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 주최 '문재인 탄핵 10.9 천만 국민대회'
  • ▲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의 9일 광화문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의 줄이 광화문광장부터 서울역 방향으로 이어졌다. ⓒ이종현 기자
    ▲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의 9일 광화문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의 줄이 광화문광장부터 서울역 방향으로 이어졌다. ⓒ이종현 기자
    "지금 대한민국을 분열시키고 경제를 파탄내는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런 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을 아웃(OUT)시키는 투쟁에 동참해나갈 것이다."

    심재철(61) 전 국회 부의장이 9일 오후 2시40분께 '문재인 탄핵 10.9 천만 국민대회' 집회 무대에 올라 한 발언이다. 심 전 부의장은 "문재인 정권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특히 조국 장관의 경우 펀드 운영, 딸 부정입학, 학교법인 재산 빼돌리기 등 여러 잘못이 보도되고 있는데도 법을 다루는 법무장관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판했다.  시민들은 심 전 부의장의 '조국 아웃' '문재인 아웃' 구호를 따라 외치기도 했다.

    573돌 한글날인 이날 오후 12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의 집회가 열렸다. 집회는 6시간 넘게 진행됐다. 집회에는 황교안(62)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56) 원내대표,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 김진태(54) 의원, 김문수(68) 전 경기도지사, 그리고 이재오(74)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새벽에 있었던 조 장관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강력히 비판했다. 김 의원은 "조 장관 동생을 풀어줬는데, 이 사회주의자들은 법이나 양심, 논리, 팩트도 없이 무조건 간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국론이 분열돼 있지 않다고 말했는데 이게 분열된게 아니면 뭐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집회와 9일 집회를 '10월 항쟁'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10월 항쟁이다… 文 하야하라"

    오후 3시30분께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연사로 나섰다. 김문수 전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에게 더 이상 대한민국을 맡겨둘 수 없다"며 "이제 우리가 가야할 곳은 빨갱이 문재인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지사는 이어 시민들과 함께 '조국을 감옥으로' '문재인을 끌어내자'는 구호를 외쳤다. 
  •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같은당 원내대표가 9일 광화문집회에 참여해, 연사들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다. ⓒ정상윤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같은당 원내대표가 9일 광화문집회에 참여해, 연사들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재오 전 의원은 정치인 가운데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오늘 이 자리는 우리가 앉았던 자리에 휴지 하나 남기지 않는, 질서 있는 비폭력 평화 집회"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10월 항쟁을 이뤄냈다"며 '대한민국 영원하라', '문재인 하야 조국 감옥'이라는 구호를 선창했다.

    원로 언론인·예비역 장성들도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기 위해 연단에 올랐다.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욕하는, 역사상 가장 지독한 패륜 정권"이라며 "특히 민노총의 폭력에게 법과 질서를 난도질 당하는 깡통정권"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논설위원은 “이런 이유로 다음 대선에서의 정권 탈환, 2020년 총선에서의 '선거혁명'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삼 전 육군참모총장도 "지금 보면 조국 장관이 부정부패를 저지른 상황이 드러나는데 그것이 어디까지 연결돼 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이번 조 장관 사태가 도화선이 돼 대한민국이 승승장구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각계각층 인사, 청년들도 文 비판 나서

