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웅동학원 등 '환원 약속' 말로만… 조국 동생도 '기보 채무 44억 변제' 손 놔
  • ▲ 조국 법무부장관. ⓒ정상윤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 ⓒ정상윤 기자
    조국(55) 전 법무부장관이 자신과 가족 소유의 사모펀드를 기부하고, 가족들은 웅동학원 운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말한 지 50여 일이 지났다. 그러나 약속이 이행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조 전 장관의 동생도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에 진 채무 44억원을 변제하겠다고 했지만 두 달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야당에서는 '약속을 기억하는 사람인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 전 장관은 지난 8월23일 장관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 소유의 펀드를 모두 기부하고, 가족들이 웅동학원 관련 직위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 처와 자식 명의로 돼 있는 펀드를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익법인에 모두 기부해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쓰이도록 하겠다"고 한 데 이어 "웅동학원의 이사장인 어머니가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비롯해 가족 모두는 웅동학원과 관련된 일체의 직함과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단지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잠시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저의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모친 박씨와 정경심, 웅동학원 이사직 사퇴 안 해

    하지만 조 전 장관의 모친인 박정숙 씨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는 여전히 웅동학원 이사직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웅동학원의 2019년 7월 임원 현황에 따르면 이사장에는 박씨의 이름이 기재돼 있으며, 이사 명단에는 정 교수의 이름도 올라 있다. 이후 임원 변동은 없다. 경상남도 교육청 홈페이지에 기재된 웅동학원 임원 현황에도 박씨와 정 교수의 이름이 올라 있는 상태다. 

    웅동학원 관련 직위를 내려놓겠다고 밝힌 지 50여 일이 지났지만, 조 전 장관 일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웅동학원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재 임원현황에서 변동된 사안은 없다"며 "향후 이사회 개최 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이 사회환원을 약속했던 10억5000만원의 펀드도 아직 기부 절차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혼란상황이 계속되면서 (조 장관) 재직 당시에는 사회환원 절차를 법무부 차원에서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 전 장관의 행태를 2014년 안대희 전 대법관 사례와 비교하며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 의원은 "말이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라 그렇게 약속한 것을 기억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사퇴한다고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안대희 전 대법관도 국무총리후보자 시절 수임료 논란이 있을 당시 기부를 약속했고, 실제 기부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의 기부와 가족의 웅동학원 사퇴는 검찰의 공정한 수사 절차와 함께 이행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했다.

    "사퇴한다고 모든 것 사라지지 않아"

    안 전 대법관은 2014년 국무총리에 지명된 뒤 전관예우 논란이 일자 수임료로 받은 1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으나 인사청문회 직전 사퇴했다. 그는 사퇴 전 4억7000만원을 유니세프에 기부하고, 수임료 5억6150만원을 반환했다. 당시 조 전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안 전 대법관의 기부를 "깔끔한 처신"이라고 치하했다.

    조 전 장관의 동생인 조모 씨도 기보에 진 채무 44억원을 변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변제 절차를 시작하지도 않았다. 조씨는 지난 8월20일 기자단에 보낸 글에서 "제가 운영하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웅동학원에 대한 채권 모두를 저와 제 가족 등이 기보에 부담하고 있는 채무 변제를 위해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기보의 채권을 보유한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는 웅동학원의 채무 탕감 관련 진행 경과에 대해 '해당 사항 없다'고 답했다.

    조씨가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진 44억원의 빚은 부친이 대표로 있던 고려종합개발과 코리아코팅엔지니어링이 기보의 보증을 받아 은행들로부터 9억5000여 만원을 빌리면서 시작됐다. 두 회사가 도산하면서 기보가 대신 은행에 돈을 갚고 조씨가 대표로 있던 고려시티개발과 조씨 일가에 구상권을 청구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이자가 쌓이면서 채무는 44억원으로 불어났고, 기보는 해당 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매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