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들었던 변호사들 "실력 부족 느꼈다" 젊은 변호사들 "도덕적 측면에서 최악 "
  • ▲ 자녀 입시비리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박성원 기자
    ▲ 자녀 입시비리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박성원 기자
    사모펀드(PEF) 재산 '몰빵' 투자, 자녀 입시비리, 부동산 허위매매, 동생 위장 이혼 등.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뒤로 현재까지 불거진 의혹이다. 조 후보자 일가를 둘러싼 논란의 진위 여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의혹만으로도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의견이 법조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조 후보자의 제자였던 2030 젊은 법조인의 의견을 들어봤다.

    ① 2003년 형법 수업을 들은 A 변호사

    A 변호사는 서울대에서 조 후보자 수업을 두 번 들었다. 그는 교수 시절 조 후보자의 모습을 이렇게 기억하고 설명한다. "그 당시에도 실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법에 대한 기본 지식이 결여됐다고 할까. 최악으로 실력이 없던 교수 중 하나였다. 모 학장이 조 후보자를 교수로 '꽂아준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조 후보자 일가 관련 각종 논란에 대해 그는 "다소 충격적"이라고 했다. 여러 의혹은 조 후보자의 도덕적 흠결을 넘어, 범죄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딸의 입학비리 의혹을 보고 든 생각은 '자녀들도 자신의 길을 걷게 하는구나'였다. 사실 조 후보자의 도덕적 흠결 문제를 보니, 이 정도일 줄은 상상을 못했다. 단순 범죄가 아니라 어마어마한 중범죄, 상습범죄 아닌가." 

    그렇다면 A 변호사는 조 후보자가 향후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사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조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할 확률은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후보자 자녀 문제는 입시비리가 명백하다. 그런데도 조 후보자는 의혹이 불거지자 가짜뉴스라고 하면서 진실을 왜곡한다. 이 정도면 스스로 사퇴하고 수사를 받아야 하지 않나."    

    ② 2005년 수업을 들은 B 변호사

    B 변호사는 형법 대신 법률문장론 수업을 들었다. 이 수업은 법률가로서 가져야 할 도덕성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개설됐다. 이 수업은 조 후보자와 다른 교수들이 담당했다. 조 후보자를 이때 만난 B 변호사. 그는 후보자를 어떻게 기억할까. 

    "사람, 인권, 정의 이런 가치에 관심을 둔 것처럼 보이는 조 후보자의 책을 읽었다. '보수적 이미지의 서울대 법대에도 이런 교수님이 있구나' 당시 생각했다. 조 후보자는 법률문장론 수업에서도 '사회 정의를 실천하고 사회 밀알이 돼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다만 조 후보자의 형법총론을 들었던 동기들은 수업료를 환불하고 싶었다고는 했다."

    B 변호사의 이런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카이스트(KIST) 학생 자살 사건'이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다. B 변호사는 조 후보자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교 학생들의 인권은 신경도 쓰지 않는 반면, 카이스트 자살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적 발언을 내뱉었다고 전한다.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이 연이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 적 있다. 조 후보자는 SNS 등을 통해 말을 쏟아냈다. 그러나 서울대 학생들 4명 정도가 자살한 사실에 대해서는 입밖으로도 꺼내지 않았다. 서울대생 자살 문제가 기사로 나오지도 않았고, 조 후보자 역시 아무 말도 없었던 것이다. 인권을 말한 조 후보자는 사후 우리 학생들을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자기 학교 문제에는 침묵한 것이다.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 후보자는 2011년 자신의 SNS를 통해 서남표 당시 카이스트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카이스트 학생 자살이라는 비극을 낳은 사람이 서 총장이라는 이유에서다. B 변호사는 "자기 학교도 개혁하지 못하고 자기 학생도 보듬어주지 못하면서 다른 기관, 국가를 개혁한다고 말하는 것인가"라며 “이때부터 조 후보자에게 실망을 했는데 이번 논란을 보면서 또 한번 놀랐다"고 했다. 

    ③  2003년 형법사례연습 수업을 들은 C 변호사 

    C 변호사는 조 후보자의 형법연습을 2003년 수강했다고 한다. 그는 평소 조 후보자의 교수 시절 모습을 이렇게 기억한다. 

    "처음에는 인상 나쁜 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학문적 깊이가 있거나 그런 분은 아니었다. 맨 처음 오실 때도 제가 듣기로는 모 교수님 추천으로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정치적 활동을 덜하겠다는 조건으로 들어온 걸로 알지만 이는 확실치 않다. 다만 학문적 깊이가 깊다고 개인적으로는 느끼지는 못했다. 조 후보자에 대해 좋지도, 나쁘지 않았다."

