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전·월세 안정됐다" "전쟁위험 제거됐다" 자화자찬에… "늘 자신있게 답변" 칭찬
  •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국민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국민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출연한 MBC  '국민과의 대화'는 국민 300명이 출연해 사전 각본 없이 질문한다는 파격적 구성으로 주목받았다. 청와대는 사전기획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실제 방송을 보면 문 대통령이 답변에 곤란할 법한 '돌직구'를 날린 질문자가 없어 지지자들의 '팬미팅'처럼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문 대통령의 강점인 진심·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어쩔 수 없이 큐시트를 만들어야 하지만, 수많은 언론에서는 그것을 짜고 친다고 하니 '아무 것도 없이 해보자' 했는데, 대통령이 오케이 해주셔서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늘 자신이 있어 정상회담에서도 의제가 아닌 질문에 답변을 안 하시는 걸 본 적이 없다. (대통령의) 머릿속에 정책과 방향성이 명확하다는 것"이라며 "민감한 질문이 나올 때면 참모들이 긴장도 했지만 잘 넘기고 나서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능력으로 예상 외의 질문도 잘 넘겼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방송에서 진행자가 준비 과정을 묻자 "예상문제가 없고 출제범위가 무한대라 제대로 준비할 수 없었다. 그냥 운에 맡기기로 했다"며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실제 방송에서 민감한 질문은 준비된 형태로 제시됐다.

    MBC, 질문지 준비… '강제북송' '홍콩사태' 안 다뤄져

    MBC는 전날 방송 도중 온라인상의 '실시간 참여방'에서 자체 선정했다는 질문 리스트를 화면에 띄웠다. '20대 지지율 이탈'과 '한일 지소미아 종료' 관련 견해 등이었다. 현장의 300명 참석자들이 앞다퉈 손을 들고 질문 요청을 외치는 와중에서다. 이틀간 일정 없이 집무실에서 방송을 준비했다는 문 대통령은 예상문제를 풀 듯 답변했다.

    MBC가 시민들의 인터뷰를 모아 편집한 영상에선 '홍콩사태는 1980년대 한국 민주화운동과 똑같은데 대통령의 입장은 어떤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이 있었지만, 현장에선 다뤄지지 않았다.

    북한이탈주민을 대표해 질문자로 나선 김지이 씨는 탈북민 지원단체의 허술함을 말했지만, 정작 '북한 선원 강제북송'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밖에도 △우리들병원 1,400억원 대출 △문다혜 씨 해외 이주 △문 정부 태양광사업 등과 관련한 각종 의혹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갈린 '조국사태'에 대한 견해를 물었던 50대 남성 질문자는 의도적으로 '검찰개혁'과 연관지어, 문 대통령이 두 사안을 연계한 답변을 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에 친화적인 사람들만 모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 ▲ ⓒMBC
    ▲ ⓒMBC

    이날 방송에는 신청자 1만6000여 명이 몰려 경쟁률이 53 대 1에 달했다. MBC는 내용 확인을 위한 사전 인터뷰를 진행했다. "의견이 채택된 분께는 대통령 시계와 MBC 기념품을 드린다"며 "본인 사연 중심으로 질문을 작성해주시면 더 좋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방송에서 질문자들은 대체로 자신의 형편을 하소연했고, 문 대통령은 공감을 표하면서 "정부가 (관련) 정책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답변으로 상황을 무난히 모면했다.

    사회자인 배철수 씨는 질문을 무작위로 받지 않고 분야별로 선별해 받음으로써 당초 청와대가 강조한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취지와 달리 통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자리에 모인 국민패널 300명 중에서도 14명만 질문 기회를 얻었다.

    한국당 "靑 준비한 내용만 일방적 전달된 쇼"

    야권에선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청와대가 '작은 대한민국'이라는 컨셉트로 '각본'이 없다는 것을 그토록 애타게 홍보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그 내용은 대다수 국민들의 궁금증과 목소리를 전달하기에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 청와대가 준비한 내용만 일방적으로 전달된 '쇼'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을 통해서 들을 수 있는 내용은 그동안 대통령이 반복해왔던 메시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며 "대부분의 국민들이 절실히 느끼고 있는 문재인 정권의 폐부를 지적하는 현실적인 국민의 목소리, 파탄에 가까운 경제상황으로 낭떠러지에 서 있는 것과 같은 국민들의 고통과 분노는 조금도 비춰지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정우택 한국당 의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서 실패한 정책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로지 남 탓, 네 탓, 야당 탓, 또 이번에는 검찰 탓까지도 추가했다"며 "'전·월세 가격이 안정됐다' '전쟁의 위험이 제거됐다' '모든 것이 나아지고 개선되고 있다'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을 표현하는 대통령을 보고 국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겠는가. 오히려 피가 거꾸로 솟는 심정을 느꼈겠는가"라고 한탄했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대통령 팬미팅 같은 '국민과의 대화'는 문 정부의 소통능력을 그대로 보여준 실망스러운 시간이었다"며 "일방통행식 주장만 있었을 뿐, 국민과의 진정한 대화와 소통은 없었다"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