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文 정부' 지칭하며 한국 결정에 실망"…美 국방부도 “강한 우려” 표명
  • ▲ 문재인 정부는 지난 22일 국가안보회의 상임위원회를 열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결정했다. 사진은 NSC 상임위원들이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정부는 지난 22일 국가안보회의 상임위원회를 열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결정했다. 사진은 NSC 상임위원들이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정부는 지난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알리면서 “미국은 우리 결정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미국 측에서 “사실이 아니다”라는 반박이 나왔다.

    연합뉴스는 23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는 문재인 정부의 설명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미국 정부 소식통의 이야기를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우리는 이곳(주미 한국대사관)과 서울에서 (청와대에 항의)했다”며 미국이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이해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 소식통은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면서) ‘미국이 이해했다’고 말한 데 대해 특히 불만족(unhappiness)스럽다”고 밝혔다. '한일 간 문제에 관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이 소식통은 “우리는 이미 관여하고 있다”며 “다만 공개적으로 하지 않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통신은 “미국 측은 한일 간 대화를 계속 촉구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한국 측에 실망했다”... 美 국방부 “강한 우려와 실망”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는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우려와 실망을 나타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외교장관과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오늘 오전 한국 측 카운터파트와 이야기했다”면서 “우리는 정보공유협정에 대한 한국의 결정에 실망(disappointed)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어 “우리는 한일 양국이 서로 관여하고 대화하기를 촉구했다”면서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과 일본 외무장관이 어제 만났는데, 그들이 이를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우리는 한일관계를 정확히 올바른 곳으로 되돌리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캐나다 외교장관과의 회담 뒤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캐나다 외교장관과의 회담 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국방부도 “한일 지소미아 종료를 우려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데이브 이스트번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Moon Administration)가 한일 지소미아 갱신을 보류한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한다(expresses our strong concern and disappointment)”고 밝혔다.

    이스트번 대변인은 “우리는 한일관계가 다른 영역에서 마찰이 있다고 해도 상호 방위와 안보관계에서의 통합은 반드시 지속돼야 한다고 강력히 믿는다(strongly believe)”며 “우리는 일본·한국과 양자 및 3자 방위·안보협력관계를 계속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한·미·일 공조로 中·北 견제하려던 아태전략 차질 불가

    미국이 정부의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강한 우려와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한·미·일 안보 공조를 통한 중국과 북한 견제전략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언급하면서 “일본과 한국의 공동 이익이 중요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그것이 미국에도 중요하다”면서 “나는 이것이 대북전략 측면에서는 물론 전 세계에서 우리가 하는 일에서도 중요하다는 것을 국무장관 직을 수행하면서 경험했다”고 말했다.

    VOA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도 비슷한 설명을 내놨다. 방송에 따르면,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미국은 문재인 정부에 이런 결정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보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분명히 밝혔다”며 “미국은 이런 결정이 동북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안보 도전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측의 심각한 오해(reflects a serious misapprehension on the part of the Moon Administration)를 반영한다는 점도 반복해서 분명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은 미국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한일관계뿐만 아니라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