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총수' 이씨, 사진에 '친문' 다짐… 文정부 코드 맞춰 '일제 불매' '조국 수호' 등으로 '목표' 바꿔
  • ▲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 ⓒ정상윤 기자
    ▲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 ⓒ정상윤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에 대해 여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압박에 나서자 검찰이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달 30일 대통령의 경고성 메시지 이후 하루 만인 1일 특수부 축소와 서울중앙지검 파견 검사 원대복귀를 명령했다. 검찰은 당초 공개소환 방침을 정했던 '조국 수사' 핵심인 조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해서도 비공개 소환으로 방침을 뒤집었다.

    검찰이 급작스럽게 '선회'한 배경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서초동에서 열렸던 '검찰개혁 촛불집회'가 그 중 하나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 집회 참석 인원은 각 단체의 추산에 따라 5만 명 수준에서 150만~200만 명까지 크게 차이나지만, 2016년 '국정농단사태' 이후 친정부 성향 집회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몰렸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집회 이후 윤 총장에게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라고 강조했고, 조 장관도 같은 날 "국민의 검찰개혁에 대한 열망이 헌정 역사상 가장 뜨겁다"며 이 촛불집회에 대해 언급했다.

    그렇다면, '조국 수사'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된 서초동 집회는 누가 주최했고, 그들은 무엇을 하던 단체일까.

    본지 취재 결과 지난달 28일 열린 서초동 촛불집회를 주최한 곳은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라는 곳이다.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 운영자 이모(개총수) 씨가 총수로 있다. 개국본이라는 이름에는 '개싸움은 우리가 한다. 정부는 정공법으로 가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 주최, '개싸움국민운동본부'

    개국본 다음 카페와 네이버 밴드, 시사타파TV 유튜브 채널을 살펴보면 개국본은 '친문(재인) 성향'의 단체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결성됐다. 노노재팬(NONOJAPAN, 일제 불매)과 토착왜구 박멸 국민운동 등을 진행하자는 취지다. 이들은 개국본 결성 이전에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사법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 장관과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자 선전 메시지를 일제 불매에서 검찰개혁으로 바꿨다. 지난 8월3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첫 촛불집회를 열었고, 검찰이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하자 지난달 16일부터 21일까지 6일간 매일 '1~6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라는 이름을 달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 ▲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한 시민이 '정치검찰 물러나라', '자한당을 수사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한 시민이 '정치검찰 물러나라', '자한당을 수사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정상윤 기자
    개국본은 1차 집회 800여 명, 2차에 600여 명, 3~4차 각 1000여 명, 5차 3000여 명, 6차 3만5000여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6차 집회 이후 일주일 만인 지난달 28일 열린 7차 집회에는 총 200만여 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조국수호' '검찰개혁'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정치검찰 물러나라" "자한당을 수사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개국본은 지난달 11일에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을 공무집행방해죄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개국본은 "검찰이 조국 장관 부인에게 표창장 사문서 위조로 기소한 점에 대해 검찰의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붓게 하는 등 검찰의 업무방해를 했다고 보며, 이에 공무집행방해죄와 더불어 국민을 기망하고 사기친 죄와, 이런 자가 대학인들 정상적으로 운영했을까? 하는 경험칙에 의거해 횡령 및 배임으로 고발한다"고 주장했다.

    적폐청산·일제불매 등 정부 선전·선동 도구… 민주당 후원 주장도 제기

    특이한 점은 개국본의 선전 메시지가 문재인 정부의 관심사와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시사타파TV와 개국본의 선전 메시지는 정부의 방향에 맞춰 사법적폐 청산에서 일제 불매, 조국 수호로 바뀌었다. 개국본 총수 이씨는 지난달 7일 자신의 사진에 "나는 사람에게 충성한다"며 "오직 한 분,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문구를 적어 올리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을 흔드는 그 누구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그 말을 실천한다"면서 "검찰과의 싸움은 힘들고 가장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개국본이 더불어민주당의 후원을 받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소 유튜버가 주축이 된 개국본이 버스까지 대절해야 하는 대규모 집회를 주최할 여력이 되느냐는 것이다. 개국본의 월회비는 1000원이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촛불집회가 됐든, 오는 3일 집회가 됐든 정당들이 어느 정도는 관여해서 그쪽의 모임들을 후원을 하든 동원을 하든 그런 행위들이 일어난다"면서 "지지층을 결집해서 같은 국가권력 내 특정 공권력 기관을 공격하는 것이며, 이것으로부터 여당은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개국본의 총수이자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 운영자인 이씨는 27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중소 유튜버에 불과하지만, 손혜원 무소속 의원과 이재정·김광진 민주당 의원 등 여권 핵심 인사 인터뷰를 주기적으로 진행한다.

    한편 개국본은 오는 5일 서울 서초동에서 제8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개최한다. 이날 행사는 오후 4시부터 진행되며, 서초역 네 방향 출구에 무대와 스피커를 설치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