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김태호, 이완구, 이인제까지 지역구 저울질… 김태흠 "강남, 영남, 3선 빠져라"
  • ▲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2020년 총선 인적쇄신을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2020년 총선 인적쇄신을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세대교체’와 ‘인적쇄신’을 공언했던 황교안호가 내년 총선에 대비하는 첫걸음부터 난조를 보였다. 1차 인재 영입은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영입 보류-취소 번복’ ‘신보라 의원 보좌진 남편 발탁으로 인한 세습영입 논란’ 등으로 얼룩졌다. 동시에 홍준표 전 당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은 복귀 채비를 갖춘다. ‘새 얼굴’들은 유입되지 않고 ‘올드보이’들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 꿈틀댄다. ‘도로 한국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당은 당초 이번주 안에 2차 인재 영입 명단(외교‧안보분야)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4일 잠정보류했다. 이날 총선기획단장으로 임명된 박맹우 사무총장은 2차 영입 인재 발표 시점에 대해 “시간을 좀 가지고 뒤에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원래는 꾸준히 하려고 했으나, 이번에 어려움을 좀 겪었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추진하려고 한다”고도 말했다. 

    박 사무총장의 “어려움을 겪었다”는 발언은 1차 인재 영입(경제‧청년분야)을 둘러싼 잡음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찬주 영입 보류-취소 번복에 얼룩진 1차 인재 영입

    황교안 당대표는 1차 인재 영입 명단에 박 전 대장을 포함하려 했으나, 박 전 대장의 ‘공관병 갑질 의혹’으로 당 안팎의 비난이 일자 보류했다. 이후에도 황 대표는 박 전 대장을 2‧3차 인재 영입에 포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으나, 4일 박 전 대장의 기자회견 중 나온 ‘삼청교육대’ 발언으로 영입 의사를 철회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당이 ‘청년’분야 인재로 발탁한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가 신보라 의원 보좌진의 남편으로 알려지면서 ‘세습영입’ 논란까지 불거졌다. “한국당이 ‘대한민국 청년을 응원하고 공정성을 구현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저스티스리그 취지와도 전혀 맞지 않는다”(4일, 김해영 민주당 의원)는 비판이 일었다. 

    일선서 물러난 올드보이, 정계복귀 시점 눈치만…

    한국당의 새 인재 영입 과정이 구설에 휩싸인 와중에 정계 일선에서 물러났던 인사들은 부활을 노리는 모양새다. 

    우선 지난해 6·13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을 내려놓은 홍준표 전 대표는 출마가 확정적이다. 홍 전 대표 자신도 직접 “1월께 출마지를 정하겠다”(10월28일, TBS라디오)고 밝혔다. ‘조국사태’를 전후해 황교안체제 지도부 저격을 지속하는 것도 ‘복귀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패해 3선에 실패한 뒤 두문불출하던 김 전 지사는 최근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거창은 김 전 지사의 고향이다. 

    이밖에 6선의 이인제 전 의원은 충남 논산-계룡-금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 광진을,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충남 천안갑 등에서 출마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흠 “강남·영남·3선 용퇴하거나 수도권 험지 출마를”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당 지도부를 향해 인재 영입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중진 의원들에게는 불출마를 요청하는 것이다. 

    신상진 한국당 신정치혁신특위 위원장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황 대표의 박 전 대장 영입 철회와 관련 “이번 인재 영입은 황교안 대표체제에서 처음 하는 것이라 상당히 미숙한 부분이 많았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2차 인재 영입 때는 ‘사람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이 공감하고 감동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원래 ‘그냥 그런’ 사람들이 쭉 있었는데 그런 사람 하나 더 플러스한다고 국민이 인재 영입이라고 봐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선의 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5일 서울 강남 및 영남지역의 3선 이상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김 의원은 “모든 현역 의원은 출마 지역, 공천 여부 등과 관련 기득권을 포기하고 당의 결정에 순응해야 한다”며 “특히 영남권, 서울 강남3구 등 3선 이상 선배 의원들은 정치에서 용퇴하시든가 당의 결정에 따라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김 의원의 주장은 한국당에서 나온 첫 ‘중진 용퇴론’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중진 의원들에게 대놓고 얘기하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김태흠 의원이 나서줘서 반기는 분위기”라며 “김태흠 의원과 같은 생각인 초‧재선 의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