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각료회의 의결, 일왕 공포 3주 후 효력…식품-목재 이외 전 품목 수출할 때마다 심사
  • ▲ 일본 정부가 2일 각료회의에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한다는 관련 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일본 정부가 2일 각료회의에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한다는 관련 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일본 정부가 2일 오전 10시 각료회의를 열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처리했다고 일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수출무역관리령 정령(한국의 시행령에 해당) 개정안을 처리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으로 수출하는 품목 가운데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모든 품목을 수출할 때마다 개별심사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도 ‘안전보장’ 때문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성 장관은 각료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에 대한 수출금지가 아니다”라며 “한국으로 수출할 때 절차를 잘 지키고 수출관리만 하면 괜찮다”고 밝혔다.

    ‘화이트리스트’, 일왕이 공포하면 21일 후 효력 발생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특정국을 배제하려면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경제산업성이 특정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기 위해 법률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30일 동안 고시한다. 경제산업성은 이 기간에 의견서를 받는다. 의견은 일본 국민뿐 아니라 외국인이나 외국 정부도 낼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의견서를 제출했다.

    경제산업성은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토대로 안건을 정리해 각료회의에 올린다. 각료회의에서 특정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방안이 의결 통과되면 경제산업성 장관과 총리가 새 개정안에 서명한다. 서명한 시행령 개정안은 일왕 명의로 공포한다. 공포 이후 21일 뒤부터 ‘화이트리스트’ 배제 효력이 발생한다.
  • ▲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긴급 국무회의를 열고 일본에게 강경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긴급 국무회의를 열고 일본에게 강경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첨단 전략물자 한국 수출 땐 허가 받아야

    ‘화이트리스트’란 일본 무역 관련법 가운데 ‘수출무역관리령 시행령’으로 정해진 '수출심사 우대국 명단'이다.

    일본에서 첨단 기술품목이나 군용으로 전환 가능한 물품을 수출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수출할 경우에는 처음 당국의 허가를 받으면 3년에 한 번씩 검사만 받으면 된다. 반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일본 정부가 지정한 첨단 기술 관련 품목 등 1100여 가지의 전략물자 품목을 수출할 때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 든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27개국이다. 일본이 첨단 기술제품을 수출해도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인정한 나라들이다. 대부분 북미와 유럽지역 국가들이며, 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 아시아 국가 가운데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은 2004년부터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됐다.

    文 “한국경제 미래 성장 가로막겠다는 의도”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국무회의를 열고 강경대응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일본이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거부하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대단히 무모한 결정을 했다”며 “상황을 악화시켜온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는 것이 명확해진 만큼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책임도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조치가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을 가로막아 타격을 가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하지만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 지난 7월 30일 서울 종로구의 구 주한 일본대사관 터 앞에서 역사바로세우기시민모임 등 시민단체들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를 촉구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7월 30일 서울 종로구의 구 주한 일본대사관 터 앞에서 역사바로세우기시민모임 등 시민단체들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를 촉구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 대통령은 이어 “비록 일본이 경제강국이지만 우리 경제에 피해를 입히려 든다면 우리 역시 맞대응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갖고 있다”며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일본에 어떻게 ‘반격’을 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여당과 靑 일각 주장하는 ‘GSOMIA’ 파기 가능성은?

    여당과 청와대 일각에서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 우리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를 파기하자”는 주장을 폈다.

    한국과 일본이 GSOMIA 체결을 처음 시도한 것은 2012년 7월이다. 그러나 당시 야권 정치인들과 좌파진영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됐다. 한일 안보부처들은 포기하지 않고 GSOMIA의 필요성을 자국 내에서 역설했고, 결국 2016년 11월23일 이를 체결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지난 7월31일 밝힌 데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GSOMIA 체결 이후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관련 정보를 48건 공유했다. 하 의원은 “지난 7월25일 북한이 호도반도에서 발사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 궤적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시행한 7월 초만 해도 국방부와 외교부 등 외교안보부처는 물론 언론들도 한국 정부가 GSOMIA를 파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4년 동안 우여곡절 끝에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체결한 GSOMIA를 한국이 먼저 파기한다는 것은 한미동맹에 균열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GSOMIA는 협정 체결일을 기준으로 매년 자동 갱신된다. 어느 한쪽이 협정을 파기하고 싶다면 체결일로부터 90일 전에 상대국에 외교경로를 통해 서면으로 파기 의사를 통보해야 한다. 이 기한이 오는 8월24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