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의장, 예상 깨고 "공수처법 12월3일 부의"…12월 초 '513조 예산' 처리 시한 고려한 듯
  • ▲ 문희상 국회의장. ⓒ박성원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 ⓒ박성원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9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을 비롯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사법개혁법안을 오는 12월3일 본회의에 부의 하기로 했다. 부의는 본회의에서 심의가 가능한 상태를 의미하며, 부의 이후 상정되면 본회의에서 표결할 수 있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사법개혁법안은 공수처법 2건(민주당 박혜련 의원안,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안),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청법 개정안 등 4건이다. 

    당초 문 의장은 29일 사법개혁법안을 부의하려 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반발과 주변 자문 등을 고려해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예산안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 분란을 더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이에 따라 10월 안에 공수처법을 처리하려던 민주당의 계획은 무산됐다. 

    국회의장실 "법사위 심사에 필요한 90일 확보되지 못해"

    한민수 국회의장 대변인은 이날 오전 사법개혁법안 부의를 늦춘 배경에 대해 "사법개혁법안의 경우 신속처리안건 지정일로부터 180일이 되는 10월28일까지 법사위 심사기간이 57일에 불과하다"며 "체계·자구 심사에 필요한 90일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사위 이관(9월2일) 시부터 계산해 90일이 경과한 12월3일 사법개혁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동안 민주당이 추진해온 사법개혁법안 10월 처리 계획에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 법안은 상임위 심사(180일)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90일)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법개혁법안은 지난 4월30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공조로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됐다. 상임위와 법사위 심사가 모두 마무리되는 시점은 270일이 지난 내년 1월24일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사법개혁법안이 지난 9월2일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법사위로 이관됨에 따라 90일의 법사위 심사가 필요없다고 주장하며 패스트트랙 지정 후 180일이 지난 10월 말에는 부의가 가능하다고 봤다. 반면, 한국당은 법사위에서 최장 90일의 자구 심사를 별도로 거쳐야 한다며 1월 말에야 부의할 수 있다고 맞섰다.  

    문 의장, 12월 패스트트랙+예산안 일괄 처리 노리는 듯

    결국 문 의장이 부의 시점으로 밝힌 12월3일은 법사위 심사가 시작된 날을 법안이 이관된 9월2일로 간주했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주장하는 시점의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513조원에 달해 '슈퍼 예산'으로도 불리는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이 12월2일이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총선용 예산'이라며 대폭 삭감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부의를 강행했다가 정국이 더욱 경색될 수 있는 만큼 내년도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을 묶어 처리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변인은 "문 의장은 한 달 이상 충분히 보장된 심사기간에 여야가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사법개혁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된 이후에는 신속하게 처리할 생각임도 분명히 밝힌다. 여야가 합의되면 12월3일 이전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