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변태" 고유정 측 주장에 비난여론 확산… 변호인 “법조인 사명 다할 것”
  • ▲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5). ⓒ뉴시스
    ▲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5). ⓒ뉴시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5) 씨의 변호를 두고 일부 누리꾼과 변호인단이 공방을 벌여 관심을 끈다. “고씨의 변호인을 왜 맡는가”라는 일각의 비난에 고씨의 변호인은 “변호인으로서 사명을 다할 것”이라며 법조인의 책무를 강조했다.

    법조계에선 "흉악범 변호에 대한 국민의 ‘감정적’ 비난이 있을 수 있지만, 피고인이라면 누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고유정 첫 재판 후 변호인단 비난여론 확산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오전 10시 전 남편 살해, 시체 유기·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씨의 첫 재판을 열었다.

    이날 고씨 측은 전 남편 살해를 인정했으나, 기존처럼 ‘정당방위에 의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주장도 재판 과정에서 나왔다. 전 남편의 변태적 성관계 요구를 막기 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고씨의 이 같은 주장이 알려지자, 일부 누리꾼이 고씨 변호인단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블로그·커뮤니티 등 SNS를 통해 고씨 변호인단이 공개됐고, 신상털이가 이어졌다.

    비난여론이 확산하자 고씨 변호인단 중 한 명인 남윤국 변호사가 첫 재판 다음날인 13일 자신의 견해를 SNS에 올렸다.

    남 변호사는 ‘형사사건 변호와 관련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변호사로서의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고, 이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제가 변호인으로 현재 활동하는 형사사건에 관해 많은 국민적 관심과 비판적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언론에서 지금까지 보도된 바와 달리 그 사건에는 안타까운 진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변호사로서 사명을 다해 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고, 그 재판 속에서 이 사건의 진실이 외면되지 않도록 수행해 나갈 것”이라며 “제 업무 수행을 방해하려는 명예훼손, 모욕 등과 같이 불법적 행위나 시도가 있다면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 ▲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오전 10시 전 남편 살해, 시체 유기·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의 첫 재판을 열었다. ⓒ정상윤 기자
    ▲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오전 10시 전 남편 살해, 시체 유기·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의 첫 재판을 열었다. ⓒ정상윤 기자
    법조·학계에서도 고씨 변호인단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비난은 오히려 ‘정의 실현’이라는 사법체제의 존재 목적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고씨 변호인 “법조인 사명 다할 것”... 법조계, 변호인 비난 우려

    전삼현 숭실대 법학교수는 “우리 사법부를 상징하는 '디케'를 보면 왼손에는 저울을,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며 “정의는 팩트를 중심으로 냉철하게 법리를 보고 확인한 뒤 법을 집행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그러면서 피고인을 변호한다는 이유로 변호인의 신상을 터는 일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행위는 궁극적으로 정의 실현을 막을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는 말도 보탰다.

    판사 출신 구충서 변호사도 실체적 진실 파악, 이를 통한 피고인에게 합당한 형량 부과 등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변호인에 대한 과한 비난이나 신상털이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구 변호사는 “우리 헌법 등에 따라 누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고, 변호인의 목적은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면서 “피해자 감정상으로는 공감되지 않아도 피고인은 하고 싶은 이야기나 주장을 충분히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야 법정에서 정확한 사실관계, 형량 등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게 구 변호사의 설명이다.

    한편 고씨의 전 남편 유족 측은 고씨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전 남편의 동생은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다”며 “(살해된) 형은 고유정의 지속적인 폭행·폭언에 시달려 이혼한 것으로, 이혼 소장에도 (고유정 측이 주장한) 그런 내용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