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칼럼] 문서 위조한 법학자이자, 비서, 실세… 편법, 반칙으로 세상 어지럽혀
  • ▲ 김기현 전 울산광역시장.ⓒ뉴데일리 DB
    ▲ 김기현 전 울산광역시장.ⓒ뉴데일리 DB
    10월3일 광화문에서 열렸던 국민 대항쟁에 삭발한 까까머리로 참여했던 필자는 요즘 시국을 보면서 조고와 갈라파고스를 떠올리게 된다.

    조고는 중국 대륙에서 최초의 통일제국 진(秦)나라를 건설했던 진시황의 환관이다. 쉬운 말로 내시다. 조고는 말년의 시황제 곁에서 호가호위했던 인물이다. 상앙·이사를 통해 법가 사상을 채택했던 시황제의 진에서 조고는 부지런하고 법에 대해서도 제법 해박한 지식을 가졌다고 한다. 당연히 법을 좋아하는 시황제의 눈에 들었고, 시황제의 아들인 호해의 후견인까지 되었다.

    이쯤 되면 조고는 그냥 환관이 아니다. 겉은 환관이지만 실은 최고 실세였다. 조고는 시황제를 따라 순행을 떠났다가 순행 도중 시황제가 죽자, 이미 내정되어 있던 후계자 태자 부소를 제거하기 위해 유서를 위조한다. 효심이 깊었던 부소는 위조된 부친의 유서가 진품이라 믿고 자결하였고, 조고는 마침내 천하의 멍청이 호해를 통일제국 진의 2대 황제로 옹립하는 데 성공한다.

    문서 위조한 법학자 조고… 이름까지 비슷해

    이때부터 조고의 천하가 되었다. 황제인 호해에게 조고가 사슴을 바치면서 말이라고 했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는 조고의 위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지록위마의 내시 조고를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떠올릴 수밖에 없는 시국이 한탄스럽다. 교묘하고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온갖 반칙과 특권을 누리면서도 ‘지킬과 하이드’조차 부러워할 위선의 가면까지 쓴 범죄자를 개혁자로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작금의 시국이 내시 조고의 진과 무엇이 다른가.

    조국이 법학자라면 조고도 당대의 법학자였다고 할 수 있다. 시황제의 내시였던 조고, 대통령의 비서였던 조국, 어딘가 닮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한글로 표기하면 이름까지도 닮았다. 내시 조고가 발호(跋扈·권세를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뜀)하고, 조고를 중심으로 온 나라가 미쳐 돌아갔던 진의 결말은 파멸이었다. 민생은 도탄에 빠졌고, 나라는 망했으며, 천하는 혼란의 소용돌이로 말려 들어갔다. 민생경제는 바닥을 기고, 외교와 안보는 절명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

    역사는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지만, 역사에서 배우려 하지 않을 때 냉혹한 교훈을 준다고 한다. 조고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현실의 ‘조국’을 보지 않으면, 결국 진의 운명을 따라갈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지금 청와대가 하고 있는 엉뚱한 짓을 보면 갈라파고스가 연상된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남미 대륙에서 약 1000㎞ 떨어진 동태평양에 19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群島)다. 육지와 동떨어진 채 혼자서 따로 살아온 땅. 세상과 교류도 없고, 세상의 변화에도 전혀 관심 없이 오로지 자기들 섬만이 유일한 땅이라고 여기는 곳. 요즘 청와대는 바로 이런 갈라파고스에서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이 모인 곳 같다.
  • ▲ 김기현 전 울산광역시장.ⓒ뉴데일리 DB
    '조국' 못 보는 '갈라파고스' 文… 진의 운명을 따라갈 수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두 축으로 하여 성장해온 나라, 세계 7위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나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들 중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축적해온 성공모델 나라가 불과 2년여 만에 휘청대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억지논리가 횡행하고, 종북 굴욕의 대북관계가 평화로 겉포장되더니 급기야 대놓고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작자를 법무장관에 앉히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민이 일시적으로 위임한 인사권에 대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늘어놓으면서 조국을 법무장관에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을 보면서, 그는 갈라파고스 대통령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편성을 거스르고 진화를 거부하면서 박제화된 인식 속에 고립된다면 그 결과는 멸종이거나 파멸이다. 조고를 닮은 조국을 앞세워 국민의 분노를 자초하고, 국론을 분열시켜 나라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갈라파고스로 만드는 길을 간다면, 그의 운명이 닿을 종착역의 이름은 비극일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조국을 파면해 말이 되지 않는 폭주를 멈추어 주기를 바란다. 조국사태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다. 대한민국은 갈라파고스가 될 수 없다.

    - 김기현 전 울산광역시장(17·18·19대 국회의원, 전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