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안보실 “우리 노력에 日 무응답”… 한국당 "조국 논란 국면전환용" 비판
  • ▲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선언하는 김유근 국가안보실 제1차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선언하는 김유근 국가안보실 제1차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끝내기로 했다.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21일 오후 6시20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김 차장은 “정부는 한일 간 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한일 지소미아 종료돼도 한·미·일 안보협력 문제 없어"

    김 차장은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8월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 일명 화이트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은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백악관ㆍ국방부ㆍ국무부를 비롯한 미국 고위급 인사들은 잇달아 한국을 찾아 '한ㆍ미ㆍ일 군사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월 23~24일, 마크 에스퍼 신임 국방장관은 8월 8~9일,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8월 20~23일 한국을 찾아 한 목소리로 "한ㆍ미ㆍ일 공조 체제"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호소는 청와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사실 정부 안에서도 유지 의견이 다수였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부터 청와대에서 지소미아 종료를 주제로 한 NSC 상임위원회가 열렸다. NSC 상임위원들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뒤 여민관으로 자리를 옮겨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자리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도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보고받은 뒤 배석자들과 1시간가량 토론을 벌였고, 결국 재가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정부 관계자는 “사실 7월 말까지만 해도 정부 내에서는 지소미아 유지 쪽 의견이 다수였고, 그쪽으로 가는 듯했다”며 “과거사 문제가 있어도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지향한다는 정부 기조는 변화가 없어야 한다는 게 대세였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정부는 이번 결정을 내리기 전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감안해 일본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적극 노력했지만, 일본이 전혀 호응하지 않았다”면서 일본 측이 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 ▲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는 좌익 진영에서 꾸준히 제기했던 요구다. 사진은 대학생 통일 대행진단의 지소미아 파기 촉구 시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는 좌익 진영에서 꾸준히 제기했던 요구다. 사진은 대학생 통일 대행진단의 지소미아 파기 촉구 시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결정을 내린 뒤 미국 측에도 내용을 통보했고, 미국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이해했다”면서 “한일 간의 지소미아 파기 때문에 흔들릴 한미동맹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6년 11월 지소미아를 체결하기 전에도 한·미·일 간 군사정보 교환이 이뤄졌다”면서 “지소미아 종료로 한일 간 정보협력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한일 지소미아 협정을 파기한 게 아니라 종료한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한국이 아닌 일본의 행동에 따른 대응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부당한 보복조치를 철회하고 양국의 우호협력을 회복할 경우 지소미아 종료를 비롯해 여러 가지 일을 재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국 국면 타개하려 지소미아 파기했나"

    청와대의 이날 결정에 따라 한일 간 지소미아는 체결 3년 만에 끝을 보게 됐다.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내각관방장관, 이와야 다케시 방위성장관 등이 지소미아 연장을 요구했으나 청와대는 이를 거절한 셈이다.

    한편 야당은 청와대가 조국 법무장관 가족 논란이 점차 커지는 시점에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한 점을 문제 삼았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를 향해 “지소미아 폐기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당은 이날 청와대가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자 논평을 내고 “정치문제를 경제문제로 만들더니 이제는 안보문제로까지 비화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고 일본과 외교적 해법 도출에 최우선의 노력을 경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국당은 이어 “항간에는 지소미아에 대한 신중론을 펴던 정부가 파기로 급격히 선회한 이유가 조국 후보로 인한 위기국면 돌파용, 반일감정을 매개로 한 지지세 상승용 등 정치적 고려의 산물이라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며 “만일 그렇다면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운명이 달린 일에 정권의 유불리가 개입될 여지는 결코 없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곧장 논평을 내고 "미국은 그동안 여러 차례 한미일 삼각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소미아 연장을 요청했고 동북아 안보현실이 매우 위중한 상황에서 국익이 우선되는 냉철한 판단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경솔하고 감정적 대응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