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대응 미비" 위원장 내친 靑, 이번엔 상임위원 교체… 고삼석은 총선 출마설
  • ▲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방송통신위원회
    ▲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방송통신위원회
    5년째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을 맡으며 '방통위 실세'로까지 불리는 고삼석(52) 위원이 21일 임기 5개월을 남기고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치권에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고 위원이 사실상 청와대의 '압력' 때문에 중도 하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이 가짜뉴스 규제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청와대에 '반기'를 든 배경에는 고 위원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돌고 있는 것.

    방송계 사정에 밝은 한 미디어 전문가는 22일 "고 위원이 중도 사임 의사를 밝힌 건 공식적으로 지난 21일이나, 이미 지난 6~7월 청와대에서 고 위원의 사표를 받아 두고 있었다는 얘기를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로부터 들었다"며 "당시 청와대가 일종의 '자문 그룹'에 방통위원(방통위 상임위원)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사표 수리를 미뤄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서 지난 여름부터 고 위원의 교체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풍문'을 전해 들은 바 있으나 사실 관계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21일 방통위 국감에서 한상혁 방통위원장에게 "(한상혁 위원장이) 청와대에 고삼석 위원의 교체를 요구했고 <당신이 진짜로 믿었던 가짜뉴스>의 저자(김창룡 인제대 교수)를 방통위 상임위원 후보로 검증한다는 소문이 있다"고 물었다. 한 위원장은 이에 대해 "청와대에 고 위원의 교체를 요구한 적은 없지만 청와대가 인사검증을 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언론장악저지 및 KBS수신료 분리징수 특위' 회의에서 "현재 정부가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방통위 상임위원 후보로 검증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이낙연 총리가 지난 9월 이 책을 사비로 구입해 방통위 공무원들에게 선물한 건, 현 방통위 상임위원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책 저자를 꽂으라는 의미"라고 주장한 바 있다.

    "고삼석 위원 후임으로 김창룡 교수 유력"

    21일 오후 방통위 국감에서 '남은 임기를 다 채우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냐'는 박 의원의 질문에 "역할이 없다면 임면권자에 거취를 넘기는 게 정무직의 자세"라고 사퇴 가능성을 내비친 고 위원은 밤 11시를 조금 넘긴 시각, 페이스북을 통해 "5개월쯤 임기가 남았지만 이쯤에서 상임위원직을 내려놓으려 한다"고 밝혔다.

    이에 방통위 관계자는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지명해 임명하는 자리로, 해임할 수 있는 권한도 대통령에게 있다"며 "고 위원이 전날 사의 표명을 한 것은 맞지만 아직 사표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상임위원 중심으로 운영된다.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명 중 여당에서 1명, 야당에서 2명을 지명한 뒤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4기 방통위 체제는 내년 8월까지 유지된다.

    고삼석, 천정배 텃밭 '광주 서구을' 출마설 

    전남 해남 출신으로 서강대와 중앙대에서 정치학·언론학 석박사를 수료한 고 위원은 김대중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정치권과 인연을 맺은 뒤 정동채 국민회의 의원 보좌관을 거쳐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다. 2012년 중앙대 교수 시절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IT미디어정책자문단 간사를 지내기도 했다.

    2014년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추천을 받아 3기 방통위 상임위원이 된 고 위원은 2017년 4기 방통위에서 대통령 지명으로 연임에 성공, 5년 5개월째 상임위원직을 수행 중이다.

    정치권에선 고 위원이 21대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고 위원은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7선에 도전하는 '광주 서구을'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 내에서 "고 위원이 서구을 민주당 경선에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고 위원의 한 측근은 '청와대가 지난 여름부터 고 위원의 거취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온다'는 본지의 질문에 "전혀 들은 바 없다"며 "지금도 정상 근무 중"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