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말보로맨' 로버트 노리스 사망… 알고보니 비흡연자
  • ▲ '초대 말보로맨'으로 활동했던 로버트 노리스. ⓒ존 웨인 공식 트위터
    ▲ '초대 말보로맨'으로 활동했던 로버트 노리스. ⓒ존 웨인 공식 트위터
    초대 '말보로맨(Marlboro Man)'이 지난 3일(현지시각) 사망하면서 말보로맨에 얽힌 다양한 뒷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말보로맨은 1954년 미국의 담배 제조회사 '필립 모리스(Philip Morris)'가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이자, 담배 브랜드 '말보로(Marlboro)'를 홍보하는 광고 캠페인을 가리킨다.

    말보로는 '창업주' 필립 모리스가 1854년부터 영국 런던에서 팔기 시작한 '말보로우(Marlborough)'가 시초다. 이후 1924년 지금의 말보로로 이름을 바꾼 이 브랜드는 한때 매년 5억갑이 판매될 정도로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1950년대부터 담배의 유해성이 널리 퍼지면서 말보로를 비롯한 담배 판매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이에 필립 모리스는 "필터가 없는 담배가 진짜 해로운 담배"라며 경쟁 제품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홍보 전략은 거꾸로 말보로가 '여성용'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이에 필립 모리스는 말보로가 '여자들이나 피우는 담배'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마초 냄새가 풀풀 나는 영화배우들을 홍보 모델로 내세웠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이때 구원 투수로 등장한 인물이 바로 카피라이터 '레오 버넷(Leo Burnett)'이다. 그는 1953년 대히트를 기록한 영화 '셰인(Shane)'에 착안, 카우보이를 말보로의 '심볼'로 만들었다.

    로버트 노리스(Robert Norris)라는 평범한 카우보이가 말보로맨으로 등장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광고 제작진이 배우 존 웨인(John Wayne)과 함께 있는 노리스의 사진을 보고 그에게 모델을 제안했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일각에선 다른 이야기도 전해진다.

    레오 버넷의 의견대로 광고 전략을 대폭 수정한 필립 모리스는 애당초 남성미가 넘치는 모델을 카우보이처럼 꾸며 촬영을 진행했으나, 실제 카우보이가 아니었기에 카우보이 특유의 거친 느낌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았다고.

    당시 노리스가 소유한 콜로라도주 소재의 목장에서 촬영을 하던 제작진은 우연히 능수능란하게 말을 다루는 노리스의 모습을 보고 즉석에서 광고 모델로 캐스팅했다는 후문이다.

    1955년부터 본격적으로 '말보로맨' 광고를 시작한 필립 모리스는 이 광고로 자사의 이미지를 180도 바꾼 것은 물론, 판매량에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대성공을 거두게 됐다.

    14년간 말보로맨으로 활약한 노리스는 사실 비흡연자였다. 담배도 피우지 않는 일반인이 말보로를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담배'로 안착시킨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당시 말보로맨으로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노리스는 자녀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십여년 만에 모델 활동을 중단하고 평범한 농장주로 살다 여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일 콜로라도주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한 호스피스 병동에서 향년 90세로 숨진 노리스의 사인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암이나 폐질환으로 숨진 역대 말보로맨들과 비교하면 꽤 장수한 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970년대 후반부터 말보로맨으로 활동했던 배우 에릭 로슨(Eric Lawson)은 2014년 7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사인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이었다. 이밖에 말보로맨 모델로 유명세를 탔던 데이비드 밀러는 1987년에 폐기종으로 사망했고, 데이비드 맥린은 1995년 폐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외신에 따르면 말보로맨 모델 중 6명이 폐암으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1873년 사망한 필립 모리스의 창업주 필립 모리스도 폐암으로 사망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