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빼고 한반도 군축만 다뤄… 해리스 美 대사도 공개 일정 전면 취소
  • ▲ 지난 28일(현지시간) CSIS가 주최한 세미나에 나온 랜들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 그는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8일(현지시간) CSIS가 주최한 세미나에 나온 랜들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 그는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방부가 오는 9월4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안보대화(SDD)’를 연다. 이번 SDD에 미국 정부는 참석을 거절했다. 해리 해리스 미국대사도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28일 외교부에 ‘사실상 초치’당한 뒤부터 공개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美, 국방부의 서울안보대화 초청 거절

    9월4일부터 6일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이번 SDD의 주제는 ‘함께 만드는 평화: 도전과 비전’이다. 국방부는 50여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가하며, 20여 국가과 양자회담을 갖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년 참석하던 미국 국방부 차관보급 인사는 초청을 거절했다. 주한 미국대사의 참석 여부도 불투명하다.

    조선일보는 30일 “미국 측은 2014년을 제외하고 SDD에 매년 국방부 차관보 또는 그에 준하는 국방 관련 인사가 참석해왔다”며 “이번에도 국방부는 랜들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안보담당 차관보의 참석을 강하게 요청했지만 미국 측이 ‘일정상 이유’로 참석이 어렵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에서 개최한 ‘한·미·일 삼각 국방협력의 중요성’ 세미나에서 “한국은 지소미아 협정을 연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이어 “한국 정부는 미국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미국은 문재인 정부에 지소미아 연장을 거듭 촉구했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슈라이버 차관보를 대신할 인사도 보내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참석하던 주한 미국대사 또한 현재로서는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8일 외교부로 불려가 “지소미아에 대한 불만 발언을 그만하라”고 항의받은 해리스 대사는 29일부터 예정됐던 공식 행사 참석을 모두 취소했다.

    SDD, 北 비핵화 위한 공조·대북압박 논의 없어

    외교가에서는 “사실상 초치된 것에 대한 불편함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해리스 대사가 앞으로 한동안은 한국 정부와 관련된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이런 반응은 이번 SSD에서 논의하는 대화 방향도 일정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 ▲ 문재인 정권에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 약진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문정인 특보와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의 출신학과여서다. ⓒ2017년 5월 25일 MBN 관련보도 화면캡쳐.
    ▲ 문재인 정권에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 약진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문정인 특보와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의 출신학과여서다. ⓒ2017년 5월 25일 MBN 관련보도 화면캡쳐.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SDD는 4개의 본회의와 3개의 특별 세션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세션에서는 한반도 안보와 직결되는 북한 비핵화는 다루지 않는다. 특히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미국과 일본의 ‘대화와 압박 병행전략’은 논의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북한과 중국이 선 비핵화에 반대하며 내세우는 ‘한반도 상호 군축’ 문제만 다룬다.

    또한 7개 세션 가운데 3개의 진행을 문재인 정권과 소위 ‘코드’가 맞는 것으로 알려진 학자들이 맡았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국제공조’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동북아시아의 평화: 도전과 과제’는 김기정 연세대 교수,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군비 통제 추진방향’은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가 맡았다.

    국방부와 이번 SDD에서 안보대화를 갖는다는 나라들도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비세그라드 국가(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 등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은 나라들이다.

    국방부는 그럼에도 “남북 정상의 판문점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 1주년을 맞이하는 때에 열리는 이번 SDD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