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양자컴퓨터로 구체적 연산 수행" 발표… '양자 우위' 실현으로 상용화 고비 넘겨
  • ▲ 구글은 23일(현지시간) 네이처를 통해 양자 컴퓨터의 연산이 기존 컴퓨터를 월등히 추월하는 '양자 우위'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日NHK 월드뉴스 화면캡쳐.
    ▲ 구글은 23일(현지시간) 네이처를 통해 양자 컴퓨터의 연산이 기존 컴퓨터를 월등히 추월하는 '양자 우위'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日NHK 월드뉴스 화면캡쳐.
    구글이 양자 컴퓨터 개발에 있어 중대한 고비인 ‘양자 우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IBM 슈퍼컴퓨터로는 1만 년이 걸릴 연산을 우리 양자컴퓨터는 3분 20초 만에 끝냈다”고 자랑했다. 그러자 자신들이 제조한 슈퍼컴퓨터가 비교대상이 된 IBM 측이 “구글의 계산은 틀렸다”며 발끈했다.

    구글 “양자 컴퓨터 개발의 고비, 양자 우위 성공”

    구글은 현지시간 23일 과학전문지 네이처를 통해 양자 우위 달성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네이처는 “캘리포니아대 산타 바바라 캠퍼스와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 캠퍼스의 실험 물리학자 존 마티니스 박사의 개발팀이 제작한 세계 최초의 양자 컴퓨터가 구체적인 연산을 수행했다”면서 “구글 측은 ‘양자 컴퓨터가 수행한 연산은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슈퍼 컴퓨터로도 1만 년이 걸린다’는 추정을 내놨다”고 전했다.

    ‘양자 우위’란 양자 컴퓨터가 현존하는 최고의 기존 컴퓨터보다 더 뛰어난 연산능력을 달성한 것을 의미한다. 다만 양자 컴퓨터는 비트, 즉 0과 1로만 연산을 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00, 01, 10, 11을 사용하는 ‘큐비트’ 방식이어서 연산속도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네이처는 “(구글 측이 개발 중인) 이 양자컴퓨터는 현재 매우 구체적으로 규정된 문제에 대해서만 양자우위를 입증한 것에 불과하지만 물리학자들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 양자역학이 예상대로 작동함을 보여줬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 뉴사우스 웨일즈 대학의 양자물리학자 미셸 시몬스 박사는 “제가 보기에 이번 일은 구글이 현실 세계에서 양자역학의 이론을 처음 입증한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구글의 양자 우위 발표가 나오자 과학자들은 마치 1903년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 1호’ 개발 성공에 비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학자들 “양자 우위 달성,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맞먹어”

    과학자들은 “라이트 형제가 처음 만든 비행기는 제대로 비행한 것은 아니었지만 비행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었고, 그것을 입증해 냈다”면서 구글의 양자 우위 실현으로 당장 양자 컴퓨터 상용화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목표에는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는 것이 뉴욕 타임스의 설명이었다.
  • ▲ 구글 측의 주장을 반박한 IBM도 양자 컴퓨터 개발의 선두 주자 가운데 하나다. 사진은 IBM이 개발 중인 양자 컴퓨터 '퀀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글 측의 주장을 반박한 IBM도 양자 컴퓨터 개발의 선두 주자 가운데 하나다. 사진은 IBM이 개발 중인 양자 컴퓨터 '퀀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런데 IBM이 이튿날 구글의 발표를 비판했다. IBM은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리는 연산을 구글의 양자 컴퓨터가 200초 만에 끝냈다는 주장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이 말한 IBM의 슈퍼컴퓨터로 해당 연산문제를 처리하면 실제 걸리는 2일 12시간이라는 주장이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IBM은 양자 컴퓨터의 연산처리 능력이 우수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구글 측은 현대 슈퍼컴퓨터의 경우 일반 컴퓨터와 달리 램(RAM, Random Access Memory)의 용량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연산을 위해서는 RAM과 하드디스크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다는 점을 몰랐던 것 같다”며 “최신 슈퍼컴퓨터는 구글이 양자 우위를 실현했다는 연산을 2일 12시간 만에 풀 수 있다”고 주장했다. IBM은 “이 추정치도 최악의 상황을 평가한 것”이라며 “슈퍼컴퓨터의 실제 연산처리 속도는 더 빠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IBM 연구원들은 또한 ‘양자 우위’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 사람들이 (양자 컴퓨터에 대해) 오해하고 있으며, 양자 컴퓨팅에 대한 과대광고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기존의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가 병행해서 작동하게 될 미래를 잘못 표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초과학연구소 “양자 컴퓨터, 기존 컴퓨터와 함께 쓰일 것”

    한국 기초과학연구소에서도 IBM 연구원들과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다. 연구소 측은 ‘말 많은 양자 컴퓨터, 오해와 진실’이라는 글을 통해 “양자 수준에서는 물질 상태가 정해지지 않고 여러 상태가 나타날 확률이 혼재돼 있다가 관측 또는 조작을 시작하면 어느 한 상태로 고정되는데 이런 양자적 특성을 활용한 것이 양자 컴퓨팅”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의 컴퓨터는 입력값만을 토대로 해 연산하고 결과를 낸다. 반면 양자 역학을 응용한 컴퓨터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도출해 낼 수 있으며, 여기에 다른 요소(확률파동함수)를 접목하면 오답까지 제거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양자 컴퓨터는 빠른 연산처리가 필요한 곳이 아니라 NP(Non-deterministic Polynomial, 비결정적 다항식)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앞으로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된 뒤에 “연산 속도가 느리다”며 실망하지 말라고 설명했다. NP문제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암호 해독이나 교통량 예측이다.

    구글 연구팀이 개발한 양자 컴퓨터가 양자 우위를 달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하락세를 이유도 바로 NP문제 해결능력과 관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