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민간업체가 인터넷 사진 써"… '현충원 블로그 사진' 드러나자 "직원 실수"
  • ▲ 국가보훈처가 '9월의 6·25 전쟁 영웅' 포스터 배경사진에 중공군의 모습을 사용했다. ⓒ국가보훈처
    ▲ 국가보훈처가 '9월의 6·25 전쟁 영웅' 포스터 배경사진에 중공군의 모습을 사용했다. ⓒ국가보훈처
    국가보훈처(이하 보훈처)가 매달 선정, 발표하는 6·25 전쟁영웅 포스터의 배경사진으로 국군이 아닌 중공군의 사진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보훈처는 지난 8월 말 ‘9월의 6·25 전쟁영웅’으로 강원도 김화군 일대 수도고지전투에서 활약한 공해동 육군 하사를 선정하며 포스터 배경에 고지전을 벌이는 군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보훈처가 공개한 포스터에는 공해동 하사를 기리는 “불굴의 의지로 수도고지를 지키다”라는 글귀가 적혔다. 보훈처는 공 하사를 선정한 배경으로 “육군에 입대해 수도사단의 기관총 사수로 수도고지전투에 참전했다”며 “우박처럼 쏟아지는 실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굴의 투지로 마지막 순간까지 방아쇠를 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 하사의 투혼에 힘입어 수도사단은 마침내 중공군의 공격을 격퇴하고 고지를 사수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포스터에 나온 군인들은 마치 공 하사와 그의 전우들처럼 해석됐다.

    중공군이 최대 승전으로 선전하는 상감령전투 모습

    하지만 포스터에 등장하는 군인은 국군이 아닌 중공군이었다. 특히, 해당 사진은 중공군이 ‘항미원조전쟁(6·25) 중 최대의 승전’으로 선전하는 ‘상감령전투’ 때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기념관이 6·25전쟁 50주년을 맞아 2000년 발행한 서적 <아! 6·25 그때는 자유를, 이제는 통일을>을 보면 문제의 사진에 대해 “중공군이 상감령전투에서 고지를 향해 돌격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군 관계자는 이 신문에 “사진을 자세히 보면 군인들 복장 자체가 누가 봐도 중공군”이라고 지적했다.

    보훈처 역시 9월 포스터에 중공군 사진이 실린 사실을 인정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보훈처는 포스터 제작을 맡긴 민간업체가 인터넷에서 사진을 가져다 썼는데, 이를 제대로 고증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국립서울현충원 블로그에 있는 사진

    이 업체가 문제의 사진을 찾은 곳은 국립서울현충원 블로그였다. 전쟁영웅 포스터에는 일반적으로 얼굴 사진을 쓰지만, 업체는 마땅한 공 하사의 사진자료를 구하지 못해 고지전 느낌이 나는 사진을 찾아 사용했다고 한다.

    중공군 사진을 국군으로 둔갑시켜 공식 블로그에 올린 것에 대해 현충원과 보훈처 측은 “직원 실수”라며 “당시 국군이 단독으로 수행한 고지전투에는 외국 종군기자가 따라가지 않아 사진자료가 부족했다. 중공군 사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