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대회 첫 참석 "화력발전 줄일 수 있다면"… '적폐'로 몰다 해외 평가 쇄도에 입장 선회
  •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년 전국 새마을지도자 대회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년 전국 새마을지도자 대회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새마을운동은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룩한 성공의 역사'"라며 "우리 국민이 함께 체험한 소중한 문화유산이고 오늘날에도 지속적으로 계승 발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진정성에 의문을 남긴다. 현 정부는 집권 초기 새마을운동을 '적폐'로 취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오늘의 대한민국 밑바탕에는 새마을운동이 있다"며 "새마을운동으로 우리는 '잘살아보자'는 열망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1970년 시작… 박정희 대통령, ‘새마을 노래’ 작곡도

    새마을운동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0년 '새마을 가꾸기 운동'으로 시작해 국내 농촌발전과 경제발전의 원동력 역할을 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2009년부터는 공적개발원조사업을 시작해 개발도상국 농촌에 경제발전 경험을 전수했으며, 2013년에는 새마을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새벽 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로 시작하는 '새마을 노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작사·작곡했다.

    그러나 2017년부터 주변의 시선은 따가워졌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정부기관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개발도상국 지원업무로 실시하는 새마을운동 관련 ODA(공적개발원조)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새마을운동 관련 신규사업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또 코이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새마을운동 정신과 농업·원예·축산 관련 기술을 개도국에 전파하는 프로젝트인 '새마을청년봉사단'도 폐지하기로 해 논란이 일었다.

    아울러 지난해 교육부는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국정 사회 교과서 수정 과정에 불법 개입해 "1970년대 들어 박정희 정부는 도시에 비해 낙후된 농촌을 발전시키려고 새마을운동을 전개했다"는 기존의 내용을 삭제했다. '적폐청산' 기조에 따라 일부 시민단체들은 "유신독재가 떠오른다"며 관공서의 새마을 깃발 철거를 요구하기도 했다.

    해외 지도자들 평가로 '적폐 취급' 달라져

    명칭 변경 논의까지 오갔던 새마을운동은 ‘천운’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해외 정상들의 평가 때문이다. 2017년 11월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등 일부 정상으로부터 "새마을운동에 대한 한국의 지원에 감사한다"는 말을 들었다. 박근혜 정부의 해외 새마을 지원사업이 적잖은 도움이 됐다는 얘기였다. 이후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새마을운동 등 이전 정부 추진사업도 성과가 있으면 지속 추진할 여건을 조성하라"고 지시했다.

    역대 대통령들도 새마을운동을 높게 평가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가난을 몰아내고 근대화를 이룩한 원동력", 김대중 대통령은 "모범적인 지역사회 개발 모델",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경우 참석 시기가 다르다. 매년 열리는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에 바로 방문했지만 문 대통령은 3년차에 이르러사야 방문했다. '조국 사태'로 중도층 지지율이 대거 빠지는 쓴맛을 본 이후다.

    솔직했던 노무현, 속내 파악 어려운 文대통령

    문 대통령은 이날 새마을운동의 업적을 치켜세우면서도 개인적 생각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1970년대는 문 대통령이 청년시절을 보낸 시기다. 앞서 지난 16일 부마항쟁 40주년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부마민주항쟁은 우리 역사상 가장 길고, 엄혹하고, 끝이 보이지 않았던 유신독재를 무너뜨림으로써 민주주의의 새벽을 연 위대한 항쟁이었다"고 박정희 정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과연 문 대통령의 속내는 무엇일까.

    반면 '직설화법'에 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솔직하기라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연설에서 "민주주의를 갈구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던 새마을운동이 곱지 않아 보이던 시대가 있었다. 저 역시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면서부터 새마을운동을 어떻게 평가할까 혼란스러웠다"면서도 "이러한 아픈 역사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새마을운동은 훌륭하게 계속돼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새마을운동을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정책과 결부시켰다.

    문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이미 '유기농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한편,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해서 전기·가스·수도 사용량을 20% 가까이 절감하고 있다"며 "에너지 20% 절감에 국민 모두 동참한다면 석탄화력발전소 열다섯 개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새마을운동의 시작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문 정부 들어 가속화한 탈원전에 따라 대체에너지로 주목받는 태양광발전에 대한 의지가 담긴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정부가 공을 들여 다음 달 부산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를 언급하면서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과 다양한 '새마을운동' 관련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