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文 인사정책 '낙제점'… '1등' 진보단체 자리매김, 국민 성원 등 일석이조 노림수
  • ▲ 조국 법무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데일리DB
    ▲ 조국 법무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데일리DB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8일 “조국 후보자가 검찰개혁의 상징이 되어 있으나 꼭 조국 후보자만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조국 법무부장관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조 후보자는 기자회견과 청문회 등 두 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제기된 의혹들을 깔끔하게 해소하지 못했고, 오히려 검찰 수사와 향후 재판을 통해 밝혀져야 할 과제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를 정치적으로 성장시켰던 ‘정의’와 ‘공정’이 후보자 지명 이후 드러난 언행 불일치로 국민과 청년들에게 많은 허탈감과 실망을 안겨줬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법무부장관 직은 철저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로 엄격하게 법 집행을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자리임에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를 법무부장관에 임명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후보자가 검찰개혁의 상징이 되어 있으나 꼭 조 후보자만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조 후보자의 법무부장관 직 임명을 강행한다면 진보개혁진영은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 개혁의 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참여연대와 라이벌 의식... 입장 표명으로 우위에 서겠다는 의도"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성명을 낸 경실련과 견해를 표명하지 않은 참여연대를 비교하며 “참여연대로서는 자기 출신인 조국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여연대로서는) 도덕성을 강조하자니 정치검찰의 손을 들어 주는 것 같고, 조국을 지지하자니 국민의 눈높이를 맞출 수가 없는 데서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면서 “상당히 애매한 상황에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는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대한민국 시민단체를 양분하는 경쟁적인 관계로 라이벌 의식이 있다”며 “(경실련으로서는) 이번 성명을 통해 (참여연대보다) 국민들 눈에 조금 더 선명해 보이고 정의로워 보인다는 점을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실련은 참여연대보다는 조금 더 보수적이며 조국이 자기 출신이 아니기에 국민의 눈높이에서 말하기가 조금 더 쉬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서울대 교수)은 “참여연대 내부사정은 모르겠지만 경실련 내부에서 여러 의견이 많았다”며 “정권·진영을 떠나 우리가 가진 원칙에 비춰 판단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검찰의 독립성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입장에서 민정수석이 법무부장관으로 직행하는 것은 정치권력에 대한 독립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표명으로 많은 의혹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신 꼴이 됐다는 측면에서 의혹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진영논리처럼 돼버린 측면이 많고, 내부에서도 (이번 성명이) 진보단체의 분열이라는 식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시는 분도 계셨다”고 밝혔다.

    "경실련, 지난 4월 文 정부 평가서도 인사정책에 낙제점"

    경실련은 진보성향의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과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이 공동대표를 맡았던 곳이다.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도 경실련 정책위원장 출신이다. 이런 이유로 경실련의 성명은 일반의 주목을 받았다.

    경실련은 지난 4월에도 ‘문재인 정부 2년 평가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10점 만점 기준 인사 3.9점, 일자리 4.2점 등 ‘낙제’에 가까운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당시 조사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낮게 평가한 정책은 ‘인사정책’이었다. 장관 후보자 논란 등 인사검증 논란이 계속되면서 응답자 중 22.9%가 1점을 줘 낙제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못해 내놓은 면피성 성명… "왜 이제야 내놓아" 지적도"

    경실련이 조국 장관 임명 하루 전날 내놓은 성명을 두고 ‘면피성 성명’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성명은 소신껏 해야 되는 건데 입장이 곤란할 수 있으니 마지못해 하는 것 아니냐”며 “같은 좌파 쪽인데 의리상 가만히 있다가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니 고민 끝에 내린 기회주의적이며 떠밀리듯이 한 성명”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윤철한 정책실장은 이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도 높고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커 충분히 듣고 판단하기로 했던 것”이라며 “일찍 입장을 내려고 했는데 기자간담회와 청문회 등 일정이 계속 진행돼 여러 의혹을 확인하다 보니 늦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윤 실장은 또 “경실련은 일관되게 생각했던 원칙이 있고, 그 원칙에 따랐다면 진작 성명을 내는 게 맞았다”며 “(여기서 오는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