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체감추위에 컵라면 끼니… 화장실 태부족… 대소변 참아가며 "文 하야" 외쳐
  • ▲ 9일 밤 10시쯤 청와대 분수대광장 앞에서 300여 명의 시민들이 '철야 노숙시위'를 위해 담요를 덮고 취침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밤 체감온도는 3~4도였다. ⓒ박찬제 기자
    ▲ 9일 밤 10시쯤 청와대 분수대광장 앞에서 300여 명의 시민들이 '철야 노숙시위'를 위해 담요를 덮고 취침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밤 체감온도는 3~4도였다. ⓒ박찬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와 대국민 메시지가 나올 때까지 무기한 투쟁하겠다.”

    9일 오후 10시쯤 청와대 분수대광장 앞. 30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이날 낮에 열린 ‘광화문 집회’에 참석 후 다시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가 주최하는 ‘철야 노숙시위’ 참가자들이다.

    지난 3일 개천절 집회 때부터 시작한 이들의 철야 노숙시위는 이날로 7일째를 맞았다. 이날 밤 최저기온은 8도로 예상됐으나, 찬 바람에 체감온도는 3~4도로 느껴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한기총에서 나눠준 돗자리와 담요·핫팩 등으로 무장한 채 밤을 준비했다.

    참가 시민들, 체감온도 3~4도 추위에 돗자리·담요로 버텨

    바람에 날아가는 돗자리를 잡기 위해 뛰어가는 참가자도 있었다. 자녀와 함께 가족 모두가 시위에 참여한 참가자,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찍었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이들은 이날 밤 한기총이 준비한 주먹밥과 급식, 인근 편의점에서 사온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문재인 하야’를 외쳤다.

    한기총 관계자는 “이날(9일)로 철야시위 7일째”라며 “우리(한기총) 측에서 이런 저런 행사(철야농성)를 한다고 모여달라고 하니 다들 개인 의지로 모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철야농성에는 최대 1000여 명이 모였고, 정말 밤샘 참가자는 300~500명 정도”라고 밝혔다.

    무엇이 수백명의 ‘국민'을 추운 거리로 내몰았을까. 이들이 ‘밤샘 노숙’이라는 극단적 시위 방식을 선택하면서까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날 본지가 만난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고 토로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망가지는 나라를 보고만 있을 순 없다’는 노부부의 울분도 있었다.
  • ▲ 철야 노숙시위 참가자들은 한기총에서 나눠준 급식이나 주먹밥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밤새 자리를 지켰다. ⓒ박찬제 기자
    ▲ 철야 노숙시위 참가자들은 한기총에서 나눠준 급식이나 주먹밥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밤새 자리를 지켰다. ⓒ박찬제 기자
    서울 강북구에 산다는 박용복(64) 씨는 “현 정권이 들어서며 경제·국방이 무너지는 등 총체적 위기를 맞았다”며 “이러다가는 정말 나라가 망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 (철야 노숙시위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 정부 출범 이후 무상복지 같은 공산주의 배급정책이 시행되고 있지 않으냐”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해괴한 정책에 기업들은 모두 해외로 나간다고 들었다. 우리 자녀들의 미래는 지켜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개탄했다. 박씨는 이날로 7일째 노숙시위에 참가했다.

    “文 끝장토론 한다더니… 국민 무시”

    문재인 대통령의 ‘내로남불’ 행태를 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광화문 집회’부터 자리를 지켜온 고영일(50·종로구) 변호사는 “지금 여기 모인 사람들이 일주일째 집회 중인데, 과거 발언과 달리 (문 대통령은) 광화문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거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SBS ‘대선 주자 국민면접’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후 퇴진 촉구 집회가 열린다면) 광화문광장으로 나가 시민들 앞에 서서 끝장토론이라도 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한 것을 꼬집는 발언이었다.

    고 변호사의 이 발언에 주변에 있던 참가자들이 “문재인은 자기가 한 말을 지켜라” “불통 대통령은 내려와라”라고 소리쳤다.
  • ▲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이용해 올라온 양은옥(왼쪽)씨. '철야 시위'의 불편한 점으로 '화장실 문제'를 꼽았다. ⓒ박찬제 기자
    ▲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이용해 올라온 양은옥(왼쪽)씨. '철야 시위'의 불편한 점으로 '화장실 문제'를 꼽았다. ⓒ박찬제 기자
    철야 노숙시위에 참가한 이들은 음식이나 물을 많이 먹지 못한다고 했다. 화장실 이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매일 수백명이 ‘철야집회’에 참가하지만 서울시가 마련한 이동식 화장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집회 참가자들의 하소연이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확인한 결과, 10일 0시30분쯤 집회 참가자는 300여 명 정도였으나, 이동식 화장실은 여자 화장실 1곳, 남자 화장실 2곳 등 3곳에 불과했다. 여자 화장실에 시위 참가자들이 몰리자, 일부 여성 참가자들은 양해를 구하고 남자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수백명 시위하는데 화장실은 달랑 ‘3곳’... 서울시의 ‘인권 무시’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이용해 올라왔다는 양은옥(70·여) 씨는 ‘철야시위에서 불편한 점이 없느냐’는 질문에 ‘화장실 문제’를 꼽았다. 양씨는 “집회 인원에 비해 화장실이 부족해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며 “집회 참가자가 수백명인데 서울시가 3곳만 설치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양씨는 또 “손을 씻거나 잠자기 전 양치를 하려 해도 물이 나오지 않아 한기총에서 지급하는 생수로 씻고 있다”며 “근처 상가 화장실을 이용하라는데 상가가 24시간 문을 여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또 다른 집회 참가자도 “이동식 화장실이 많이 부족하고, 청결문제도 심각하다”며 “화장실 이용은 기본적 인권 아니냐. 서울시는 화장실까지 내로남불 식으로 하지말고 제대로 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투쟁본부 측은 3일부터 시작한 철야 노숙시위를 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가 나올 때까지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