 위협하는 것은 ‘국제질서’이자 ‘다자주의’라는 주장이다.

    문정인 “中, 주한미군 나가면 韓에 핵우산 제공할 수 있느냐”

    같은 날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개최한 국제 세미나에서는 대통령특보가 안보분야에서 미국 대신 중국 편에 서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날 세미나의 사회를 맡은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중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그 상태로 북한과 협상하는 방안은 어떻겠느냐”는 질문을 중국 측 인사에게 던졌다.

    이 질문에 중국 측 인사가 어떤 답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북 비핵화 대화 실패와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중국과 군사동맹을 맺자”는 뜻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신문에 따르면, 강 장관도 이 세미나에 참석했다. 강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해안포 사격, 초대형 방사포 연속 발사 등의 도발 등을 언급하며 “북한이 현재 위태롭게 보일 수 있지만, 적어도 대화 경로는 열려 있다”면서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외교부 등 정부는 왕 부장과 강 장관 간 회담이 예정보다 1시간 정도 길어진 것을 두고도 ‘좋은 이야기’가 나왔다고 주장하지만, 외교부 안팎에서는 중국 측이 문재인 정부에 미국과 북한문제를 두고 여러 가지 제안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