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따른 공천' 주장 후 '재선' 박 총장에 비난 목소리…"총장들, 공천받고도 떨어졌다"
  • ▲ 박맹우 자유한국당 사무총장. ⓒ정상윤 기자
    ▲ 박맹우 자유한국당 사무총장. ⓒ정상윤 기자
    자유한국당 박맹우 사무총장이 '공천 기준으로 선수 고려' 견해를 밝히자 당내에서 박 총장에 대한 ‘솔선수범’ 요구가 터져나왔다. 박 총장의 발언은 초·재선 의원들의 ‘중진 용퇴’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러나 ‘재선’인 박 총장이 ‘중진 용퇴’에 힘을 실으면서 ‘셀프 공천’을 노려선 안 된다는 비판이다. 

    박 총장은 건강상 이유를 내세워 사무총장직을 사퇴한 한선교 총장 후임으로 지난 7월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당시 관행적으로 중진(3선 이상)이 맡던 자리에 재선인 박 의원이 임명되자 "황교안 대표의 의중을 헤아려 내년 총선 공천을 할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박 의원은 2014년 7월 울산 남구에서 재보궐선거를 거쳐 국회에 입성해 20대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사무총장에 임명된 박 의원이 당내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것이 당내 중론이다. 

    박맹우 "30석 안팎 물갈이 필요” 발언에 당내 반발 거세져

    박 총장은 지난 6일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파장이 일 만한 발언을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현역 교체 비율을 최다 4분의 1까지 하겠다고 하는데, 야당은 그것보다 더 높아야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않겠나"라며 "(중진들에 대한) 얘기가 많아 관심 있게 검토하겠다. 선수가 공천 판단의 기준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현재 한국당 의석이 109석인 것을 감안하면 30명 안팎의 의원을 교체해야 한다는 점과, 선수를 공천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한국당 소속 한 재선 의원은 이에 '솔선수범'을 거론했다. 이 의원은 "당의 사무총장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라면서도 "발언의 뉘앙스를 보면 쇄신 대상이 마치 '자신은 빼고 나머지'라는 것처럼 들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총장이 당의 중책을 맡고 내년 공천을 진두지휘하게 됐으니 셀프 공천이라는 오명을 얻지 않으려면 자신부터 솔선수범해야 매끄러운 공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한국당 중진 의원은 "선수를 공천 기준으로 정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 중진은 "현직 국회의원 중 누가 자기는 잘했다고 할 수 있나"라며 "인적쇄신이 강하게 요구되고 당이 위기인 상황에서 당의 핵심요직을 맡은 사람들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으면 국민이 더욱 감동할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당 핵심인사들부터 기득권 내려놔야"… 당 안팎서 비판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박 총장의 행태를 두고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은 재선이니 중진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공천에 '선수를 기준으로 할 수 있다'고 흘린 것"이라며 "당의 요직에 있는 의원들부터 기득권을 내려놔야 박 의원의 말이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의원들은 박 의원이 황 대표 옆에서 호가호위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라고 비난했다. 

    황 평론가는 나아가 "사무총장이라는 자리는 총선 실무를 담당하는 사실상 당내 2인자로, 총선에서는 당대표 다음으로 권한이 크지만, 전직 사무총장들의 마지막은 좋지 않았다"고 뼈있는 말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던 사무총장이 정작 선거에서 패배한 경우가 허다하다. 18대 총선부터 20대 총선까지 공천권을 행사한 사무총장들은 모두 낙선하며 쓸쓸히 국회를 떠났다.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이방호 전 의원은 경남 사천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178표 차이로 석패했다. 그는 당시 갓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며 공천 과정에서 '친박 학살'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강력한 권한을 행사했던 이 전 의원은 낙선 이후 국회로 돌아오지 못했다.

    나가도 떨어진다?…소환되는 ‘사무총장 잔혹사’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 직전에는 친박으로 불리던 권영세 전 의원이 사무총장에 올라 '공천의 칼'을 휘둘렀다. 그는 당시 공천 과정에서 친이계와 맞섰다. 그러나 서울 영등포을에서 당시 신경민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하며 중앙정치 무대에 복귀하지 못했다. 

    4년 전 열린 20대 총선 직전에는 황진하 전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았다. 그는 김무성계로 분류되며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사무총장직을 수행했다.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 의원이 당내 공천갈등이 폭발하자 당대표 직인을 가지고 며칠간 사라졌던 사건은 아직도 정가에서 회자한다. 황 전 의원도 경기도 파주을에서 4선 도전에 실패하며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았다. 

    "영남·강남에 꿀단지 안고 있는 사람들부터 내려놔라"

    그러나 정태옥 한국당 의원은 박 총장이 사무총장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의 뜻을 표했다. 그는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일 안 하고 회의 한 번 안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며 "영남이나 강남에 틀어박혀 꿀단지 끌어안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박 의원에 대한 불출마를 주장하는 것은 물귀신작전"이라며 박 의원을 감쌌다. 

    조훈현 의원은 조심스럽게 ‘셀프 공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아직 선거법도 어떻게 될지 모르고, 공천 룰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 의견을 내는 데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당내에서 쇄신과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말들은 이미 여러 차례 해왔다. (박 총장도) 셀프 공천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으니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