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출 의원 "울릉경비대 4회 요청에도… KBS, '이륙 영상 없다' 거짓말 반복"
  • ▲ KBS는 지난 2일 오후 9시
    ▲ KBS는 지난 2일 오후 9시 "소방헬기의 마지막 비행 영상"이라며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헬기의 이착륙 영상을 단독 공개했다. 해당 장면은 사고 난 헬기가 이륙하는 모습. ⓒKBS '뉴스9' 방송 화면 캡처
    독도 인근 해상에 추락한 헬기의 이륙 장면을 촬영하고도 사고 경위 파악을 위해 영상 공유를 요청한 경찰에 "찍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KBS가 이를 해명하는 보도자료에서조차 거짓말을 했다는 추가 의혹이 제기됐다.

    박대출 "KBS가 구조대원도 속이고, 국민도 속였다"


    자유한국당에서 언론장악 저지 및 KBS 수신료 분리징수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대출 의원은 4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KBS 직원이 '독도 소방헬기 이륙 영상'을 촬영하고도, 경찰에는 '영상이 없다'고 속인 사실이 드러났다"며 "KBS가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 희생자들의 유가족을 두 번 울렸다. 구조대원도 속이고, 국민도 속였다"고 개탄했다.

    박 의원은 "이것도 모자라 '영상 미제공 논란'이 거세지자 뒤늦게 공식 입장문을 통해 밝힌 KBS 사측의 해명도 거짓으로 확인됐다"며 "KBS는 독도경비대 팀장의 거듭된 요청을 받고도 마지못해 착륙 영상만 제공했을 뿐 구조활동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이륙 영상은 숨겼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지난 3일 KBS는 '(직원) 본인이 휴대전화로 찍은 화면 중 20초가량 되는 일부를 제외하고 곧바로 제공했다'고 밝혔으나, 독도경비대를 관할하는 울릉경비대장에게 전화로 확인한 결과 이는 거짓 해명이었다"며 "경비대장의 전언에 따르면 독도경비대 박모 팀장은 추락헬기를 촬영한 KBS 직원 이모 씨와 세 차례 통화했고, 한 번은 직접 만나 동영상 제공을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KBS 직원 "착륙 장면만 촬영… 이륙 장면은 없다"

    박대출 의원에 따르면 당시 KBS 직원 이씨는 "착륙 장면만 찍고 이륙 장면은 없다"며 독도경비대 박 팀장의 영상 제공 요청을 거듭 거절하다가 나중엔 "이륙 영상을 삭제했다"고 '말 바꾸기'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박 팀장은 사고가 발생한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난 1일 0시 45분부터 오전 6시 20분까지, 무려 6차례에 걸쳐 이씨와 접촉을 시도했다. 이 중 두 차례 통화 시도는 이씨의 '무대응'으로 불발됐다.

    이씨는 0시 55분쯤 이뤄진 첫 통화에서 박 팀장에게 "착륙 장면만 찍고 이륙 장면은 없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1시 1분쯤 다시 전화를 걸어 "촬영 영상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이씨는 1시 8분쯤 문자 회신을 통해 "착륙 장면만 있다"며 해당 영상을 박 팀장에게 전송했다.

    이에 박 팀장이 1시 13분쯤 "이륙 장면을 찍고 있는 것을 봤다. 이륙 영상을 보내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이씨는 "영상이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심지어 이씨는 오전 6시 20분쯤 식당에서 만난 자리에선 "이륙 장면 영상을 삭제했다"며 착륙 장면만 촬영했다던 종전 발언과 상충되는 말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KBS가 협조했다면 수색에 큰 도움 됐을 것"


    박대출 의원은 "KBS가 영상 협조를 제대로 했다면 조기 수색에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증언도 확보했다"면서 "울릉경비대장은 '뉴스영상만으로는 사고 원인과 방향 등을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 방향이 있으면 수색에 도움은 됐을 것'이라며 '뉴스에 공개되지 않은 영상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이륙 영상이 헬기 운행 방향과 무관하다는 식의 KBS 측 해명도 성급했다"면서 "이륙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 180도 방향을 트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를 기준으로 헬기 운행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인지 전문가 분석을 거친 뒤에야 무관함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KBS는 당일 모든 영상을 제공했어야 했다"며 "그게 국민으로부터 한해 6천억원 이상 수신료를 받는 국가기간 방송의 역할이고 기능"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박 의원은 "뒤늦게 공개된 영상 외에 또 다른 영상이 존재하는지와, 헬기 촬영 이후 46시간만에 이뤄진 보도 경위를 조목조목 밝힐 것"을 KBS 측에 요구했다.

    끝으로 박 의원은 "'독도헬기 46시간'의 의혹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면서 "최초 촬영부터 보도까지 모든 진상을 밝히기 위해 국회 과방위 소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KBS "이륙한 헬기, 한 바퀴 선회 후 남쪽으로 이동"

    앞서 지난 2일 KBS '뉴스9'는 '독도 추락 헬기 이륙 영상 확보…추락 직전 짧은 비행'이라는 제하의 보도에서 지난달 31일 KBS의 독도 파노라마 영상 장비 점검차 야간 작업을 하던 KBS 직원이 우연히 촬영한 헬기 이착륙 영상을 단독 공개했다.

    KBS는 "그제 밤(31일) 11시 20분쯤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두 시간 전 대구에서 출발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헬기가 불빛을 깜빡거리며 독도 동도의 헬기장 쪽으로 진입했다"며 "그때 치료가 급한 환자 일행 등이 손전등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고 전했다.

    이어 "헬기는 손에 붕대를 감은 환자와 보호자를 태운 뒤 바로 이륙해, 한바퀴 선회한 뒤 남쪽으로 방향을 돌렸다"며 "해당 헬기의 마지막 비행을 촬영한 KBS 직원의 휴대폰에는 헬기의 독도 진입이 밤 11시 21분, 착륙은 23분, 이륙은 24분에서 25분 사이에 한 것으로 찍혀 있다"고 보도했다.

    KBS "보안 문제 우려해 일부 삭제한 영상 보내"

    보도 이후 "KBS 관계자들이 영상을 촬영하고도 독도경비대 측에 '촬영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독도경비대 박 팀장의 글이 관련 기사 댓글난에 올라오자, KBS는 3일 오후 "단독 보도를 위해 영상을 숨겼다는 비난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사고 직후 독도경비대가 해당 직원의 휴대전화 촬영 사실을 알고 관련 화면을 제공해줄 것을 요청하자 이 직원은 본인이 찍은 화면 중 20초가량 되는 일부를 제외하고 곧바로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KBS는 "이 영상은 당시 독도에 고정 설치된 파노라마 카메라를 정비·보수하기위해 입도해있던 본사 미디어송출부 소속 엔지니어가 심야에 일어난 돌발적인 상황을 휴대전화로 찍었던 것"이라며 "독도경비대가 헬기 진행 방향 등이 담긴 화면을 제공해달라고 추가 요청했으나 해당 직원은 헬기 이착륙장 촬영의 '보안상 문제에 대한 우려'와 '진행 방향과는 무관한 화면이라는 점'을 생각해 추가 화면은 없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직원이 사전 동의 없이 휴대전화 촬영 행위를 한 점, 사고 초기에 '촬영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점, 어제 보도 과정에서 이를 보다 철저히 확인하지 않고 방송해 논란이 일게 된 점 등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