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모델의 문화시설 운영을 늘리고 신규콘텐츠 개발과 함께 엔터테인먼트와 연관된 부대사업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업계에서 돈을 많이 버는 회사가 아니라 사업을 합리화하고 규모를 확대해 공연산업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지난해 11월 취임해 전인미답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이종규(50) 인터파크씨어터 대표가 담담하게 포부를 드러냈다. 별스럽지 않은 듯한 말투였다. 하지만 공연업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인터파크씨어터의 성장사는 보기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인터파크씨어터는 인터파크가 설립한 공연장 운영 법인이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합정동 신한카드 판스퀘어, 이화여대 삼성홀, 창동의 복합문화공간 플랫폼창동61, 부산 소향씨어터 등 5개의 공연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종규 대표는 "인터파크는 티켓 유통 플랫폼, 제작과 투자, 공연장 운영, 매니지먼트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각 영역들 간의 시너지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한계는 본질적인 국내 공연산업의 열악한 생산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연 사업은 수익률이 낮은 업종인데 효율적인 성공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비판을 받을지언정 성공 모델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 보기에 따라 불균형이나 편중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전체적으로 평균 생산성을 높이는 과정이다"고 덧붙였다.
  • ▲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블루스퀘어 전경.ⓒ인터파크씨어터
    ▲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블루스퀘어 전경.ⓒ인터파크씨어터
    ◇ 복합문화공간 블루스퀘어, 하루도 쉬지 않았다

    총 600억원이 투입된 블루스퀘어는 1766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극장 인터파크홀, 지정좌석형 1382석의 다목적 공연장 아이마켓홀, 대형서가 북파크 등을 갖추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2011년 11월 4일 개관 이후 최단 기간 100만 관객 관객을 돌파했고, 연간 공연장 가동률 100%를 달성하고 있다.

    2011년 개관작 '조로'를 시작으로 '엘리자벳', '마타하리', '레미제라블' 등 국내 초연작과 '위키드', '맘마미아', '시카고', '시스터 액트' 등 오리지널 내한 공연을 올리며 한국 뮤지컬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2021년까지 뮤지컬 라인업이 확정된 상태다.

    블루스퀘어는 실제로는 서울시가 소유한 공공문화시설이다. 2007년 서울시의 전문 공연장 민자유치 사업 공모에 참여한 인터파크씨어터가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인터파크씨어터는 20년간 운영권을 갖는 대신 매년 토지사용료를 서울시에 납부하고, 향후 공연장을 기부채납한다.

    하지만 설립 이후 이태원, 한남뉴타운 등 주변 상권의 발달로 땅값이 크게 올라 흑자를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전통적으로 공연장은 공공의 영역으로 수익을 내기 힘들다. 토지 사용료가 부담되지만 극장의 가동률을 더 높이고 운영망을 넓혀가며 극장 간의 콘텐츠나 매니지먼트 부문 연계를 통한 시너지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수익성을 조금씩 개선하고 있다."
  • ▲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블루스퀘어 전경.ⓒ인터파크씨어터
    ◇ "창작뮤지컬 '벤허', 재연이 진검승부"

    이종규 대표는 인터파크아카데미 대표이사, 플랫폼창동61 극장장, 뉴컨텐츠컴퍼니(NCC) 대표이사 겸 프로듀서 직책도 맡고 있다. 인터파크 자회사인 뉴컨텐츠컴퍼니는 공연 제작사로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과 '벤허'를 연이어 선보여 흥행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뉴컨텐츠컴퍼니는 창작뮤지컬을 육성하고 해외에 수출해 보자는 의도로 만들었다. 인터파크가 모두 제작하는 형태가 아니라 업계의 전문가 집단과 제작사, 능력 있는 창작진과의 협업을 시도해 다양한 공동의 모델을 구축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NCC는 모든 창작자에게 열려 있다. 대극장 외에도 중·소극장용 창작물을 2~3개 검토하고 있는데, 내년쯤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지금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면 앞으로는 숨 고르기를 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개발하고 창작공모전도 열 생각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인터파크홀에서 개막한 '벤허'는 '프랑켄슈타인'의 연출가 왕용범과 음악감독 이성준이 다시 손잡고 만든 대작이다. 루 월러스가 1880년 발표한 동명소설이 원작으로 '유다 벤허'의 삶을 통해 고난과 역경, 사랑과 헌신 등 숭고한 휴먼 스토리를 그린다.

    배신과 복수, 이별과 재회, 몰락과 구원의 극적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만큼 '벤허'의 노래는 대체로 웅장하고 격렬하다. 원작에서 유명했던 해상 전투, 전차경주 장면 등을 무대·영상 기술로 박진감 넘치면서도 감성적으로 구현해냈다.

    2017년 충무아트센터에서 초연한 '벤허'는 이 대표의 프로듀서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는 "초연 당시 흥행했음에도 적자였다. 극장 규모가 작고 공연 기간이 짧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관객들의 평가는 좋았다. 이번 재연은 콘텐츠를 정확히 평가받는 진검승부가 될 것"이라며 "넘버들이 보강되고 극이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말들과 전차들의 움직임도 더 역동적으로 보완했다"고 밝혔다.
  • ▲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블루스퀘어 전경.ⓒ인터파크씨어터
    ◇ 일본 경제 보복 조치 "문화교류는 멈추지 않을 것"

    NCC는 2018년 4월 중국 투자사로부터 '프랑켄슈타인'과 '벤허'에 대한 200만 달러(약 21억400만 원)를 유치했으며, 두 작품에 각각 100만 달러씩 투입됐다. 중국 자본이 국내에서 진행되는 공연에 투자한 최초의 사례다.

    '프랑켄슈타인'은 일본 대형 제작사 도호프로덕션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 무대에 올랐다. '벤허'도 일본과 중국 공연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 한일 간의 갈등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일본 지우기가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 한일 문화교류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다.

    이 대표는 "그간의 역사를 볼 때 정치·경제적인 국제 정세와는 별개로 문화 교류는 계속 이어져왔다. 일본과 중국의 여러 파트너사들이 2년 전 '벤허'를 보고 공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속도가 늦춰질 수 있지만 중단되거나 단절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파크는 공연티켓 예매 시장에서 1등 사업자로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예스24, 카카오 등의 경쟁 상대의 등장에 대해 이 대표는 견제보다는 오히려 반기는 입장이다.

    "경쟁은 숙명처럼 불가피하다. 시장이 발전하려면 여러 경쟁자들이 나와야 한다. 플랫폼, 콘텐츠, 공연장 등 다양안 사업자들이 진입하고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걸 환영한다. 각 영역에서 점유율이 변화하고 심화될 수 있지만 소비자들의 복리를 증진하고 결과적으로 시장이 커지면서 1위 사업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