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고처분 한달 반 뒤에 행정대집행…법조계 "시간 없었다는 서울시 해명 납득 안돼"
  • ▲ 우리공화당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용역업체 포스원코리아에 대한 정보공개 내용. ⓒ우리공화당
    ▲ 우리공화당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용역업체 포스원코리아에 대한 정보공개 내용. ⓒ우리공화당
    서울시가 우리공화당 광화문 천막에 대한 행정대집행에 동원한 용역업체 '포스원코리아(대표 김OO)'와 3억2000만원에 육박하는 수의계약을 맺은 사실을 두고 '적법성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원칙을 무시하고 예외적으로 수의계약을 맺을 만큼 긴급한 상황이었느냐 하는 것이 쟁점이다. 

    수의계약의 불가피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주소지‧소속직원조차 불분명한 포스원코리아를 선정한 게 합당했는지는 또다른 쟁점으로 남는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본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법원칙 무시할만큼 긴급한 상황이었나

    서울시는 지난 6월 25일과 7월 16일 우리공화당 광화문 천막에 대한 1‧2차 행정대집행 과정에 용역업체 '포스원코리아'를 동원했다. 서울시는 1차 이행 4일 전인 6월 21일 단독‧수의계약을 맺고 1억3372만5000원의 계약금을 줬다. 2차 이행 하루 전인 7월 15일에도 마찬가지로 단독‧수의계약을 통해 1억8487만원을 추가 지급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 제9조 제1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계약담당자가 용역계약을 체결할 경우 이를 공고해 일반입찰에 부치는 게 원칙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수의계약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동법 동항 단서에서는 '계약의 성질·규모 및 지역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지방계약법 22조가 근거라더니…"그건 오류다"

    동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에서는 '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로 △천재지변, 작전상의 병력이동, 긴급한 행사, 원자재의 가격급등,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로서 입찰에 부칠 여유가 없는 경우(1호) △입찰에 부칠 여유가 없는 긴급복구가 필요한 재난 등 행정안전부령에 따른 재난복구 등의 경우(2호) △국가기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하는 경우(3호) △특정인의 기술·용역 또는 특정한 위치·구조·품질·성능·효율 등으로 인하여 경쟁을 할 수 없는 경우 등을 명시했다. 

    계약을 담당한 서울시 재무국 재무과 관계자는 1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 1호에 근거해 포스원코리아와 수의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가 및 자자체의 시설공사 계약 입찰 통합시스템인 '나라장터'에는 서울시가 포스원코리아와 수의계약을 맺은 근거법률을 '동법 22조'로 명기하고 있다. 재무과 관계자는 "(22조 명기는) 오류"라며 "25조를 근거로 계약을 맺었다"고 정정한 것이다.  22조는 '물가 변동 등에 따른 계약금액의 조정'에 관한 내용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안이 "천재지변, 작전상의 병력이동, 긴급한 행사, 원자재의 가격급등,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로서 입찰에 부칠 여유가 없는 경우에 해당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찰에 부칠 여유가 없는 경우라고 판단한 근거가 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건 소관 부서(광화문광장추진단)가 따로 있다"고 했다. 

    법조계 "입찰 시간 충분했다… 의혹 제기할 만 하다"

    그러나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번 수의계약에 의혹을 제기할 만한 부분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입찰을 통해 용역업체를 선정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헌 한변(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공동대표는 "우리공화당이 광화문 천막을 설치한 후 서울시가 3차례 계고장을 보내는 동안 입찰에 의해 업체를 선정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5월 10일 우리공화당이 광화문 천막을 기습 설치한 후 한 달 반 동안 "자진철거하지 않을 시 대집행하겠다"는 계고장을 3차례나 보냈다.

    그는 "이번 사안에 이해관계가 있는 자가 서울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포스원코리아 및 그 대표자에 관해 적극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사안은 '국민의 알권리'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공동대표는 "공공기관의 계약 원칙은 입찰이다. 수의계약은 예외적으로 인정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직비리, 특혜시비, 특정기업과의 유착관계를 방지하고자 수의계약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서울시 역시 행정대집행에 앞서 입찰을 통해 계약을 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A변호사는 "경쟁입찰이 수의계약보다 시일이 오래 걸리긴 한다"면서도 "이번 사안이 수의계약을 맺을 만큼 급한 사안이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입찰에 부칠 시일이 충분한 데 수의계약을 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A변호사는 그러면서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할 시간이 충분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 정확한 시비를 가려야 한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B변호사도 "서울시 해명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미 한 달 반 전에 계고처분을 했다는 건 대집행 과정에 착수했다는 뜻이다. 그러면 그 당시에 조달청 공고를 통해 입찰해 업체를 선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입찰을 통해 업체를 먼저 선정해 두고, 집행 여부 및 시기를 고려할 수 있었을텐데, 이 과정을 생략하고 나중에서야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하는 것은 의문"이라며 "통상의 경우와는 매우 다르다"고 꼬집었다. 

    서울시 "입찰 부치면 기간 늦어져…철거 시급해 수의계약"

    한편 본지는 광화문광장추진단에 전화해 △'수의계약을 통해 업체를 선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포스원코리아를 특정해 수의계약 업체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포스원코리아의 사무실과 소속직원이 불분명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질문했다. 

    서울시 광화문광장추진단의 한창옥 광장관리팀장은 '수의계약을 한 근거'에 대해 "입찰에 부치게 되면 소요기간이 한 달 정도 늦어진다.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공화당 천막에 대한 민원이 200여건 이상 들어오는 상황에서 철거가 시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스원코리아를 특정해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2년 전 서울시청에 탄기국(박근혜 탄핵 무효를 위한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이 불법 천막을 설치했을 때 철거를 집행한 총무과에 의뢰했다. 그 때도 포스원코리아가 철거에 동원됐다. 광화문광장에서 행정대집행은 처음이기 때문에 당시 서울시와 계약했던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했다.

    "주소도 불분명한 업체 알고 있었나" 묻자 "전화 끊겠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포스원코리아가 주소지‧소속직원이 사실상 불분명한 업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이에 대해 질문하자 해당 관계자는 돌연 태도를 바꿔 "몰랐다. 더 이상 답변하지 않겠다"며 전화를 끊으려 했다. 재차 같은 질문을 시도 했으나 "전화를 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용역업체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채 예외적으로 수의계약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앞서 17일 본지는 서울시가 포스원코리아와 '수의계약' 형태로 용역을 계약했으며, 이 회사가 사실상 종적을 감춘 상태라는 내용을 단독보도했다. 현재 이 회사의 홈페이지는 폐쇄됐고, 전화 연결도 안 된다. 지난 5월 이전된 등기부등본상 주소지도 사실상 다른 회사의 사무실인 것으로 드러났다.