    성창경 KBS 공영노조 위원장은 언론노조 문제점, 조 장관 동생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 이력 등을 거론하며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안보가 해체되고 경제는 폭삭 망했으며 법치는 파괴됐다”면서 “바로 이런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하야해야 하는 이유"라고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청년들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집회 후반부 무대에 오른 두 명의 청년은 "2030 청년들이 광화문으로 몰려오고 있고, 이제 우리 모두가 선두로 나가겠다"며 "어르신들이 피와 땀, 눈물로 지킨 대한민국을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외쳤다. 
  • ▲ 9일 광화문집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하야', '조국 법무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상윤 기자
    ▲ 9일 광화문집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하야', '조국 법무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상윤 기자
    이날 집회는 연단에 오른 사람들이 주도하는 게 아닌, 자발적으로 참가한 시민들이 이끌어 가는 모습이었다. 참가자 연령대도 지난 3일에 비해 다양해졌다. 시민들은 이날 오전 11시30분께부터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부모님 손을 잡은 20대 청년부터 노부부까지, 광장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향하는 5차선 도로 곳곳에는 '문재인 하야' '조국 감옥' '못살겠다 끌어내자' 피켓을 든 시민들이 보였다. 정오가 지나자 광화문 광장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광화문 사거리부터 프레스센터를 지나 서울역 방향까지 이어졌다. 광화문 광장은 이미 가득 차 있었다. 집회 주최 측은 1000만 시민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온 시민들은 조국(54)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 그리고 이런 의혹에도 내려오지 않는 조 장관 등 '조국 사태'에 분노했다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66)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조 장관 사태를 보며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다는 시민도 있었다.

    시민들 "조국 사태에 분노"

    직장인이라고 밝힌 남성 최모(강원·62)씨는 "모든 국민들이 알다시피 경제, 안보,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지금 나라가 엉망이지 않는가"라며 "나라를 바로잡는 데 역할을 하고 싶어서 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찍었다는 최씨는 "주변에 분노한 분들이 많은데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다른 사람들과 계속 집회에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직장에 다닌다는 여성 장모(인천·28)씨는 부친과 함께 집회에 왔다고 밝혔다. 장씨는 "조국 사태가 불거진 뒤 상황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는 화가 나서 집회에 나왔다"며 "무엇보다 조 장관이 말하는 검찰개혁 내용 중 공수처 설치는 오히려 다른 기관에 더 큰 권력을 준다는 건데 이게 어떻게 개혁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주는게 검찰 개혁의 시작인데 조 장관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변호사라고 밝힌 김모(인천·34)씨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삼권분립이 가장 중요한데, (문재인 정부가) 입법부와 사법부 등을 하나하나 장악해가는 게 보인다"며 "특히 마지막으로 검찰까지 건드리려는걸 보고 나라가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지난 3일 처음으로 집회에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주말에 집회를 연다면 그때도 나올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 9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들. ⓒ정상윤 기자
    ▲ 9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들. ⓒ정상윤 기자
    이날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4시를 넘겨 청와대로 행진했다. 이들은 조국 장관 구속과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오후 10시까지 청와대 옆 도로에서 집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광화문 한켠에서는 서울대 광화문집회 추진위원회가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를 선착순 1000명에게 주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증명서는 '서울대학교 문서위조학과 인권법 센터장' 명의로 돼 있었다. 조국 장관의 자녀들이 했다는 정체불명의 인턴십에 대한 풍자였다.

    서울대·우리공화당 퍼포먼스 돋보여

    비슷한 시각, 우리공화당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문 대통령과 조 장관 참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문 대통령, 조 장관 얼굴 사진을 붙인, 수감자 차림새의 두 남성을 다른 남성이 참수하는 퍼포먼스였다. 우리공화당 지지자들은 “문 대통령 퇴진, 조 장관 구속”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공화당은 오후 5시까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오늘 조 장관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는데, 이는 불의와 불법이 법원을 점령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민의 분노와 심판이 더욱 거세지고 결국 문재인 정권 퇴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문재인 좌파독재정권을 끝장내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무효, 무죄 석방을 이뤄내자"고 외쳤다.

    우리공화당 측 인사 일부는 오후 6시가 넘겨서도 문 정권 규탄 발언을 하며 시민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한편 이날 광화문 광장에는 서울시 이동식 화장실 30동(남성 화장실 10동, 여성 화장실 20동)이 설치돼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3일 개천절 광화문 집회 때에는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서울시가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한 곳이 광화문 광장 한복판이어서 집회 참가자들을 둘로 나눈 모습처럼 비쳤다. 이를 두고 시민들 가운데 일부는 “박원순 시장이 심통을 부린 것”이라며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