    C 변호사는 최근 조 후보자 의혹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했다. "정의로운 사람으로 남고 싶어서인지 수업 시간에도 정의를 강조했다. 그런데 이제 본인이 그렇게 살지 않았다는 것 아닌가. 의혹들을 보니 형사처벌 대상으로 기소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상황에서 법무장관이 되면 수사를 와해시킬 수도 있다고 보인다."

    ④ 조 후보자의 형법 수업을 들은 D 변호사   

    D 변호사는 정확한 연도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자신이 조 후보자의 형법 강의를 들었다고 한다. 그는 조 후보자에 대한 양면적 평가를 전한다. 

    "학부생들은 조 후보자의 수업 실력에 의문을 많이 가졌었다. 실무적인 부분이 약하기도 했다. 다만 조 후보자가 수업을 충실히 준비해왔던 점, 자신의 힘으로 연구하려 했던 사실 등 학자로서의 면모는 있었다. 집에 돈이 많아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교수들과 달리 개인적인 연구용역 과제에서 조교와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호의적인 평가도 간혹 나왔다." 
  • ▲ 법조계에 몸 담고 있는 조국 후보자의 제자들은 각종 의혹에 휩싸인 조  후보자에게 실망감을 내비쳤다. ⓒ정상윤 기자
    ▲ 법조계에 몸 담고 있는 조국 후보자의 제자들은 각종 의혹에 휩싸인 조 후보자에게 실망감을 내비쳤다. ⓒ정상윤 기자
    그러나 최근 논란을 보면서 D 변호사의 이런 생각은 변했다. "어느 순간 조 후보자가 SNS에 글을 올리면서 학자로서의 면모가 많이 사라졌다. 특히 조 후보자가 재산을 증식시킨 과정 등 의혹을 보며 정말 실망이 컸다. 복잡한 마음이다."

    ⑤조 후보자의 형법 수업을 들은 E 변호사

    E 변호사는 조 후보자 수업을 몇년도에 들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의견을 말하기 꺼려했다. 다만 그는 조 후보자의 행보가 의외라고 했다. "조 후보자는 학생들에게 정말 잘해준 교수 중 하나였다. 그러던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이 되고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뒤 SNS에 강도 높은 비판의 글을 올렸다. '내가 알던 조 후보자가 맞나' 싶었다. 자녀 논란에 대해서는 글쎄, 뭐라 할 말이 없다."

    본지는 조 후보자의 제자가 아니지만 로스쿨 출신의 젊은 변호사들의 의견도 들어봤다. 그에게 호의적이었던 변호사조차 논란 이후 반감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구주와(39) 변호사는 "사실 이전에는 조 후보자에 대해 좋고 나쁜, 특별한 이미지가 없었다"며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법적·도덕적 측면에서 모두 최악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조 후보자가 과거 SNS를 통해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다’ 같은 발언을 했는데 자신과 자녀는 용으로 살겠다는 것을 그대로 실천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평소 조 후보자에 호의적이었던 다른 변호사조차 비판적 의견을 전했다. 서울 서초동의 F 변호사는 "나는 정치적인 건 잘 모르지만 조 후보자 사태를 보면 그가 상위 0.1% 상류층으로 살아온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나"라며 "(최근 불거진 의혹 등과 같이) 이렇듯 어쩔 수 없이 몸에 뭍은게 있는데 사법개혁같이 상위 0.1% 법조인들과 싸울 수밖에 없는 일을 그가 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의 이중적 행태를 비판하는 변호사들도 여럿 있었다.

    "이분법적 시각이 문제"

    권오현(38) 변호사는 “조 후보자가 교수였던 시절에도 강의보다 폴리페서 행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전부터 부정적 의견이 상당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녀 논란 등에 대해서는 “나는 해도 되고 남은 하면 안 된다는 이분법적 시각이 보이는 거 같다”며 “사법시험 혹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사이에서 반감을 가지는 사람이 최근 많아졌다”고 전했다.

    G(34) 변호사는 “조 후보자를 지지하고 아니고를 떠나 장·차관급은 실무가 출신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조 후보자 자녀 입시비리 같은 문제는 그간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에서 꾸준히 불거진 문제라 사실 놀랍지도 않았다”며 “다만 아쉬운 점은 조 후보자가 자신도 (자녀 입시에 신경을 쓰는) 그런 상황이라면 남한테 비난을 하면 안 됐었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가 이중적 잣대를 들이댔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