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진술 신빙성 의문" 증인신청 요구… 김백준, 본인 선고공판에도 연속 불출석
  • ▲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뉴시스
    ▲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부가 검찰에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찾아 증인으로 데려오라'고 요구하면서 검찰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검찰로서는 김 전 기획관을 증인석에 앉힐 경우 그의 진술과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고, 김 전 기획관을 증인으로 데려오지 않으면 ‘김백준 진술 신빙성에 의구심’을 갖는 재판부가 그의 진술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이 검찰의 공소유지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김백준 증인신청'에 대한 검찰의 대응이 이 전 대통령 재판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기획관은 25일 서울고법 형사3부(배준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방조 등 혐의 선고공판에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의 선고기일을 오는 8월13일 오후 2시20분으로 재연기했다. 그는 기존 항소심 선고기일인 지난 4일에도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전 기획관을 대리해 공판에 나온 변호인은 "(김 전 기획관이) 어디에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MB 재판부 "김백준 진술 증거능력 의문… 검찰이 증인신청하라"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 재판의 '핵심 증인'이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받는 가장 큰 혐의인 삼성 뇌물수수와 다스 자금 횡령 등은 대부분 김 전 기획관과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의 진술을 근거로 한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핵심 증인인 김 전 기획관과 이 전 부회장의 진술이 서로 불일치한다는 점과, 김 전 기획관이 검찰 조사 전 병원에서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았다는 점을 들어 법정에서 그에 대한 증인신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을 지난 1월부터 총 아홉 번이나 증인으로 소환했으나 모두 출석을 거부했다.

    김 전 기획관이 집요하게 증인 출석을 거부하자 항소심 재판부 역시 그의 검찰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지난 5월 "김 전 기획관의 검찰 진술에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을지 판단해 보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검찰에 "검찰 측이 김 전 기획관을 찾아 증인신청을 하라"고 명령했다. 
  • ▲ 검찰. ⓒ정상윤 기자
    ▲ 검찰. ⓒ정상윤 기자
    재판부의 이 같은 요구는 김 전 기획관이 계속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다면 검찰의 공소장을 구성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을 증거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려면 검찰이 직접 그를 찾아 증인신청을 하라는 것이다. 

    처지 뒤바뀐 검찰과 MB

    이에 따라 김 전 기획관의 증인 출석을 두고 그동안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의 처지가 뒤바뀌게 됐다. 재판부가 김 전 기획관의 진술에 증거능력을 부여하지 않는다면 이 전 대통령 측은 그가 법정에 나오지 않아도 급할 것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검찰의 경우 공소유지를 위해서는 공소장의 뼈대를 구성하는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이제는 검찰이 두문불출하는 김 전 기획관을 찾아 나서야 하는 모양새가 됐다. 검찰이 김 전 기획관을 증인석에 세우지 못한다면 검찰의 공소유지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김 전 기획관의 증인 출석은 여전히 미지수다. 김 전 기획관이 지난 17일 재판부의 발언 이후 자신의 선고공판에 또 다시 불출석함으로써 증인출석을 하지않겠다는 의사를 다시 한번 내비친 셈이 됐기 때문이다. 

    김 전 기획관이 검찰에 협조하기 위해 법정에 나온다 하더라도 검찰로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다. 경도인지장애를 겪는 김 전 기획관이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신문에 맞서 검찰의 공소 취지에 맞는 답변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김 전 기획관이 증인 출석을 거부하는 이유는 검찰 진술을 법정에서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삼성 뇌물수수 등 주요 혐의에 대한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은 다른 증인들의 증언과 불일치할 뿐만 아니라 허술한 점이 여럿 발견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의 입장이 뒤바뀐 이제 와서 법정에 나온다면 검찰에 협조하기 위해 나온 것 아니냐는 비판도 피해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