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北 수교 70년 맞아 방북, 리용호 만나…"중국, 북한이 미국 돈 받을까 우려하는 듯"
  • ▲ 지난 2일 방북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맞이하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일 방북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맞이하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일 북한을 방문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공식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의 방북이 중북(中北) 수교 70주년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중국 전문가는 “김정은을 믿지 못하는 중국이 지난 6월 이후 미국과 북한 사이에 어떤 대화를 했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하러 간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中외교부 “왕이 부장, 中北 수교 70주년 맞아 방북”

    중국 외교부는 3일 홈페이지를 통해 “왕이 외교부장이 2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중북 우호관계, 미북회담 재개 및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 등을 집중 논의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올해가 중북 수교 70주년”이라며 “양국 우호협력 관계를 잘 발전시키는 것이 중국 정부의 확고부동한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이어 “중북 지도자의 의지가 양측의 공동 행동으로 양국 관계가 더 크게 발전하기를 바라는 것”이라며 “양국은 수교 이래 줄곧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 외무상은 김정은의 네 차례 방중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언급한 뒤 “양국 우호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북한 노동당과 국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답했다.

    왕 부장과 리 외무상은 홍콩 시위와 관련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리 외무상은 “홍콩 문제에 외부세력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의 주장을 강력히 지지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선전매체들 또한 왕 부장의 방북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방북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국내 언론은 “왕이 부장이 북한 측에 미북 비핵화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놨다.
  • ▲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난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난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은 현재 미북관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황을 파악하러 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에 따르면, 중국에는 지금 북한을 움직일 만한 지렛대가 없다.

    “북한 움직일 지렛대 없는 中, 美北 상황 파악하러 간 것”

    이 전문가는 역사적으로 중국은 경제지원을 통해 북한을 움직였는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 등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돈을 줄 수 없게 되면서 그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북한이 미국이 내민 돈을 덥석 받을까 전전긍긍한다고 이 전문가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기를 바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개성공단 가동 및 금강산관광 재개가 이뤄질 경우 중국 측이 “저기는 되는데 왜 우리는 안 되느냐”고 트집을 잡으며 대놓고 대북지원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이 전문가는 “중국과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지역의 상황은 ‘가치동맹(이데올로기)’과 ‘역내 역학구도’, 그리고 각국의 이해관계로 분석하면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외교부는 “중북 수교 70주년을 맞이해 양국 간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왕이 부장이 방북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외교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중국 고위 당국자의 방북에 대해 우리가 이런저런 평가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 정부는 중국 등 주변국들과 항상 소통하고 있어 우리가 전혀 모르는 일이 벌어지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