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무협상 대표에 美 외교통 '김명길' 공식화… 김 "'리비아식 핵포기' 부당성 지적 흥미"
  • ▲ 지난 2월 26일 미북 2차 정상회담 참석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베트남 북한대사관 방문에 수행하는 김명길 당시 대사의 모습. ⓒ연합뉴스
    ▲ 지난 2월 26일 미북 2차 정상회담 참석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베트남 북한대사관 방문에 수행하는 김명길 당시 대사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경질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나아가 '새로운 계산법'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카운터파트로 알려진 김명길 전 주베트남 북한대사가 이번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정의와 범위와 상응조치를 놓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2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명길 전 대사가 미국과의 실무협상에 대표로 나설 것을 공식 확인했다.

    김 대사는 담화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조미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주장하였다는 보도를 흥미롭게 읽어보았다"며 "조미 실무협상 우리 측 수석대표로서 나는 낡아빠진 틀에 매달려 모든 것을 대하던 말썽꾼이 미 행정부 내에서 사라진 것만큼 이제는 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조미관계에 접근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 대사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에 어떤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지 그 내용을 나로서는 다 알 수 없지만, 조미쌍방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으면서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올해 60세인 김명길은 30대 초반이던 1990년대 초 1차 북핵 위기 때부터 대미 협상에 참여한 인물로, 북한 핵·미사일 협상의 역사와 대응 전략 전술에 정통한 북한의 외교관으로 꼽힌다.

    1982년 외무성에 들어간 김명길은 외무성 미주국에 근무하며 2000년대 들어 6자회담에도 참여하는 등 북한의 대미 외교에 실무를 담당했다. 지난 2015년에는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에 임명됐고 지난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때에는 김정은을 밀착 지원했다. 지난 4월에 임기를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미국과의 협상 경험이 풍부하지만 대부분의 이력이 2010년 이전이어서 과거의 인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은 '하노이 결렬' 이후 그동안 대미 협상라인 무게 중심을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옮기는 등 조직을 재정비했다. 이 과정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였던 김 대사가 실무협상을 맡게 될 거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북한은 침묵으로 일관했으나, 이날 담화를 기회로 김 대사가 향후 미국과의 실무협상에 대표로 나설 거라고 공식화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볼턴 전 국가안보 보좌관이 과거에 얼마나 서툴게 해 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쩌면 새로운 방식이 매우 좋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소리(VOA)는 20일(현지시간) 새로운 방식은 '단계적 비핵화'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관련해 언급한 새로운 방식은 미국의 대북 접근법의 유연성을 강조한 것"이라면서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나 비핵화 최종 단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앞으로 나아가면 미국도 동시에 그럴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이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의 첫 단계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일 것"이라고 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0일(현지시간) 비건 대표와 면담을 마친 뒤 "북쪽에서 계속 신호가 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새 방법에 대한 논의가 오고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또다시 실무협상을 앞두고 '단계적-동시행동적 비핵화' 원칙 하에 제도 안전과 발전을 담보할 상응조치를 요구해 실무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제공할 상응조치로는 한미 연합훈련 대폭 축소 등 안전 보장,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제재 일부 해제 등이 거론된다. 미·북 양측이 비핵화 범위와 상응조치 수준을 놓고 얼마나 이견을 좁히느냐가 실무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